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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fovator Jul 03. 2019

전문가를 이기는 방법: Connecting Dots

계독으로 전문가되는 방법

Connecting Dots

  스티브 잡스의 명연설 중 단연 최고의 연설은 2005년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이다.

이 연설에서 나온 'Connecting Dots'라는 개념은 이제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큼 유명해졌다. 이 개념은 잡스가 대학을 중퇴하고 캘리그라피 수업을 청강했던 경험이 10년이 지나, 애플의 매킨토시 서체를 만들 때 큰 도움이 되었다는 일화에서 나왔다.

그가 우리에게 주려고 했던 교훈은 지금 현재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는 일들도 서로 연결이 되고 융합되면서 쌓여나가면 미래의 어느 순간에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마치 하나의 점과 다른 점이 연결되면서 선이 되고 그 선이 모여 면을 이루는 것처럼 말이다.


독서는 점을 찍는 일

  이 개념은 독서에 적용해도 맥락이 통한다. 웬만한 다독가라면 한 번쯤 하는 놀라운 경험이 있다. 과거에 읽었던 책들이 한 권, 두 권 쌓이다가 어느 순간 그 책들의 내용이 상호연결이 되고 충돌하며 확장되는 경험이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이 과거에 읽었던, 혹은 미래에 읽게 될 또 다른 책과 만났을 때 빚어낼 지식의 화학작용은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게 한 권, 또 한 권 쌓이다 보면 미래의 어느 순간에는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은 무한한 인식의 지평에 점 하나를 찍어 내는 것과 같다.


계독: 점과 점을 연결하는 독서
  고영성 작가의 <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다독'편에서는 '계독'이라는 개념의 독서법을 설명한다. '계독'이란 어떤 한 분야나 주제를 정해서 그 계보에 따른 책들을 많이 읽는 것을 말한다.

앞서 말했듯 책을 점으로 비유하면 수많은 점들을 찍어내서 상호 연결시키는 행위가 '계독'인 것이다. 점을 이어서 선을 만들어내는 행위가 '계독'이다.


수평적 계독 & 수직적 계독

   나는 고영성 작가가 말한 '계독'의 개념을 보다 세부적으로 쪼개고 확장하여 다루고자 한다. '계독'에는 '수평적 계독'과 '수직적 계독'이 있다.


  '수평적 계독'이란,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연결해나가는 독서법을 뜻한다. 책의 카테고리를 수평적으로 나열하자면 과학, 금융, 역사, 심리, 조직, 마케팅 등 수많은 분야가 있다. 이렇게 각 분야의 책들을 다양하게 읽다 보면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서로 연결되는 부분들이 생긴다. 중요한 것은 서로 완전히 다른 분야의 책들을 읽는 것이다.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의 저자 스티븐 존슨은 '혁신'과 '창의'는 '느린 예감'과 '뜻밖의 발견'을 통해 발화된다고 말한다. 명확한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비가공된 어떤 예감이 서로 무관해 보이는 다른 영역의 예감과 연결되고 충돌하면서 비로소 뜻밖의 발견을 통해 혁신이 탄생한다.

'수평적 계독'은 이러한 '느린 예감'과 '뜻밖의 발견'을 유발하는 독서법이다.


  '수직적 계독'이란, 같은 계통의 책들을 연결해나가는 독서법이다. 과학이면 과학, 금융이면 금융, 역사면 역사, 심리면 심리 이런 식으로 한 분야의 책들을 집중 독서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지점을 깊게 파고드는 독서다. '수직적 계독'만 잘해도 사실 한 분야에서 준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점을 좌우로도 찍고 상하로도 찍어라!

  둘 중에 뭐가 더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곤란하다. '수평적 계독'만 하다 보면 수박 겉핥는 독서가 돼버린다. '수직적 계독'만 하다 보면 한 우물만 파다가 그 구멍에 빠져버려서 넓게 볼 수 없게 된다. 직조 과정을 본 적이 있는가? 씨실과 날실이 베틀을 따라 좌우로 그리고 상하로 교차하면서 얇은 실이 넓은 천이 되는 것을 잊지 말자.

결국 '수평적 계독'과 '수직적 계독'이 단단하고 촘촘하면서도 넓은 지식의 지평을 만들어 나간다. 점은 상하좌우로 이어져야 면이 된다. 


계독의 3:1 법칙

  그래서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수직적 계독' 3권 당 '수평적 계독' 1권을 반복하는 것이다. 경험상 한 분야의 책을 3권 정도 읽으면 대략적인 가닥이 잡힌다. 그렇게 수직으로 3개의 점을 이었다면, 옆으로 옮겨서 새로운 점을 수직으로 3권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세렌디피티를 기대하며

  '뜻밖의 발견'을 의미하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는 단어를 아는가?

세렌디피티는 영국 소설가 호레이스 월폴이 1754년에 쓴 편지에서 처음 만들어낸 이 단어이다. 이는 페르시아의 동화 <세렌디프의 세 왕자>에서 따온 것인데, 이 동화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이 찾지 않던 것들을 우연히 발견해낸다.


  이처럼 수평적으로, 수직적으로 계독하며 하나씩 점을 찍다 보면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점들이 연결되며 세렌디피티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러한 우연의 짜릿함 때문에 책을 읽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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