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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fovator Jun 12. 2019

불안에 떨고 있는 당신에게...

<블랙스완>_나심탈레브 & <소셜애니멀>_데이비드 브룩스


To. Infovator


Infovator씨 안녕하세요, A입니다.

며칠 전 브런치에 올려주신 <블랙스완> 서평 글은 잘 읽었습니다.

글을 읽고 어제 서점에 들러 <블랙스완>을 샀습니다. 요즘 제가 가진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했거든요. 밤을 새워 읽어 내려갔습니다. 어렵지만 흥미롭더군요.

서평에서 말씀하신 대로 '불확실한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가 나심 탈레브가 우리에게 던지는 핵심적인 메시지였습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도 제 삶은 변한 게 없습니다.

아니, 애석하게도 변한 것이라고는 더 불안해지고 힘들어졌다는 사실뿐입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여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나심탈레브가 제시한 해결책들, Infovator님이 서평에서 말씀하신 해결책들도 모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불안하고 힘이 듭니다.

'안다는 것', '이해한다는 것'이 전부는 아닌가 봅니다.

오히려 '알지 못하는 것'이 우리를 더 편하게 하는 부분도 있나 봅니다.

'불확실성'에 대해 더 명확히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제 마음은 배로 불안해집니다.


네 맞습니다. 미래는 불확실함의 투성입니다. 어쩌면 삶은 성난 파도가 언제 몰아칠지 모르는 바다 위에서 작은 뗏목 하나에 의지하는 것과도 같은 것이겠죠. 아무도 내일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불확실하니까요. 바람이 매섭게 불고 파도가 해저 끝에서부터 울렁거리면 제 배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겠지요.

그래서 더 무섭습니다. 불확실한 삶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이를 인정할수록 저는 언젠가 다가올 이 불확실한 미래가 불안하기만 합니다.


이런 제가 바보 같습니다.

그리고 당신과 나심탈레브가 원망스럽습니다.

Infovator 당신은 저에게 이 책을 추천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To. A


친애하는 A씨 안녕하세요, Infovator입니다.

A씨가 보내주신 편지는 잘 읽었습니다.


맞습니다. 우리의 삶이라는 무대는 너무도 불확실합니다. 그래서 저 역시 A씨처럼 두렵습니다. 나심탈레브도 그럴 것입니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동물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생물학적 반응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콜린 캐머러 (Colin Camerer)라는 경제학자의 연구가 이를 잘 설명해주지요.


콜린은 이길 확률을 계산할 수 없는 환경에서 카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뇌에서 공포와 관련된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발견했습니다. 이 실험에 참가한 피실험자들은 그래서 판돈을 한꺼번에 걸어버리는 행위로 공포를 해소하려고 했지요. 그 목적은 게임에서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빨리 이 게임을 끝내고 공포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간은 누구나 공포를 느낍니다.


하지만 제가 A씨에게 해드리고 싶은 말은 우선 우리의 무지를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식론적인 겸손을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A씨는 이를 온몸으로 느끼고 계신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다음이 핵심입니다. 무지하고 모자란 자신을 인정하고 겸손해졌다면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는 바로 "그래서 '불확실한 미래'가 아닌 '확실한 현재'인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A씨의 성찰과 사유의 시간을 돕기 위해 새로운 책 내용 중 한 구절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바로 데이비드 브룩스의 <소셜애니멀>이라는 책입니다. 데이비드 브룩스는 불확실한 세계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든 인간들을 '방랑자'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현명한 방랑자'가 되기 위한 조건을 제시합니다. 바로 '끈기 있게 헤매는 것'입니다. 책의 내용을 발췌해서 읽어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끈기 있게 헤매는 사람은 불확실성을 견딘다. 현명한 방랑자는 존 키츠가 부정적인 역량이라고 부른 '사실과 이성을 초조하게 좇지 않고 불확실성과 수수께끼와 의심 속에서 견디는 바로 그 능력'으로 참고 기다린다. 풍경이 복잡할수록 방랑자는 더 많은 끈기를 발휘한다. 풍경이 혼란스러울수록 방랑자의 조망은 더욱더 관대해진다. 자신의 지식이 얼마나 모자라는지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무지에 맞설 때 자기가 얼마나 허약한지도 알고 있다. 또 자신의 정신이 풍경에서 처음 접수하는 아주 작은 데이터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이론을 만들어낼 것임을 알고 있다. 이것이 이른바 '닻 내리기 오류 (fallacy of anchoring)'이다. 그는 자신의 정신이 가장 최근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이 경우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할 것임을 알고 있다. 이것이 바로 '획득성의 오류 (fallacy of availability)'이다. 그는 또 이미 마음속에 인생이 돌아가는 방식에 대해 고정관념을 갖고 있고 그 관념으로 풍경을 바라본다. 때문에 그는 자기가 바라보는 것을 고정관념에 맞추려고 한다. 이것이 바로 '귀속의 오류 (fallacy of attribution)'이다.
  그는 자신의 약점을 늘 경계한다. 그는 아래에서 올라오는 감각에 주의를 기울인다. 조심스럽게 일반화하고 새로운 감각을 분석하고 다시 그 감각에 초점을 맞춘다. 계속해서 여기저기 방랑하며 외부의 정보를 흡수하고, 이 정보를 내면 깊숙한 곳에 재워둔다. 이런저런 시도를 해본다. 한쪽 풍경을 바라보고 나서 다른 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천천히 느낀다. 새로운 풍경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의 독특한 행동을 마음에 새기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각한다. (중략) 그러다가 어느 지점에서 평온한 순간이 온다. 이때 개별적인 관찰내용이 통일성이 있는 전체로 녹아든다. 이제 그는 마음속의 지도를 가지게 된다. 그의 뇌에 찍힌 풍경의 윤곽은 새로운 곳의 실제 윤곽과 조화를 이룬다. 때로 동조성은 서서히 나타난다. 때로는 영감이 불꽃처럼 피어올라 지도의 초점이 갑자기 선명하게 맞춰진다. 이런 순간에 정신은 이전의 모든 자료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한다. 측정할 수도 없을 만큼 복잡하던 것이 이제는 아름다울 정도로 단순하게 보인다. 마침내 그 순간이 온다. '마침내'라고 했지만, 이 순간은 결코 금방 오지 않는다. 몇 달 아니 몇 년의 끈질긴 관찰 뒤에야, 메마르고 지루하고 절망스러운 시간을 견뎌낸 뒤에야 비로소 모든 것이 촉촉하고 간결해지는 그 순간이 온다. 그리스인은 이 순간을 메티스(metis)라고 불렀다.


자, A씨 어떤가요? 우리 모두는 불확실한 세계에서 공포를 느끼는 방랑자입니다. 이 공포스러운 세계에서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현명한 방랑자가 돼야 합니다. 자신의 한계와 무지를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겸손해져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실수를 하거나 새로운 불확실한 상황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것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경계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더 이런저런 시도를 해봐야 합니다. 그 경험들은 우리의 인식체계를 강화하고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지혜와 영감을 줄 것입니다. 그 시간들을 견뎌낼 끈기만 있다면, 그리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빠르게 실패하고, 빠르게 수정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불확실한 세계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메티스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A씨가 가지고 있는 모든 고민의 뿌리는 '불확실한 미래'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어쩌면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현재'에 있다는 것입니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지만 현재는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초점을 맞추어 살아가는 사람만이 불확실성을 견뎌내고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카뮈 (Albert Camus)의 말로 긴 편지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A씨의 메티스의 순간을 멀리서나마 기원하면서 지켜보겠습니다.


"미래를 향한 진정한 관용은 현재 존재하는 것에 모든 것을 다 바치는 것에 있다"

                                                                     - 카뮈 (Albert Camu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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