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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호 Jun 20. 2022

토요일에만 청소하는 여자

평소 정리정돈을 잘하고 그런 성격이 아닌지라 토요일에는 되도록이면 청소를 끝내 놓으려 해요.

그렇지 않으면 일주일 동안 어수선한 상태로 살아야 하기에 토요일 오전에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꼭 청소를 합니다.


금요일 저녁에 하면 좋지만 불금은 즐기라고 있는 거니까요. 토요일 청소를 해 놓으면 일요일은 좀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휴일을 지낼 수 있기에 어느 순간 자리 잡게 된 저만의 습관입니다.


제가 청소하는 루틴은 제일 하기 싫은 곳을 먼저 해요. 음식을 먹을 때는 제일 맛있는 것을 먼저 먹지만, 하기 싫은 일을 나중으로 미루면 곤란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에 하기 싫은 일은 먼저 해치우려고 합니다. 


고로 화장실 청소를 먼저 시작해요. 안방 화장실은 작은 편이라 금방 끝나요. 사실 저는 락스 이런 세제를 안 좋아해서 전에는 비누로만 청소를 했는데 코로나가 시작된 후로는 남편이 사다 놓은 욕실 청소 세제로 청소를 합니다. 이 세제가 전 좀 독한 것 같아 환풍기 필수로 틀고 마스크 끼고 청소를 하지요.

안방 화장실이 끝나면 청소도구를 들고 거실 화장실로 갑니다.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끼고 더 열심히 바닥을 닦아요. 청소를 마치면 화장실을 좀 말려야 하기에 요즘은 선풍기를 가져다 좀 틀어놓아요.


이제 화장실을 끝내 놓았으니 베란다로 갑니다.

일주일 동안 잘 살아준 식물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을 담아 화분에 물을 줍니다. 간신히 살아있는 초록이들이 기특합니다. 초록이가 떠나간 빈 화분들도 많은데 버리자니 아깝고 해서 모셔두고 있어요.


초록이 시든 잎이 있으면 정리를 해주고 지저분하게 모여있는 물건들을 정리를 합니다. 베란다에는 왜 이리 물건이 많은지,,, 지금 생각해 보니 안 쓰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물건이 많이 있네요. 올여름 가기 전 베란다 정리대 2개 중 1개는 버리려고 합니다. 꼭 이루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물청소를 합니다. 


다음 코스는 현관으로 가요. 아이들 초등학교 때 쓰던 핑크빛 미니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버리려고 모아둔 양말 한 짝에 물을 적셔와 바닥을 닦아줍니다. 바닥을 닦아도 양말이 깨끗하면 뒤집어서 집안 창틀도 닦아줍니다. 저희 집은 물티슈를 사지 않아요. 여기저기서 받아온 물티슈는 긴급상황에만 사용하기로 하고 물티슈는 이번 생에 사지 않기로 했어요. 그래서 이런 헌 양말들이 요긴합니다. 그냥 닦고 버리면 되니까요!


그리고 이제 주방으로 갑니다. 설거지가 있으면 설거지를 하고 냉장고를 뒤져 버려야 할 것이 있으면 음쓰 봉지에 모아요. 첫째 아이가 있을 때는 버리는 음식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첫째가 없으니 음식을 해도 좀 남더라고요. 둘째가 입맛이 좀 까다롭거든요. 적게 한다고 해도 다 못 먹고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네요. 이렇게 모인 음쓰와 집안의 모든 쓰레기통의 쓰레기를 모아 버리러 다녀옵니다.


이제 청소기를 돌리고 바닥을 밀대로 밀어요. 그리고 건조대에 빨래가 있으면 빨래를 개어 각자 방으로 보내줍니다. 청소하면서 중간중간 세탁기도 봐서 빨래가 끝나면 널어줍니다. 저희 집은 건조기 놓을 공간이 마땅찮아 건조기가 없어요. 사고 싶은 맘 굴뚝이지만 나중 이사 가면 사려고요.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요. 이제 거의 집안일이 끝났어요. 


잠깐 쉬려고 커피 한잔을 내립니다. 워킹맘인지라 일주일치 밑반찬도 만들어야 하고 손빨래도 기다리고 있지만 커피타임은 꼭 가져줘야 합니다. 이제는 날씨가 더워져 아이스라떼가 땡깁니다. 커피를 진하게 내려 차가운 우유를 붓고 라떼를 만들어 마셔요. 이 커피를 마시기 위해 청소를 하는 걸 수도 있다는 건 비밀입니다.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부산스러웠는지 체험학습을 다녀와 피곤해서 늦잠을 자던 둘째가 느지막이 일어났어요. 이제 같이 아점을 만들어 먹으며 이야기 꽃을 도란도란 피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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