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fovator Jun 06. 2019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지 않은 자와 대화하지 말 것

[독서법] 관독으로 재조명한 재독의 중요성

재독하지 않는 자와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지 않은 자와 인생을 논하지 말라."

이런 말이 있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같은 책을 세 번 이상 읽지 않은 자와 그 책에 대해 논하지 말라."


혹자는 이 말에 반대하며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읽을 책이 얼마나 많은데, 같은 책을 두 번 이상 읽어야합니까? 시간낭비 아닌가요?"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명확하다.

"그렇지 않습니다."


재독은 무엇인가?

  재독은 독서가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독서법이다. 재독이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같은 책을 다시 읽는 독서법을 말한다. 나는 재독이 가장 완벽한 독서법이라고 확신한다.


  [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저자 고영성 작가는 '재독은 자아의 시간여행'이라고 표현한다. 그 말인 즉슨 독서는 단순 정보를 주입하는 수동적 행위가 아니라 본인의 관점을 끊임없이 시험하고, 기존의 세계관을 해체하거나 강화하는 동적이면서도 능동적인 행위라는 뜻이다. 책은 그 자체로서 완성되지 않는다. 책을 읽는 주체, 즉 독자의 상황에 따라 같은 텍스트여도 다르게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독서란, 현재의 자아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정의한다. 책을 읽는 당시의 나의 고민, 세계관, 자아정체성을 책이라는 매개물을 통해서 읽는 행위가 독서인 것이다. 그래서 재독하면 과거에 그 책을 읽는 나를 마주할 수 있다. 재독은 자아의 시간여행이다.


세상도 변하고 내 관점도 변하고...

  [책의 정신]을 쓴 강창래 작가는 모든 책은 저마다 편견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책으로 집약된 모든 정보들은 '사실'이라기 보다는 사실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며, 2차적으로 이를 재해석한 독자의 '재해석'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세계는 변화하며 우리 역시 변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시시각각 바뀌고 있으며, 인간은 환경에 종속적일 수밖에 없다. 환경에 대해 완전히 독립적이고 자유로울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쉽게 말하자면 환경은 항상 변하고 있고, 그 환경에 처한 나 자신의 사고도 항상 변하기 마련이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은 진화의 역사에서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적응은 변화를 내포하며, 변화를 요구한다. 결국 완전한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그 객관성이 변화하지 않고 일관적이고 연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재독이 필요하다.


관독하니까 재독해라

  또한 책을 읽는 행위는 철저히 관독에 의존한다. 관독이란 특정 관점을 탑재한 상태에서 책의 정보를 습득하는 독서법을 의미한다. 앞서 말했듯 세상은 변화하고 이에 따라 인간은 적응하므로 인간의 사고틀 역시 변화한다. 넓게보면 세상을 대하는 세계관이 변하고, 좁게보면 같은 책을 읽는 관점도 변한다. 정리하자면 세계가 변화하고 이에 적응하는 우리 역시 변화하므로 관점은 바뀌게 되어있다. 이렇게 독서는 규모가변적이기에 재독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관독하기 때문에 재독해야한다. 관독을 통한 재독. 이러한 독서법의 효용은 크게 세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재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

  첫째, 재독은 성장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앞서 말했듯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재독을 하게 되면 나의 관점이나 배경지식이 그동안 얼마나 확장되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세계관이 넓어지고 배경지식이 많아졌다면 자기효능감이 높아질 것이다. 반대로 설령 정체되었거나 퇴보했다고 느낀다면 반성적 사고를 통해 성장의 씨앗을 뿌리게 될 것이다. 재독은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둘째, 재독은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는 탈출구이다. 어찌됐건 변화는 인간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적응에는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특히 무차별적으로 새로운 정보, 신간이 쏟아지는 현재의 출판시장에서는 그만큼 해악에 가까운 책들도 많이 태어난다. 출판시장이 넓어졌다는 것은 지식의 민주화를 뜻하므로 그 자체로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그만큼 오류로 가득한 책들과 거짓을 말하는 책도 많아졌다는 것은 명백하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에 읽었던 양서와 명저를 다시 읽는 것은 변화의 파도 속에서 덤덤히 자리를 지키는 섬에 정박하는 것과 같이 안도감을 준다.


  셋째, 우리는 재독을 통해 해독할 수 있다. 세계관이 넓어지고 지적 영역이 확장될 수록 판별력 또한 진보한다. 과거에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던 책이 다시 얽어보면 악서였음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래서 재독을 한다는 것은 해독을 하는 것과도 같다. 재독은 기존의 착각과 오해에서 우리를 벗어나게 해준다. 그리고 이를통해 우리는 겸손해질 것이고 반성적 태도와 겸손은 성장을 위한 발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재독해야 한다. 지금 당장 책장에서 케케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읽었던 책을 재독해볼 것을 강력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경계하기 위해 질문해야 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