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사과 한 개는 보약이라고 했다.
사과보약을 매일 먹은 지 1년이 넘었다.
그래서 우리 집 냉장고에는 사과가 떨어지지 않는다.
매일 아침 사과를 깎아놓으면
가족들이 아침 분주한 틈에도 사과 한 조각씩 물고 다닌다.
그러다 지난달 지인들과 3박 4일로 제주도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물론 가족들의 일용할 양식을 냉장고 가득 채워두고 떠났다.
나는 그 머나먼 제주 숙소에서도 사과를 깎아 먹으며 하루 시작했다.
사과를 먹으면 소화도 잘 되고
속이 더 편안해지는 것 같다.
괜한 주전부리 먹지 않고 사과를 달게 먹는 게 좋다.
제주도 여행에서 돌아와 짐 정리를 마치고
냉장고를 열어봤다.
웬걸 만들어 놓은 반찬은 많이 먹지도 않았다.
괜히 혼자 시무룩해진다.
아마도 오토바이아저씨가 배달해 주시는 음식을
매일 저녁 먹었나 보다.
그러다 야채칸을 열어보니 사과가 좀 줄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물으니 사과를 먹었다고 한다.
"사과를 누가? 아빠가 깎아줬어?"
"아니, 내가 깎았지."
"아이고, 우리 딸 다 컸구나."
그래서 다음날 마침 주말이라 아이에게
사과 좀 깎아주라고 응석을 부려봤다.
"엄마도 사과 깎아주세요."
그런데 딸아이가 감자칼을 꺼내는 것이 아닌가.
"감자칼은 왜?"
아이가 감자칼로 사과를 깎는데 잘 깎는다.
심지어 내가 깎는 것보다 더 얇게 그리고 이쁘게 깎인다.
결혼하고 시누이가 김치를 가위로 자르는 것을 보고
신세계다 생각했는데
감자칼로 사과를 깎다니 신박한데?
"사과뿐 아니라 나 복숭아도 잘 깎아. 참외도 잘 깎고."
딸아이는 엄마 없을 때 감자칼로 각종 과일을 섭렵했다고 한다.
어떻게든 먹고살려고 감자칼로 사과를 깎는 것을 보고
이렇게 인류가 진화했구나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