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찌질함'은 있다

<아주 당연한 인생의 12가지 사실>_#1

by 희성
오늘은 언제쯤 잠들까


나는 자려고 누울 때마다 습관처럼 '오늘은 언제쯤 잠들까' 생각한다. 정말 피곤한 날이 아니면 매번 잠드려고 애를 써도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떠오른다. 이렇게 무한히 펼쳐지는 상상과 망상의 나래를 오락가락하다 보면 한 두시간이 우습게 지난다.


더구나 사소한 기억까지 담아두는 탓에 혼자 낯부끄러워져 '이불킥'을 하는 일도 잦다. 굳이 좋게 말하면 하루를 돌아보며 자아 성찰을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지만, 내가 하는 '이불킥'은 자아 성찰과는 거리가 멀고 항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발전이 없는 제자리걸음이다. 다시 말해 나는 생각이 많을 뿐 생각의 깊이는 없었다.


문제는 잠들기 전에만 생각이 많은 것이 아니다. 항상 제자리걸음만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발전이 없고 해결되지 못한 생각들이 떠올라 평소에도 딴생각에 자주 빠진다. 놀러 갈 때도 마찬가지다. 자차가 있는 친한 대학 동기 형과 같이 놀러 갈 때면 나는 조수석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말없이 딴 생각에 빠졌고, 그때마다 형은 '기분 안 좋냐'는 말과 함께 '또 다른 생각 한다'라며 핀잔을 줬다.


언젠가 형으로부터 '너는 뭔가 쫓겨 사는 것 같다'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평소에도 그렇고 놀 때도 혼자 고민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이런 특성은 좋게 얘기하면 신중한 것이지만, 너는 좀 지나칠 정도라며 생각과 고민을 털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었던 날 정말 처음으로 내가 다른 생각에 잠기는 진짜 이유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아 봤다.


흔히 없어 보이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고 '찌질하다'라고 말한다. 다만 이 말은 사전에 등재된 표준어는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말은 ‘지질하다’로 ‘보잘것없고 변변하지 못하다’, ‘싫증이 날 만큼 지루하다’는 뜻이다.


물론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찌질하다’는 ‘지질하다’를 강조하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그래도 굳이 뜻을 적자면 ‘매우 보잘것없고 변변하지 못해서 싫증이 날 만큼 지루하다’ 정도가 될 것이다. 참으로 말하는 것도 꺼려질뿐더러, 듣는다면 매우 기분 나쁜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말을 듣기 싫어서, 없어 보이고 지루해 보이기 싫어서 괜히 있어 보이는 척을 많이 한다. 어떤 기준으로 없어 보이는 것과 있어 보이는 것을 구분 짓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어울리는 무리 혹은 속한 집단에서 크게 다르지 않으면 '찌질하다'는 소리를 들을 일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찌질하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부단히도 남들과 같아지려고 애를 쓴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남들에게 '찌질해' 보이지 않기 위해 나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쓴다. 재미없는 내 생각에 남들이 지루해하지 않게 하기 위해 말하기보다는 남의 얘기를 듣기만 한다. 물론 티는 다 나겠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것은 나를 감추려고 애쓰는 일이 꽤 어렵다는 것이다.


출처: 심리상담사 웃따 유튜브 캡처(왼쪽) / 마이크 임팩트 작사가 김이나 특강 캡처

어릴 때부터 누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특히 나이 차이가 있는 누나를 둔 친구들이 '그래도 누나가 챙겨준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 부러웠다. 또래의 부모님들보다 연세가 많으신 우리 부모님과 나 사이에는 세대의 간극이 있고, 한 살 터울의 동생과는 자주 투덕거릴 뿐이었다. 그래서 문제가 있을 때도 가족들에게 생각을 털어놓는 것보다, 혼자 삭이는 방법을 찾곤 했다.


산책이나 호수, 산, 바다에서 그냥 앉아있는 것은 내가 고민을 잊는 여러 가지 방법의 하나다. 그리고 다른 방법 중 하나는 영상 시청을 통해 다양한 생각들이 넘쳐나는 곳에서 떠도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들을 생각 없이 떠돌다가 우연히 알게 된 '랜선 누나'들을 통해 내 고민이 해결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일방적으로 그분들의 얘기를 들었을 뿐이지만, 신기하게 누군가에게 내 고민을 말한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 분은 심리상담사로 영상에서 '생각이 많은 사람이 이것을 꼭 고쳐야 할까'라는 질문과 함께 자문자답으로 '어차피 고치고 싶어도 못 고친다'라고 하시며, '유별난 사람에서 특별한 사람으로'라는 말을 인용해 어떻게 하면 이런 성격을 잘 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얘기를 풀어나가셨다.


다른 한 분은 작사가로 '찌질함'이 용서받을 수 있다고 하셨다. 만 작사님이 말씀하시는 '찌질함'은 원래의 뜻과는 반대된다. 작사가님이 말씀하시는 '찌질함'은 남들보다 조금 더 과잉되어 거슬리는 것으로, 그들 눈으로 보기에 멋스럽지 않아 우리가 깎아내리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남들보다 조금 더 과잉된 것은 반대로 내가 남들보다 더 가진 무언가며, 그래서 나도 모르는 내 재능과 연결된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다시 말해 우리가 깎아내리려는 '찌질함'은 '보잘 것없고 지루한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내가 더 많이 가진 나만의 재능이다.


그래서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은 두 분 '랜선 누나'의 말을 듣고 '생각이 많은 내 찌질한 모습은 유별난 것이 아니라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가진 재능이고, 이 특별함을 좋은 쪽으로 발전시켜보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리고 처음으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니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


언제부턴가 세상에는 '서투른 플로리스트'가 넘쳐 나고 있다. 이들은 꽃을 다루는 기술을 배우지 않아 무엇이 꽃인지 꽃망울인지도 모른 채 무작정 가위부터 들이민다. 특히나 아직 아름다운 꽃이 아닌 망울은 이들에게는 큰 관심거리가 아니며,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가차 없이 잘라버리려 한다. 그리고 이들은 얼마나 서투른지 가위질을 하다 자기에 손에 상처를 내기도 부지기수다.


우리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남들에게 찌질해 보이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쓰고, 남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이 싫증 나며 지루하고 심지어는 질려버리기까지 한다. 그리고 나는 ‘왜 나는 남들이 가진 것을 같지 못했을까'하며 다른 사람들의 재능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스스로가 싫증을 느끼는 내 모습은 보잘것없고 변변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나만이 꽃피울 수 있는 나만의 재능이다. 그래서 정말로 고민해야 하는 것은 내 '찌질함'을 남들 눈에 보기 좋게 잘라내려는 고민보다, '어떻게 하면 아름답고 향기롭게 꽃피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다.


'물은 0도에서 언다'라는 당연한 사실은 당연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마찬가지로 '나는 나'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왼손잡이에게 '너는 왜 왼손잡이니'라고 물으면 뭐라 대답해야 할까. 원래 그렇다는 답변이 돌아올 뿐이다. 스스로에게 '너는 왜 이런 모양이니'라고 물음을 던져보자. 그리고 대답하자. 원래 이렇게 생겨먹었다고.


아직 피지 않은 꽃망울 같은 지금의 내 모습은 마음에 들 수도 혹은 아주 보잘것없어 보여 잘라버리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라는 꽃망울은 세상에 단 하나뿐이며, 보잘것없어 보이는 지금의 모습과 달리 어떤 아름다운 꽃이 피게 될지는 자신조차 모른다.


그래서 꽃망울인 우리가 나에게 할 수 있는 노력과 기대는 찌질한 내 모습을 잘라내려는 것보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한 돌봄이 아닐까. 더구나 어른이 되기 전 20대는 찌질하더라도 용서받을 수 있다고 하시는데(어른이 되는 나이는 각자마다 다르지만).


그리고 내 '찌질함'을 꽃피우기 위한 노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찌질함'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에게 ‘그건 너의 재능이야!’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 서로의 '찌질함'을 잘라내기 보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도와주고 사랑해 준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다양한 재능으로 향기로워지지 않을까.


아주 당연한 인생의 12사실 중 첫 번째

누구에게나 찌질함은 있다



<심리상담사웃따 - 생각이 많고 예민한 사람 5가지 특징과 4가지 해결법>

https://www.youtube.com/watch?v=4OftQCBFICE&list=LL&index=21&t=0s


<마이크 임팩트 - [청페강연] 찌질한 나를 사랑하는 법 - 김이나>

https://www.youtube.com/watch?v=xm3qNVvgIG0&list=LL&index=29&t=3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