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자격증 시험을 위해 강남에 왔다. 우여곡절 끝에 시험장을 찾았고 근처 김밥집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도 시간이 남아 카페를 찾았다.
투썸의 큰 음악소리가 아이에게 방해가 될까 봐 들어갔다 그냥 나오면서 건너편 평화다방을 발견했다. 아이는 시험 중 화장실 가고 싶을까 봐 음료는 안 마신다고 한다. 미안한 표정으로 혹시 음료 한잔만 주문해도 되는지 종업원에게 여쭤보니 괜찮다고 한다.
혼자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아 아이는 막바지 단어시험에 열중이고 나는 창밖으로 사람들 거니는 모습을 무심히 바라본다. 이렇게 한가롭게 카페에 앉아있는 것이 얼마만인지...
아침 가방을 챙기면서 아이 시험 보는 동안 카페에서 책을 읽을까 하고 책을 넣다가 다시 또 가방이 무거울까 봐 책도 빼놓고 왔다. 그런데 그냥 이렇게 무료한 듯 앉아있는 것도 참 좋다. 문득 이 커피숍 이름이 평화다방이었지.
'이 공간이 나에게 진정한 평화를 주는구나.'
아이는 힘들게 단어를 외우고 있는데 혼자 새어 나오는 미소를 주체할 수 없다. 가끔은 이런 일탈도 좋다. 아이는 시험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하며 물어보는데 나는 꼭 붙을 거라고 안심을 시키면서 '떨어지면 또 오면 되지? '라며 속으로 생각한다.
아이 시험 보는 동안 카페 건너편 영풍 문고도 가고 알라딘도 들르고 오랜만 강남 산책도 하려 한다. 해줄 건 없고 그냥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는 주는 것이 다이지만 고딩 엄마도 힘들다. 아이는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더니 2학년이 주는 무게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 지방 일반고이지만 K-고딩의 일상이란... 말을 아낀다. 이런 좋은 날!
이렇게 한 달이나 두 달에 한번 정도 서울 나들이도 좋을 것 같다. 아이와 함께 서점도 가고 한창 물욕 오른 아이를 위한 쇼핑도 하고 말이다. 나야 시간이 나지만 아이가 시간이 날런지.. 그래도 지금 이순간 지친 일상 속 나에게 작은 행복과 평화가 찾아와 준 것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