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12월 11일
실레와 클림트를 만나러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비엔나 레오폴드 미술관에 전시된 실제 작품들을 그대로 옮겨왔다고 하네요. 이러한 사실 하나만으로 익숙하지 않은 박물관을 방문하는 제 모습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비엔나에 있는 작품을 그대로 가져왔다면 실레와 클림트의 그림을 보기 위해 비엔나로 향했던 사람들은 작품을 볼 수 없는 걸까요?
만약 특정 작가나 혹은 작품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났는데 작가의 작품들이 무더기로 다른 나라로 이동한 상태라면 무슨 감정이 들까 하며 혼자 상상을 해보았네요.
그림에 대한 지식이 깊지 않은 저에게 비엔나에 있는 작품이 직접 한국으로 날아왔다는 소식이 ‘진품’을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 여겨 익숙하지 않은 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많이 알려지고 노출된 그림 외에는 알지 못하는 저의 시각으로 본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방문기입니다.
클림트의 그림이 시작입니다.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에 이끌려 걸음을 멈춘 채
첫 번째로 사진을 찍은 작품입니다.
이러한 인물화를 볼 때면 인물을 상상하며 그렸는지 아니면 실제 인물을 보며 그린 그림인지 매번 궁금해집니다.
얼굴이 향한 방향은 각각 다르지만 시선은 캔버스를 그리는 작가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치 그림 속에서 저를 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차례대로 카를 몰, 안톤 파이슈타우어의 작품입니다
한적한 길목에 앉아 캔버스를 꺼내 들어 그림으로 담아내고 싶지만
네 상상만 하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에른스트 슈퇴어의 ‘호숫가의 남녀’라는 작품입니다.
남녀가 무언가를 보고 있지만 어떤 것을 보고 있는지 상상해 보라며 작가가 의도한 것일까요?
나무판자와 여성의 팔이 무언가를 가려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걸까요?
오스카 코코슈카의 작품입니다.
설명할 수 없는 느낌에 이끌려 사진을 찍었습니다.
색이 채워지지 않았음에도 저를 이끄는 무언가가 있네요.
이 그림을 보기 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익숙한 작품이기에 더욱 ‘진품’이 맞을까 하며 근거 없는 의심까지 들기도 했죠. 그러한 엉뚱한 의심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 앞에 서서 몇 분을 서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진으로, 핸드폰으로, 심지어는 책표지로 보았던 실레의 그림을 이렇게 마주한다는 건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살면서 처음 마주한 익숙한 듯 새로운 ‘진품’이었기 때문인데요.
그냥 계속 서있었습니다.
저와는 다르게 가볍게 보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고
“우와” 하면서 보는 사람, 작품 가까이에 붙어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 동시에 작품 가까이서 사진을 찍는 사람을 몰상식하다는 듯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는 사람도 있었죠.
아마 저는 작품을 보는 것과 함께 작품을 대하는 사람들을, 다양한 모습들을 함께 구경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에곤 실레의 그림을 좋아하나 봅니다.
‘스스로를 보는 이 II’, ‘어머니와 두 아이 II’
두 작품에도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못지않게 오래 서있었습니다.
어머니와 두 아이 II는 크기가 담기지 않네요.
큽니다.
많이요.
풍경화도 너무 좋았습니다.
입체적인 듯 입체적이지 않은 집들의 표현이 신기했습니다.
그림에 색을 더하는 건 새로운 숨결을 부여하는 것 같네요.
어느덧 전시의 끝에 도달했습니다
출구를 앞둔 저는 이대로 나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역주행을 했습니다. 왔던 길 그대로 돌아가 다시 전시회를 구경했습니다.
지금 아니면 언제 이렇게 비엔나에서 날아온 ‘진품’으로 가득한 전시에 있을 수 있냐는 생각과 함께 말이죠.
전시회장을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이 그림 또한 에곤 실레가 그린 그림인데요
피아노를 연주하는 외삼촌의 모습을 그렸다고 합니다.
(유리벽 안에 있는 작품을 찍어서 반사가 있네요.
외부에서 사진을 가져와 첨부했습니다.)
이 그림에서 독특했던 건 악보와 손 부분이 마치 움직임을 표현하려는 것처럼 뿌옇게 담아냈다는 점입니다
악보를 넘기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담아내려고 했던 걸까요?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저는 출구로 향했습니다.
전시회장으로 들어가기 전 수많은 굿즈들이 진열된 곳에서 사람들이 이것저것 사가는 모습을 보았는데 어느덧 저도 이것저것 사가는 사람들의 행렬에 몸을 맡겼네요.
마음에 드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으나 잘 참고... 매표소에서 받았던 티켓 하나만 주머니에 넣은 채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그림에 대해 정말 하나도 모르는 저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기다림이 있었고 본격적으로 전시회장에 들어갔을 때도 사람들 속도에 맞춰 작품들을 관람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으나 이 또한 경험이라면 경험일까요.
한때 모작에 빠져 고흐의 그림을 무작정 그렸던 기억이 나네요.
무엇이 저를 그림으로 이끌었던 걸까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감정이었을까요.
응축된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지금은 그림을 멈춘 상태이지만 언젠가는 다시 그리지 않을까요.
그렇게 기다리고, 사람들의 속도에 따라가기도 하고,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게 틈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사람들을 멈추게 한다는 건 참으로 좋은 것 같습니다.
그게 그림이든, 음악이든, 글이든 말이죠.
이건 아이패드로 그린 그림입니다.
어쩌면 이 자화상이 저를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저에게 있어서는 첫 번째입니다.
에곤 실레를 알게 된 첫 번째 작품이자 에곤 실레의 첫 번째 모작이 된 작품입니다.
사람들을 멈추게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네요.
이상 방문기를 마칩니다!
꼭 다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