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비가 내리는 것이 싫었다. 특히 체육 수업이 있는 날 내리는 비는 초중고를 다 통틀어도 싫었다. 아마 뭇 남자라면 비슷한 이유로 비 내리는 날을 싫어했을 것이다. 비가 오면 운동장에 물이 고여 축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마 기억이 맞다면 이 시는 앞서 말했듯이 축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쓴 시다. 다만 개연성은 없고, 시에서 말하는 소중한 것과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당시 축구보다 더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길래.
어릴 땐 싫었던 비오는 날이 점점 상급학교로 진학하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덜 싫어졌다. 들으면 들을수록 지루해지기만 하는 수업을 들을 때 비가 내리면 선생님과 칠판을 보던 눈을 괜히 창밖으로 돌려 유리에 맺혔다가 없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새 들어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문구를 참 많이 봤다. 지나가며 길가에 붙여진 현수막에서 본 기억부터 마음이 혼란했던 시기에 괜히 한 번씩 찾아봐서 더 많이 보게 된 이 문구의 유래는 이러하다.
어느 날 다윗 왕이 반지 세공사에게 "나를 위한 반지를 만들되, 반지에 내가 전쟁에서 이겨 기쁠 때 교만하지 않도록, 내가 절망에 빠져 낙심할 때도 좌절하지 않고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글귀를 새겨넣어라"라고 지시했다. 이에 반지 세공사는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다. 그러나 반지에 새겨 넣을 글귀로 인해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 현명하기로 소문난 왕자 솔로몬에게 간곡히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솔로몬 왕자가 알려준 글귀가 바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문구였고, 세공사가 이 글귀를 반지에 적어 왕에게 바치자, 다윗 왕은 흡족해하고 큰 상을 내렸다고 한다.
언젠가부터 비 오는 날이 덜 싫어진 것을 넘어 조금은 좋아졌다. 물론 정확히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비가 그친 다음 날에 대한 기대로 인해서다. 비 오는 우중충한 하늘을 보다가 그런지는 몰라도 비가 그친 뒤의 하늘은 유독 파랗다.
거친 비를 쏟아냈던 무수한 회색 구름도 비가 그친 다음엔 새하얗게 변한다. 그래서 유독 파란 하늘이 새하얀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을 때 보다 더 아름답다. 그리고 가끔 그치기 전엔 평소엔 볼 수 없던 무지개도 볼 수 있다.
비 오는 날은 우리가 겪고 있는 지금과 너무 닮았다. 당연했던 일상이 없는 요새는 비 오는 날 우산을 써야 하듯이 항상 마스크를 써야 한고, 언제쯤 비가 그칠까 하며 기다림에 지친다. 더욱이 앞으로도 쉽사리 그치기를 낙관하지는 못한다. 다만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며 그저 비가 그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언젠가 비는 그친다는 것이다. 삶 또한 그렇다.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듯이, 이 우리 삶에도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칠 비가 온 뒤의 하늘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우리의 삶도 고난 뒤에 더 아름다워 보인다.
아주 당연한 인생의 12가지 사실 중 열 번째
비는 반드시 그치고, 다음 날의 하늘은 평소보다 더욱더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