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아주 당연한 인생의 12가지 사실>_#4
포기란 배추를 샐 때나 하는 말이다
대학 졸업 후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주한 어려운 상황 때문에 매우 힘들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입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코로나로 인해 시험이 두 번이나 연기되는 상황에 부닥쳤었다. 더구나 같은 기간에 체육시설 폐쇄로 좋아하는 운동도 못 하게 되었고, 고민을 털고자 어딘가로 떠나지도 못하게 되어 그야말로 갇혀버린 상황이 되었다.
이는 난생처음 겪어보는 ‘교착상태’였다.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살아왔지만, 그럭저럭 앞으로 잘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도무지 내가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어려움에 빠졌다. 물론 상황에 흔들리는 것은 좋지 않지만, 애매한 상황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손 쓸 수 없는 이 상황은 여태까지 내가 해 왔던 모든 선택이 어리석었다고 느껴지게 했다. 왜냐하면 선택의 갈림길에서 결정은 언제나 내 몫이었고, 그래서 누구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하는 이런 선택들이 내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렇게 상황에 시달리고 스스로가 어리석게 느껴지다 보니 그동안 가져왔던 꿈과 목표 의식이 하찮아 보여 그냥 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차올랐다. 더구나 남들에겐 '포기란 배추를 샐 때나 하는 말이다'라며 해오던 객쩍은 소리가 떠올라 스스로가 더 한심했다.
한심한 나날이라고 생각하던 중 다행히 코로나 확산이 잠시 소강상태가 되어 시험을 치를 수 있었고, 마음도 조금은 편안해졌다. 한결 편한 마음으로 시험 결과를 기다리며 집에 있는 어느 날 우연히 초등학생 시절 썼던 일기장을 찾았다. 초등학교 4~5학년 당시 쓴 일기였는데, 일기를 읽으며 그때를 기억하는 것은 재밌었다. 특히나 지금 보면 별것 아닌 일들을 적어 놓은 일상에 웃음이 났다.
그런데 레크리에이션 활동 중 지고 있는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역전해서 이겼다는 별 특별한 경험도 아닌 일기를 보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11살짜리 꼬마가 별일도 아닌 일에서 찾아낸 느낀 점이 대견했고, 불과 얼마 전까지 흔들리던 내가 너무나 한심스러웠다. 이미 어릴 적부터 함부로 포기하지 말자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커 가며 그 때의 마음을 잊어버리고 살아왔다. 잊고 있었던 오래된 마음을 다시 봤을 때 너무 반가웠고, 상황에 치여 소중한 것을 무언가를 원할 때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잊고 살았다고 생각했다.
2004-05 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팀 리버풀FC 흔히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말한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을 쓴 드라마를 보며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스포츠를 보며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경기는 강팀에 끌려가던 '언더독'이 역전이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을 뒤집는 것이다.
터키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쓰인 '이스탄불의 기적'은 21세기 축구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경기로 손꼽힌다. 2004-05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경기로 잉글랜드의 리버풀FC와 이탈리아의 AC밀란이 써 내린 각본 없는 드라마다.
경기 전부터 양 팀의 전력 차이는 뚜렷했다. 당대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밀란의 베스트11은 유럽 최강을 넘어 지구 최강의 선수들이었다. 반면, 리버풀의 베스트11은 밀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모든 면에서 밀렸다. 경기도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리버풀은 밀란에게 전반에만 세 골을 내주며 0-3으로 끌려갔다.
만일 이대로 경기가 종료되었다면 굳이 최고의 경기로 회자 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리버풀은 후반 세 골을 몰아치며 3-3까지 따라붙었고,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결국 승부차기에서 승리하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강팀에 끌려가던 '언더독'이 도저히 역전이 불가능을 해 보이는 상황을 뒤집는 순간이었다.
이와 같은 리버풀의 역전극에는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시간'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라는 두 가지 필수적인 요소가 있었다. 전반 45분에만 세 골을 내줬지만 아직 후반 45분이 남았고, 세 골 차로 지고 있지만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필수적인 요소 위에서 기적과 같은 일이 생겼다.
'함부로 포기하지 말자'라는 어릴 적 일기에 노력에 대해서는 적지 않았는데, 왜 선생님께서 노력하는 사람을 언급하셨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노력하는 사람에게 기회와 행운이 따라온단다'라고 적어주신 답글의 의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다. 어쩌면 노력한다는 말의 다른 의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아닐까.
그러니 무언가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곰곰이 생각해보자. 현재 치르고 있는 경기가 몇 분에 몇 대 몇 상황인지. 역전이 불가능한 종료 1분이 남은 상황에 0대99라는 역전할 수 없는 점수 차이인지. 혹시 0대0 상황임에도 단순히 상대가 강해 보인다는 이유로 포기하려 하는 것은 아닌지.
혹은 정말로 지고 있더라도 아직 우리에겐 역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포기하지 않으면 역전의 기회는 반드시 오기 마련이다. 결국, 우리가 포기해야 할 순간은 없다는 뜻이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한 번뿐인 인생이란 경기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매일 포기하지 않고 살아온 우리들은 이미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무엇이 더 필요한가. 어떤 상황이었든 살아온 것 자체가 노력이었으며,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을 우리들의 삶에는 기회와 행운이 따를 것이다. 파이팅.
아주 당연한 인생의 12가지 사실 중 네 번째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기회와 행운이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