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
글을 쓰고 게재하는 것은 분명히 독자를 의식한 행위이다. 만약 독자를 의식하지 않는다면 글을 쓸 이유는 있지만 게재할 이유는 없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글을 쓰는 이유는 글쓰기 자체에 있기보다는 게재에 있을 것이다. 타인에게 내 생각을, 내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나에게도 글을 쓰는 목적은 같다. 하지만 이게 단순하지 않은 게, 사람들의 반응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언뜻 모순적이다. 사람들에게 말을 하고 싶지만 사람들의 반응이 중요하지 않다니. 그럼 아무도 내 이야기에 관심 갖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건가? 이에 대한 나의 답변은 '그렇다'이다. 하지만 그러면 다시 왜 게재하는가 라는 질문으로 돌아간다. 분명히 나는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란다. 그런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도 상관없다니.
이게 나만의 특징인지, 아니면 보편적인 작가들의 특징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감정은 평소 주변사람들의 평가나 시선에 크게 상관하지 않는 나의 성향과 일치한다. 나는 내가 혼자 살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나도 누군가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나도 사피언스 중 하나이고, 사회적인 욕구가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 하지만 그게 내가 유명해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나에게는 좋은 친구들과 가족, 동료들이 있고, 이걸로 충분하다. 나는 전업 작가가 아니므로, 내 글에 아무도 반응하지 않아도 실질적인 위험은 없다. 그럼 친구들과 대화하면 되지 왜 불특정 다수에게 말을 걸고 싶은 걸까? 거기엔 분명 다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다시 '배설'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작가들은 말하고 싶은 욕구를 참을 수 없는 것이다. 더 깊은 목적 따위는 없다. 작가들에게 글을 쓰고 게재하는 것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