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로부터 영겁의 어둠을 차갑게 헤매던 소행성은
난생처음 보는 푸른 지구에게
서서히 아주 서서히 이끌리었다
이제 더는 헤매지 않아 행복한 소행성은
지구가 휘어놓은 시공의 궤도에
서서히 아주 서서히 갇혀갔다
그러던 어느 날
지구의 궤도를 돌던 소행성에게
어린 왕자가 장미를 심어놓고 간 어느 날부터
사랑을 알게 된 소행성은 꽃을 건네려 지구에게 향했다
그제서야 지구의 대기에 다다라서야
어린 왕자의 꽃은 진작에 타버릴 정도로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가까워져서야
지구는 태양의 시공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소행성은 행복했다
뜨겁게 타들어 사라져감을 따듯함이라 여겼다
희박한 대기를 호흡하며 잠시나마 숨 쉴 수 있었다
결국 너의 존재로 인해 행복한 소행성은
태초와 같이 우리가 될 수 있음에 눈물 흘리며
빠르게 아주 빠르게
지구에게로 파랗고 장렬하게 산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