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의 글쓰기>
브런치를 시작한 지 벌써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오늘을 기준으로 그동안 총 86개의 글을 써냈고 (블로그까지 치면 약 120개가 넘는 글을 썼을 것이다.) 구독자는 1,068명, 누적 조회수는 296,085회를 기록했다.
1년 차까지는 정말 많은 글을 썼다. 하루에 한 개, 많게는 두 개 이상의 글을 쓰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2년 차에 접어들어서는 아웃풋의 양이 급격히 줄었다. 업무에 치이던 시기라서 절대적인 개인 시간이 부족했다는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지만 사실 변명이다. 어찌 됐건 당시에는 글을 쓰는 게 쉽지 않았다. 구독자 수가 늘어날수록, 나의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 커진 심리도 한몫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를 짓눌렀다. 내 브런치를 구독해주고 기다려주는 분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 봐 불안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바로 글을 쓰기 위한 인풋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글 쓰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써야 할 때 쓰는 사람과 평소 써두는 사람이다. 쓰기 전에 쓸거리가 있는 사람은 여유가 있다. 가진 것 중에 무엇을 쓸까 즐긴다. 흥분하기까지 한다. 이에 반해 써야 할 때 찾기 시작하는 사람은 초조하다. 평소 잘 나던 생각도 나지 않는다. 썼다 지웠다만 반복한다. 즐거움이 아니라 고역이고, 흥분이 아니라 패닉이다. 당연히 결과도 좋지 않다.
-<강원국의 글쓰기> 중, 강원국, 메디치미디어-
서평이라는 장르의 글을 주로 쓰기 때문일까? 내게 글쓰기와 독서는 하나의 일련 된 과정이었다. 인풋의 과정이 독서라면 글쓰기가 아웃풋에 해당될 것이다. 인풋과 아웃풋, 독서와 글쓰기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자면 일종의 깔때기 같은 역피라미드의 구조다. 당시에는 하나의 글을 써내기 위해 읽는 책의 양이 어마어마했다. 결국 글을 쓴다는 것은 경험에 기반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접적인 경험에는 한계가 있다 보니 독서를 통해 간접적인 경험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당시에는 독서량 자체가 많았기 때문에 그렇게 축적된 간접경험들은 결과물에 해당되는 글쓰기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항상 이야기하고 싶은 소재가 넘쳐나서 글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기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기에 항상 쓸거리들이 넘쳐났고, 매일매일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꺼내놓을까 고민하며 머릿속 이야기보따리를 헤짚는 게 즐겁기까지 했다.
평소에 쓴다는 것은 단지 글을 조금씩 쓴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평소 자신의 생각을 생성, 채집, 축적해두어야 한다. 써놓은 글을 조금씩 고치는 것도 포함한다. 나아가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의 흐름 안에서 살라는 뜻이다. 어차피 써야 할 글이라면 미리 써두는 게 여러모로 좋다. 써둔 글에는 이자도 붙는다. 써둔 글이 늘어나면 그 안에서 자기들끼리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서로 관련이 없는 것이 부딪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강원국의 글쓰기> 중, 강원국, 메디치미디어-
글쓰기를 낚시로 비유하자면 낚싯대는 글감에 해당된다. 걸쳐놓은 낚싯대가 여러 개라는 것은 쓸 수 있는 글감이 늘 충분하다 의미다. 그리고 그 낚싯대들의 바늘에 걸어놓는 매력적인 미끼들은 얼마나 재미있는 경험들을 많이 했느냐에 달려있다. 다만 직접 경험에 한계가 있는 우리들은 다양한 간접경험 매체들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더욱 매력적인 미끼를 달아놓은 낚싯대를 많이 확보할 수 있다.
한마디로 좋은 글쓰기의 시작은 인풋의 양을 절대적으로 늘리는 것에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풋은 결국 경험을 의미하며, 돈과 시간을 생각할 때 가장 효율적인 인풋 늘리기의 방법은 독서에 있다. 독서를 하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다. 즉 항상 글감이 준비되어 있는 셈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글쓰기가 즐거워진다.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정돈하여 쏟아낼 때의 쾌감은 글을 써본 사람만이 안다.
2022년에는 더 많은 글을 쓰고 싶다. 더 많이 쓰기 위해서는 더 많이 경험해야 한다. 더 많이 경험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 쓰기 위해 읽는다기보다는 읽다 보니 쓸 것이 많아지는 멋진 2022년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오늘도 타자기 앞에 서기 전에 책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