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세 Dec 03. 2023

사랑

사랑이 거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자본주의가 너무 당연해져서일까, 사람들은 사랑도 거래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스펙이 낫고 못생긴 사람이 아름답고 고 스펙인 사람과 만나는 것은 이득이고, 그 반대는 손해이다. 연애와 결혼은 나의 희생과 이득을 계산해 희생이 더 크다면 할 필요가 없다. 그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아름답거나 부유한 파트너를 가진 사람들은 비싼 가방이나 차처럼 자신의 파트너를 자랑하기도 한다.


 거래의 관계가 가진 문제점은 거기에 어떤 감동도, 아름다움도 없다는 것이다. 내가 아름다운 애인을 가진 이유는 내가 부유하거나 아름답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와 거래에 합의할 만한 것을 내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로에게 감사할 이유도, 감동받을 이유도 없다. 상대방이 가진 것이 없어지거나, 결격사유가 발견됐다면 헤어지는 게 당연하다. 그건 불공정 거래이니까.


 하지만 사랑은 거래가 아니다. 아름답지 않다면, 감동적이지 않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사랑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다. 상대방이 가난함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게 사회적인 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곁에 있어주는 게 사랑이다.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내 목숨도 내놓을 수 있어야 사랑이다. 이런 관계를 만드는 데는 많은 희생이 필요하다. 상처받을 위험을, 바보 같아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내가 준 것만큼 상대방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하면 손해이고, 이로 인해 나는 바보가 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선물의 의미를 잊었다. 선물은 순수한 '줌'이다. 돌려받기를 바라고 주는 것은 선물이 아니라 거래이다.


 거래의 관계로만 세상을 살아도 큰 문제는 없다. 동물들은 희생 없이 잘 살고, 먹고, 번식한다. 하지만 난 진심으로 당신에게 묻고 싶다. 죽는 순간 정말로 "그래. 이만하면 내 인생은 성공적인 거래였어"라고 생각하고 싶은가?? 생각만 해도 눈물 나는 사람도,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한 사람도 만들지 못하고 죽고 싶은가??


 적어도 난 그렇게 못하겠다. 어쩌면 사랑을 포기하기에 나의 욕심이 너무 많은 걸 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직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어 더 좋은 것을 위해 희생할 에너지가 충분한 걸 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이 거래라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마지막 말은, 쉽게 얻은 것, 당연한 것은 당신에게 어떤 가치도, 감동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비록 정비례는 아닐지라도, 가치와 희생은 비례한다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언어와 가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