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호 Apr 01. 2023

언제나 초심이 필요할 땐 간장계란밥!

우리 딸 요즘 새 학기 시작하고 학원도 새로 다니기 시작해서 많이 힘들지! 새벽 3시까지 수학교재랑 씨름했다는 말을 듣고 이제 공부하는 맛을 아는 나이가 되었구나 싶었단다. 하지만 오늘 아침 수학학원을 그만 다니고 싶다고 했을 때 엄마가 화를 내고 말았지.




10년 전 네가 유치원 다니던 시절엔 밥만 잘 먹어도 어구 잘했네!, 유치원에서 이름 석자만 잘 써와도 어구 잘했네! 대견해하던 시절이 생각나는구나. 유치원 때 유독 입 짧은 네가 좋아하던 간장계란밥 기억나니! 엄마가 나이 마흔에 다니기 시작한 직장에 적응하랴 육아하랴 정신없던 그 시절, 아침에 가장 간단하게 차려낼 수 있는 음식이 바로 간장계란밥이었지.


간장계란밥의 준비물은 참 간단해. 간장, 계란, 들기름, 깨 그리고 하얀 쌀밥만 있으면 돼지. 우선 쿠쿠 전기밥솥에 있는 밥을 푸고 만약 밥이 없다면 빨리 쾌속으로 밥을 한단다. 그러면 밥이 더 빨리 되면서 꼬들해서 좋아! 밥이 다 되면 계란프라이를 고_우리 딸은 완숙을 좋아하지_ 계란을 노른자까지 다 익혀서 준비하지. 이제 그릇에 밥을 푸고 계란프라이를 올리고 고소한 들기름 한 숟가락과 간장 조금 넣고, 깻가루를 뿌리면 끝.


정말 쉽고 간단한 아침상이지만 네가 제일 좋아했지. 하지만 아침밥을 먹이기엔 참 애를 먹였어. 윗도리 하나 입히고 밥 한 숟가락 넣어주고, 양말 한 짝 신기고 밥 한 숟가락 넣어주고 말이지. 참, 씻은 김치도 같이 먹는 걸 좋아했어. 그래서 중간에 매울까 봐 물에 씻은 김치도 한 조각 입에 넣어주면 그걸 또 한참을 씹었지.




오늘 아침 엄마 화낸 것 정말 미안해. 이제 네 인생은 네가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컸다고 생각하면서 엄마가 너무 많은 간섭을 한 것 같구나. 엄마는 네 나이보다 더 빨리 홀로서기를 했지만 네가 엄마보다 더 잘 살아갈 거라는 것을 믿는데 말이지.


왜 오늘 이 간장계란밥이 생각난 걸까? 엄마의 초보엄마 시절을 돌아보게 된 하루였어. 뭔가 막막하고 앞이 보이지 않을 때 간혹 처음을 돌아보게 되지. 엄마가 지금 간장계란밥을 생각해 냈듯이 우리 딸도 언젠가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을 거야. 인생의 안개가 낀 날은 그 안개가 걷히길 기다리면서 간장계란밥을 먹는 거야. 아주 천천히 말이지. 그러다 보면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걸 보게 될 거야. 인생에서 절대 안 풀릴 것 같던 문제도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경우가 있다는 걸 기억하렴.











이전 10화 다시 찾은 주방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