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의 두 가지 조건
출판물 과잉시대 : 정보의 쓰나미
통계에 따르면 연간 3만 여권의 책이 출판시장에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인구 10만 명당 60여권의 신간이 출간되는 셈이다. 이는 출판사를 통해 유통되는 책만 집계된 수치로서, 독립출판물이나 인터넷 상에 게재되는 온라인 구독물들의 수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한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정보의 바다를 넘어 정보의 쓰나미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욱 적합할 것 같다. 단순히 생각하면 좋은 현상이지만, 꼭 그렇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정보의 양'이 늘어난만큼 '정보의 질'이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출판되는 도서가 늘어났다고해서 양서나 명저가 비례하여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정보의 쓰나미 시대에서는 되려 양서나 명저들이 그렇지 못한 책들에 의해 가려지거나 사장될 수 있다.
좋은 책을 고르는 가장 간편한 두 가지 방법
그래서 좋은 책을 고를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첫째, 되도록 오프라인 서점을 이용하라!
출판시장이 커진 만큼 마케팅도 고도로 발전하고 있다. 좋은 책을 효과적으로 마케팅하면 금상첨화이지만 좋지 않은 책도 그럴듯하게 포장하기에 좋은 여건이다. (물론 그런 책들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SNS나 온라인 서평 이벤트(리뷰를 작성한 후 보상을 지급하는 마케팅)를 통해 인터넷 상의 트래픽을 높이면 그만큼 잠재적 소비자들에게 노출되기 쉬운 구조이다. 그렇다고 그런 광고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며 비하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는 단순히 광고에만 현혹되어 곧바로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결제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관심이 가는 책을 인터넷 광고로 접했다면, 책 제목을 메모하거나 캡쳐하여 보관했다가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직접 그 책을 펼쳐서 프롤로그와 목차를 보고 책 내용을 스캐닝하는 검증과정을 꼭 거칠 것을 추천한다.
둘째, 책의 가장 뒷 페이지를 살펴라!
대부분의 책들은 가장 뒷페이지에 참고문헌과 색인, 주석, 인용을 기재하게 된다. 문학 카테고리를 제외한 모든 책들은 저자 혼자만의 생각으로 쓰여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집어들고 맨 뒷페이지를 펼쳤는데, 만약 이러한 인용출처 기재 페이지가 아예 누락된 책이라면 과감하게 내려놓을 것을 추천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윤리에 관한 문제이다. 인용출처를 밝히지 않은 책은 작가로서의 윤리를 위반한 것이다.
자극적으로 표현하자면 출처를 밝히지 않음은 도둑질이나 마찬가지다.
2) 인용을 많이 한 책일수록 논리성이 탄탄할 확률이 높다.
모든 주장에는 반드시 근거가 있어야한다. 한 권의 책이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파하는 메시지(주장)이라면 그에대한 근거는 다양한 연구자료와 인용자료이다. 주장에 대한 근거가 많을수록 설득의 힘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처사이다.
3) 인용을 많이한 책일수록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집단지성'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 혹은 경쟁을 통하여 얻게 되는 결과를 말한다. 인용이 많은 책은 한 사람의 주장이 아닌 다수의 주장의 집합체이다. 다시말해 인용을 많이한 책은 한 명의 작가가 쓴 책이 아니라 수많은 지지자들이 함께 쓴 책이되는 것이다. 그러니 정보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재밌는 실험을 소개한다.
제임스 서로위키(James Surowiecki)는 <Wisdom of Crowds>라는 책에서 한 실험결과를 소개했다. 구슬이 가득 든 작은 공들을 유리병 안에 넣어 두고 맞추는 게임이었다. 주식 등 직감이 높다는 투자 예측 전문가 한 명과 다수 비전문가들의 결과를 비교하였다. 비교 결과로 얻은 결론은 다음과 같다. 재미있게도 비전문가 여러명의 의견을 종합한 예측 결과가 정답에 거의 들어맞았다. 전문가의 의견이 비전문가 각 개인보다는 정답에 더 가까운 경우가 존재하지만 집단의 결과를 조합한 예측보다는 항상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이는 우수한 한 명의 직감보다는 덜 우수한 여러 명의 직감의 조합이 더 우수한 결과를 만든다는 집단지성의 이론을 잘 뒷받침하고 있다.
(From wikidipia '집단지성' 검색)
이처럼 비전문가들의 집단지성이 전문가들을 이기는데, 전문가들의 집단지성은 얼마나 강력하겠는가.
4) 직접 읽어보면 안다.
인용이 많은 책일수록 좋은 책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경험적인 데이터 누적으로도 입증할 수 있다. 그냥 많이 읽어보면 알게된다. 그 예로서 데이비드 브룩스의 <소셜애니멀>이나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나심탈레브의 <블랙스완>, <안티프래질>, 국내 서적으로는 신영준, 고영성의 <일취월장>, <완벽한 공부법>의 인용출처를 밝힌 페이지 수를 보면 자명하다. 좋은 책일수록 인용이 많다. 아니 많아야만 한다.
결론
정리하자면, 매일매일 새로운 출판물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SNS를 필두로한 출판관련 마케팅이 우리를 자극하는 시대이다. 나의 소중한 시간과 돈이 효율적인 방법으로 책에 투자되려면 좋은 책을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책을 고르는 타율을 높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오프라인 서점을 이용하라.
둘째, 책의 가장 뒷페이지의 인용, 참고문헌 수를 체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