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는 것이 인간이다_다니엘핑크
BGC 평가
(1) 평점: 4.65 / 5
(2) 분류: 명저
한줄평
우리는 모두 세일즈맨이다!
소감
- 세일즈 책이지만 세일즈맨만을 위한 책이 아닌 책!
- 세일즈에 대한 오해와 편견들을 바로잡아주는 책
- 개인적이고 단편적인 경험적 서술에 의존하는 세일즈 책이 아니다. 과학적 검증과 입증된 이론을 바탕으로 한 탁월한 세일즈 기법을 다룬 서적.
- 각 장의 끝마다 실제 적용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책의 구성 자체가 단순 정보 습득이 아니라 현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공하고 있어서 좋은 책
서평
마케팅팀 김대리는 신제품 출시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Product Manager이다. 그가 하는 일은 세일즈가 아닌 마케팅이다. 김대리는 지난달 향후 개발될 신제품이 나아가야 할 마케팅 컨셉과 방향성을 유팀장에게 설득했다.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빠른 출시가 관건이었다. 그래서 연구팀과 제조생산팀에 제품 개발과 생산이 이번 분기 내에 완료되어야 하는 이유를 납득시키고자 하루 종일 여기저기 전화를 했다. 두 달 뒤, 영업팀에 신제품을 유통시킬 채널과 거래처를 리스트업 해달라고 요청했다. 영업팀은 국내 시장 먼저 출시해야 한다고 했지만, 김대리의 생각은 달랐다. 이번 신제품은 해외시장에 먼저 출시되고 입지를 다진 후 국내에 들어와야 성공적일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대리는 영업팀 박차장과 강전무와 논쟁에 가까운 논의를 하였고 끝내 조직 전체의 의사결정을 한 곳에 모았다. 신제품이 출시되어 해당 거래처에 납품되었고 소비자 반응을 살피는 리포트를 작성했다. 바쁜 일과를 마친 김대리는 마케터로서 신제품을 출시한 것에 대해 뿌듯함을 느꼈다. 그는 세일즈맨이 아닌 마케터임이 자랑스러웠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김대리는 세일즈를 한 것이 아니라 마케팅을 한 것일까?
우리는 그동안 세일즈라는 행위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정의했다. <파는 것이 인간이다>의 저자 다니엘 핑크에게 위의 질문을 한다면 그는 김대리도 세일즈를 한 것이라고 답변할 것이다.
다니엘 핑크는 '비판매 세일즈'라는 개념으로 이를 설명한다. '비판매 세일즈'란, 타인으로 하여금 구매하게 만드는 활동이 동반되지 않은 판매를 뜻한다. 조금 더 풀어서 말하자면 세일즈를 단순히 거래행위의 Closing Task 자체로 보는 것이 아니다. 타인이 원하는 것과 내가 제공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며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활동 자체가 세일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앞선 사례에서 김대리가 팀장을 설득하고, 타 부서를 설득하고, 소비자들의 구매의사를 촉진하게 하는 모든 행위가 사실 세일즈의 영역이라는 뜻이다. '비판매 세일즈' 개념은 이 책에서의 핵심 개념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영업사원만이 세일즈를 하는 게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는 것이 세일즈이다. 즉, 파는 것 그 자체가 인간인 것이다. 무엇을 판매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보험이건, 물리적 상품이건, 서비스이건, 구직시장에서 자신의 경력이건, 나의 시간과 능력이건, 뭐가 됐던지 간에 상대를 설득하거나 납득시키고 결정하여 행동하게 하는 모든 일이 세일즈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가 세일즈맨이다.
[세일즈란?]
1. 제안하는 것을 취하도록 설득하는 것
2. 이유를 납득시키는 것
3.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
그렇다면 왜 협의의 의미로서의 전통적 세일즈의 개념을 '비판매 세일즈'라는 개념으로 광범위하게 확장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하필 특히 오늘날 세일즈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을까?
가장 근원적인 요인은 기술의 발전에 따른 비즈니스 생태계의 변화에 있다. 기술이 발전하여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소규모 자본과 인력으로도 손쉽게 누구나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교육 및 의료분야 등의 서비스 산업이 확대되면서 세일즈는 더욱 중요해졌다. 게다가 오늘날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명확하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해당 직무의 역할인지가 불분명해졌다. 모든 부서의 직원들이 기능적 유연성을 갖춰야만 조직이 발전하는 시대인 것이다. 그래서 세일즈는 그 범위가 광의의 의미로 넓어져야 하며,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현상은 정보 비대칭의 해소 현상이다. 기존에는 정보가 판매자에게만 집중적이고 배타적으로 몰려있었다. 이러한 정보는 권위가 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세일즈맨의 역할은 소비자에게 정보를 감추거나 가공하고 노출시켜서 구매심리를 자극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인터넷에서 제품의 제조원, 가격, 장단점, 실사용 후기를 조회할 수 있게 되었다. 세일즈맨을 건너뛰고 그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정보 불충분으로 인한 구매자의 리스크가 0에 가깝게 수렴한다. 결국 판매자가 구매행위에 대한 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역설적 상황이 초래되는 것이다. 따라서 새롭게 요구되는 세일즈맨의 역할은 정보를 단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정보들 중에서 유용한 것들을 조합해서 큐레이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더불어 문제를 해결해주는 역량보다 문제가 무엇인지 대신 발견해주는 역량이 소비자의 구매결정을 촉진하는데 유용하다.
이 책에서 다니엘 핑크는 새로운 시대에서의 세일즈 전략을 New ABC 전략으로 명명하여 제시한다. ABC는 각각 Attunement(동조), Buoyancy(회복력), Clarity(명확성)의 앞 철자만 딴 것이다. 다니엘 핑크는 세일즈에 있어서 관점을 바꿔서 구매자에게 동조하고, 거래제안 빈도와 커버리지가 넓어진 만큼 늘어난 거절의 경험에 대한 회복력, 그리고 피칭과 설득의 명확성이 중요함을 역설한다. 그리고 각각의 내용들에 대한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상세한 내용은 별첨파일인 '독서 마인드맵'과 이 책의 본문 텍스트를 참고하시라! 기회가 된다면 본문 내용 중 Remarkable 한 내용은 추후 포스팅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파는 것이 인간이다>는 BGC 평가에서 4.65를 기록한 명저이다. 시중에 세일즈 관련 책은 정말 많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세일즈 카테고리 관련해서 좋은 책으로 여겨지는 책들은 거의 없었다. 그 이유는 크게 3가지이다.
첫째, 세일즈라는 분야는 그 범위가 너무 넓다. 금융, 제조, 유통, IT 등 같은 세일즈라고 하더라도 산업군마다 천차만별이다. 대부분의 세일즈 책들은 해당 산업군 분야에서의 스타 세일즈맨들의 개인적 경험과 노하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세일즈맨이더라도 그 핀트가 약간만 어긋나도 어색하고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다.
둘째, 영업은 학문화할 수 없다. 경영이라는 학문의 각론들은 마케팅, 브랜딩, 회계, 재무, 광고, 물류 등으로 다양하다. 그런데 경영학과나 MBA에서 '영업'이라는 각론이 따로 있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적어도 나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만큼 세일즈는 일반화하거나 보편화하기가 어려워서 학문으로 자리잡지 못한다. 따라서 과학적인 연구나 자료가 미비하다. 그래서 어떤 세일즈 책이건 겉도는 느낌이 들거나 거부감이 든다. "정말 이게 맞는 거야?"라는 의구심이 여기서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니엘 핑크의 <파는 것이 인간이다>에서는 이 점을 다음과 같이 극복해낸다.
첫 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세일즈라는 정의 자체를 단순히 물건을 팔아서 이윤을 내는 행위가 아니라 비판매적 세일즈라는 개념으로 모두에게 확대시킨다.
두 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행동심리학, 행동경제학, 조직이론, 동기부여 이론, 각종 분야의 연구자료와 논문 등의 사회과학적 입증자료를 바탕으로 근거를 제시한다. 그렇다보니 다른 세일즈 책들과 달리 일반화와 보편화가 어느 정도 수긍된다.
그래서 이 책은 명저이다. 이 땅의 모든 세일즈맨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아니, 영업직무가 아니더라도 타인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움직이게 하여 영향력을 미치려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