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양양장에 너와 함께 장을 보러 다녀왔었지. 초봄의 장날은 싱그러웠어. 채소 모종들과 봄꽃들이 장을 환하게 밝히며 어서 나를 데려가세요! 라며 손짓을 해댔어. 너와 나는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엄마는 상추모종을, 너는 바질 모종을 사 왔었지. 지금 엄마의 상추는 비실비실 자라지 못하고(그렇다고 죽지는 않았어.) 네 바질은 엄청 잘 자라고 있잖아. 우리 딸은 아무래도 농부의 손을 타고났나 봐. 식물도 잘 기르고 흙을 좋아하고 말이지. 엄마는 나의 상추를 위해 아마도 할머니댁에 가서 텃밭흙을 좀 가지고 와서 다시 심어줘야 할 것 같아. 나의 상추가 잘 자라면 삼겹살에 상추쌈을 사서 먹고, 네 바질을 잘 자라면 여름에 바질페스토를 만들어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자꾸나.
양양장에서 만난 것은 모종뿐만 아니라 신선한 채소들도 많았어. 그래서 두릅도 사고 냉이도 사고 브로콜리도 사고 당근도 샀어. 그리고 유독 싱싱해 보이는 시금치가 보여 한 봉지 사 왔었지. 3000원에 정말 큰 비닐봉지 한 봉지를 주셔서 시금치 좋아하는 우리 가족을 위해 시금치무침도 만들고 시금치된장국도 끓여냈지. 그 시금치가 너무 맛있어서 다음장날에도 그 할머니 찾아 시금치를 또 사 왔단다. 그리곤 이번엔 아침마다 시금치프리타타를 해 줬는데 기억나니. 시금치가 다 떨어질 때까지 말이야.
오늘은 우리 딸 시험 끝나고 아침 내내 고양이처럼 늘어져 자는 네 모습을 보니 엄마는 안쓰런 마음뿐이란다. 혹시나 네가 깰까 조용히 아침상을 차려 혼자 먹으면서 이제 엄마도 우리 딸도 혼밥 할 일 많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언제가 집을 떠나 독립을 하게 된다면 더욱 그러하겠지. 나중 어른이 돼서 직장에 다니게 된다면 밥 하기 싫어질 일이 많아질 거야. 간단하게 배달해서 먹거나 편의점 음식을 먹지 말고 엄마의 레시피를 떠올리렴. 늦게 일어난 너를 위해 오늘도 시금치 프리타타를 준비해 본단다.
시금치프리타타는 아주 간단한 요리란다. 재료는 시금치, 양파, 방울토마토, 비엔나소시지, 계란이면 돼. 여기에 버섯이나 당근 등 좋아하는 채소를 더 추가해도 좋아. 참, 네가 좋아하는 팽이버섯을 넣어도 좋겠다. 우선 재료를 손질해야지. 방울토마토는 반을 갈라 준비하고, 양파는 채 썰고, 비엔나소시지도 얇게, 시금치도 한 잎크기로 잘라 준비해. 이제 계란 3개에 후추, 소금을 넣고 잘 풀어두렴.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넣은 다음 썰어둔 방토, 양파, 소시지를 넣고 볶아줘. 어느 정도 익으면 시금치를 넣고 또 조금 볶다가 준비한 계란물을 고르게 부어주면 돼. 이제 뚜껑을 닫고 약불로 은근히 익힐 거야. 맛있어져라, 얍! 속으로 주문을 외워도 좋아!
금요일 야근을 해서 토요일 일어났는데 힘이 하나도 없을 때,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이 지겨워질 때, 한없이 작아지는 너를 만나게 된 날, 간곡히 쉼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그래도 조금 꼼지락 거려 만들어 보렴. 영양만점 부드러운 시금치프리타타가 널 기운 나게 해 줄 거야. 달걀을 힘껏 풀면서 살아갈 힘을 얻고 양파를 썰면서 나쁜 기억들을 지워버리고 방울토마토를 예쁘게 반을 가르다 보면 다시 네 삶이 반듯해지지 않을까. 가끔은 여기에 맥주를 곁들어도 좋겠지.(하지만 엄마는 주말 아점으로 추천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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