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글쓰기> 강원국 p61
자존감과 자존심의 차이는 무엇일까? 자존감은 자신을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와는 별 상관이 없다. 남과 자기를 비교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자존심은 다르다. 남을 의식하고 남의 평가를 기초로 한다. 체면 쪽에 가깝다. 자존심은 걸기도 하고 팔기도 한다. 내세우기도 하고 겨루기도 하는 게 자존심이다. 평가가 좋지 않으면 자존심이 상한다. 좋은 평가에는 자만하게 된다.
<회장님의 글쓰기> p61 강원국
자존심은 늘 타인의 인정을 갈구한다. 아니 인정에 집착한다. 그래서 가슴 속에 자존심을 늘 안고 사는 사람들은 여기저기 눈치를 본다. '다른 사람에게 내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까'를 항상 걱정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공격적인 말이나 행동이 들어오면 움찔하면서 '내 그럴줄 알았다'며 방어태세를 갖춘다.
데프콘 쓰리 발령. 고슴도치처럼 잔뜩 가시를 세우고 '더 이상 내 자존심을 건드리면 가만있지 않을거야!'라며 각을 잡는다.
데프콘 투 발령. 그러다보면 소통에 집중할 수 없다. 내 자존심을 긁는 사람을 찾아내려고 두 눈을 부라리며 상황을 판단하는데 에너지가 집중된다.
데프콘 원 발령. 결국 그 누군가를 잡아내려고 악을 쓰며 파낸 함정에 자기가 빠지고 만다.
만약 자존심은 센데 소심하다면, 홀로 속상해하며 상처받는다. 그런데 자존심도 센데 대범하기까지 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나빼고 모두가 웃고 떠드는 분위기에 찬물을 확 끼얹는다. 조용해진다. 모두가 의아해하고 불편해한다. 민망해서 화난 감정을 과장한다. 제 분에 못이겨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걷다보면 되려 자존감이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쳐진다.
터덜터덜 걷는다. 초라하다. 그렇게 마음이 누그러지면 한 시간쯤 뒤에 친구들에게 개인톡을 보낸다.
"미안해"
1은 사라져도 답장은 없다.
한 숨을 길게 늘여 쉰다. 가로등 불빛에 발끝에서 꺾여진 그림자마저 한심스럽다. 그러다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또다시 자존심은 자존감을 무너뜨린다.
자존감은 자존심과 다르다. 자존감은 나 스스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감정이다. 자존심이 타인에 의해 좌우되는 감정이라면, 자존감은 스스로에 의해 결정되는 감정이다. 자존심이 세면 좌절하거나 자만한다. 자존감이 세면 너그러워지거나 자신감이 생긴다. 자존심이 상대평가라면 자존감은 절대평가다. 누군가 툭 던진 말에 기분이 나쁠 수 있지만 자존감은 이에 대한 면역을 가지고 있다. 누가 뭐라건 나의 길을 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내 기준에서는 잘한 것이기 때문이다. 채점기준을 스스로 세웠기 때문이다. 어제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나으면 그것 만으로 성공이기 때문이다.
어찌 그렇게 잘 아냐고? 나는 사실 자존심이 센 사람이다. 그래서 때로는 사는게 힘들다. 근데 힘든 것은 싫다. 애써 열심히 살아온 내 인생에 대한 평가가 타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강력히 거부한다. 그래서 나는 자존심을 이제 그만 놓아주기로 했다. 자존심을 멀리 날려버리고 그 안에 자존감을 입주시키기로 했다.
- 강원국의 <회장님의 글쓰기>를 읽다가 문득 든 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