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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fovator Jul 27. 2019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안티프래질하게 한다

서평_<안티프래질>_나심탈레브

한줄평

안티프래질, 불확실성과 충격에 더욱 강해지는 방법


소감

개인적으로 올 한 해동안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좋았던 최고의 책.

나심탈레브 4부작 중 가장 임팩트 있는 책.

<블랙스완>은 <안티프래질>을 위한 서문에 불과했다.

나심탈레브의 사상과 철학의 정수.

불확실한 극단의 왕국, 복잡계에서 강하다는 의미는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완벽한 대답.

책을 읽고 나서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완전히 달라졌다.


서평

[충격을 받을 수록 더욱 강해지는 사기템]


  마블코믹스의 대표 히어로 '캡틴아메리카'는 늘 방패를 들고 다닌다. 캡틴은 사기템에 가까운 방패로 빌런들의 모든 공격을 막아낸다. 또 다른 히어로 '블랙펜서'는 캡틴보다 더욱 사기에 가까운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 바로 극 중에서 비브라늄이라고 불리는 물질로 만들어진 슈트인데, 이 슈트는 모든 물리적 충격들을 고스란히 흡수했다가 오히려 받은 충격보다 몇 배 더 강한 에너지로 분출하여 공격한다. 그래서 블랙펜서는 충격을 받을수록 강해지는 것이다.


[프래질(Fragile), 강건함(Robust), 안티프래질(Antifragile)]


  블랙펜서의 비브라늄 슈트가 정확히 안티프래질의 개념과 같다. 나심탈레브는 어떠한 충격으로 인해서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기준으로 '프래질(Fragile)', '강건함(Robust)', '안티프래질(Antifragile)'로 구분한다. 가령 찻잔이나 도자기처럼 유리로 된 제품을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택배로 받아볼 때 박스에 뭐라고 적혀있었는지 기억나는가? 그렇다. 우리는 Fragile이라는 단어를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여기서 '프래질'하다는 것은 충격에 쉽게 무너지고 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프래질의 반대 개념을 '강건함'으로 오인하기 쉬운데, 강건함은 충격에 대해 중립적인 의미이다. 다시 말해 충격이 발생해도 이를 잘 견뎌내는 단단함을 의미한다. 의미론적으로 보았을 때, 프래질의 반대 개념은 충격이 가해질수록 되려 더욱 강해지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 개념을 나심탈레브는 안티프래질이라고 명명한다.


  나심탈레브는 본인이 만든 이 개념을 독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두 가지 스토리로 설명한다.


1) 바람이 불면 촛불은 쉽게 꺼지지만, 모닥불은 더욱 활활 타오른다. (바람이 충격이라면 촛불은 프래질한 것이고 모닥불은 안티프래질한 것이다.)

2) 그리스 신화에는 레르나 호수에 사는 뱀처럼 생긴 생명체, 히드라가 등장한다. 히드라는 머리를 여러 개 가지고 있는데, 머리 하나를 자를 때마다 두 개가 다시 생긴다. 따라서 히드라는 상대방이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기를 원한다. 결국 히드라는 안티프래질을 상징하는 것이다.



[프래질과 안티프래질의 구분법: 비가역성]


  중요한 것은 프래질한 것과 안티프래질한 것을 어떻게 분별하느냐에 대한 것이다. 이에 대해 나심은 비가역성과 가역성 개념을 통해 이를 설명한다. 톱질을 해본 적이 있는가? 톱질을 할 때 가장 힘든 것은 톱의 이빨이 들어갈 때가 아니라 빠질 때, 다르게 표현하자면 밀 때가 아니라 당길 때이다. 비가역적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톱질에서 당길 때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한번 진입한 것에서 나오는 것이 힘든 것을 말한다. 프래질한 것은 비가역적이다. 한번 손상되면 회복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만한 것이다. 깨어진 유리잔을 어떻게 원형으로 복원하겠는가. 안티프래질 하다는 것은 이와는 반대이다. 모든 충격에 항상 이득을 취할 수는 없다. 다만 안티프래질한 것은 여러 번 손실을 보더라도 충분히 회복 가능하다. 시스템 전체적인 관점에서 볼 때 충분히 견딜만한 충격이므로 수차례 손실을 보다가 한번 이득을 보면 무한대의 이득을 보는 것은 안티프래질함을 의미한다.


[복잡계란 무엇인가?]


  나심탈레브의 전작 <블랙스완>에서 블랙스완이라는 개념은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낮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사건이 나타나서 모든 패러다임을 교체해버리는 사건을 의미한다. 예측하지 못한 극도의 충격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블랙스완이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극단의 왕국, 다시 말해 복잡계이기 때문이다. 두 가지 개념을 연결하자면 안티프래질의 개념은 결국 극단적인 충격으로서의 블랙스완에 더욱 강해지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그리고 블랙스완이 출몰하는 세계로서의 복잡계 개념을 이해해야만 안티프래질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복잡계란 어떤 결과값을 만들어내는 원인변수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으며, 서로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종속적인 세계를 말한다. 다시 말해 변수들 간 상호 의존성이 있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서로 되먹임(feedback)을 주는 구조라서 예측 불가능성은 극단적으로 높아진다. 따라서 작은 변화에도 결과값은 극단적으로 달라지는 비선형적인 시스템이다. 여기서 비선형적이라는 것은 함수로 치면 멱함수, 지수함수의 그래프와 같다. 함수값에서 x의 값이 한계 단위로 높아질 때마다 결과값인 y는 지수적으로 커지는 가속성을 지닌다는 뜻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y=x^2의 함수를 살펴보자. x값이 1일 때 y값은 2이다. x값이 2가 되면 y값은 4가 된다. x값이 3이 되면 y값은 8이 된다. x값이 커질수록 y값의 변동폭은 무한대로 늘어난다.



  이론적인 얘기는 어려우니 현실에서 복잡계를 찾아보자. 바로 유튜브 시장이 복잡계이다. 어느 날 갑자기 특정 유튜브 채널의 조회수와 공유수가 극단적으로 높아진다. 원인이 무엇일까? 아무리 찾으려 해도 정확한 추적은 불가능하다.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온라인 채널은 복잡하게 얽혀있으며,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복잡계 세계의 또 다른 특징은 Winner Takes All, 승자독식의 세계이다. 인구의 20%가 80%의 부를 점유한다는 파레토의 법칙과도 같다. 극소수의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세계인 것이다. 앞서 예로 들었던 유튜브 시장을 살펴봐도 명확하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발표한 'MCN 브랜드 콘텐츠의 광고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라면 2016년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는 1만 명 정도이다. 이들 중 1억 원 이상의 수입자는 1% 정도인데, 국내의 경우 100명 정도라는 이야기다. 또한 국내 대표 MCN인 다이아TV 소속 크리에이터 중 상위 5%의 수입이 연 1천만 원 밖에 안된다. 상위 크리에이터라고 해도 최상위 크리에이터와의 격차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인 셈이다. 이는 극소수가 수익의 대부분을 취하는 전형적인 압정형(ㅗ)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트렌드코리아 2019 p237 참고).



정리하자면 복잡계의 성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원인변수들이 상호 간 종속적이다.
둘째, 그로 인해 복잡계 시스템은 끊임없이 자기조직화한다.
셋째, 그래서 변수 간 상호작용으로 여러 가지 결과들이 창발하며 인과관계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넷째, 복잡계는 비선형성을 특징으로 한다.
다섯째, 그래서 복잡계는 승자독식의 체제이며 전형적인 압정형 구조이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 이유는 모든 사회, 문화, 기술 트렌드가 '초연결'을 향하는 한, 모든 영역을 불문하고 복잡계의 그늘은 더욱 넓어지고 짙어질 것이라는 뜻이다. 복잡계에 속할수록 충격은 더욱 빈번해지고 강력해진다. 충격으로 인해 깨어지고 조각나서 바스러질 텐가? 아니면 그 충격으로 인해 더욱 단단해지고 강해 질 텐가? <안티프래질>은 복잡계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 불확실성의 해독제이다. 다음부터는 복잡계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전략, 안티프래질의 상세한 방법론에 대해 살펴보자.


[복잡계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생존전략: 안티프래질]


(1) 바벨전략


  바벨전략에서 말하는 바벨은 헬스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기구를 뜻한다. 나심은 안티프래질 전략으로서의 바벨전략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바벨은 두 개의 극단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간에는 아무것도 없다. 즉 하나가 아닌 두 개의 서로 다른 전략이 있으며 그 전략은 가운데가 아닌 양 끝에 있다. 나는 어떤 영역(부의 블랙스완)에서는 안전하게 행동하고 다른 영역(정의 블랙스완)에서는 작은 리스크들을 많이 수용해 궁극적으로 안티프래질을 달성하기 위해 행동하는 이원적인 태도를 설명하기 위해 바벨의 이미지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한쪽 끝에서는 리스크를 극단적으로 혐오하고 다른 끝에서는 극단적으로 수용한다.

나심의 표현을 빌리자면 결국 안티프래질은 공격성과 피해망상의 조합이다. 위처럼 행동한다면 복잡계의 특성인 무작위성을 좋아할 수밖에 없게 된다. 바벨전략에 따르면 리스크로 인한 하강국면이 줄어들기 때문에 손실은 견딜만하다. 반면에 상승국면에서는 엄청난 이득을 얻게 되므로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 무작위적인 상황을 선호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것이 안티프래질해지는 방법이다. 바벨전략은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길들이는 것에 가깝다.


(2) 옵션


옵션의 개념은 행동의 과정으로부터 전환시킬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쉽게 말해 다양한 선택권을 가지는 것을 뜻한다. 선택의 스펙트럼이 넓으면 넓을수록 예측할 수 없는 충격에 강해진다. 예를 들어 내가 구명조끼도 입고 있고, 산소호흡기도 소지하고 있으며, 휴대용 소화기도 가지고 있다고 치자.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갑작스럽게 위험상태에 처했을 때 이 세 가지 도구를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살아남을 확률은 굉장히 높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양한 옵션을 가져야 안티프래질해지고, 옵션을 가지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노력해야 한다.


(3) 시행착오 (팅커링)


앞서 설명한 옵션의 개념과 연결되는 내용이다. 결국 실패하더라도 손실이 작고 최대 손실이 얼마나 되는지 예측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잠재적인 보상이 엄청나게 커서 무한한 상황에 적극적으로 노출되어야 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실패의 비용이 낮아서 무한한 크기의 기대보상을 고려할 때 손실은 0에 가까워진다. 이런 게임에는 무조건 시행착오를 지속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자면 동전 던지기 게임이 있다고 하자. 앞면이 나오면 10원을 빼앗기고 뒷면이 나오면 1억 원을 얻게 된다.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뒷면이 나오게 할까를 고민하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그냥 무조건 많이 던지면 언젠가는 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시행착오를 겪자.


(4) 이론을 혐오하고 단순한 것과 행동을 찬양하라


이론은 현실세계에 곧바로 적용될 수 없다. 이론은 실행과 별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론이라는 것은 결국 다양한 방법 중 몇 개의 사례들로 추정한 것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역시 사후적 해석이거나 확증편향일 확률이 높다. 이론은 되려 다양한 옵션을 배제시키며 실제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함으로써 복잡계에서 실패하게 한다. 또한 이론을 들이대며 개입할수록 의원성질환 (의사들의 개입으로 인해 오히려 병이 심화되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니 단순해져라. 다시 말해 행동이 더욱 중요하다는 뜻이다.


(5) 비아 네가티바 (Via negativa)


제거적 인식론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쉽게 말하면 소거법을 뜻한다. 나심은 우리는 부정적 측면에서 훨씬 더 예상을 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옳은 것이 아니라 틀린 것에서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으며 부정적 지식은 긍정적 지식에 비해 오류에 더욱 강건한다. 일반적으로 실패는 성공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준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경험주의적 회의론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나심의 설명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다음과 같이 생각해보자. 성공하기 위해 해야 할 것은 너무나도 많고 맥락적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성공의 방법이 누군가에게는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 돼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를 실패하게 만드는 것, 성공하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대부분 모두에게 적용할만한 것들이다. 그렇다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찾고 적용하는 것이 해야 할 것들을 하는 것보다 더욱 효율적이다.


(6) 시간의 힘을 믿고 기다려라


프래질 한 것은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소멸한다. 안티프래질 한 것은 더 오래 견딘다. 한편으로는 오래 견디는 것이 안티프래질한 것이다. 그러니 시간의 힘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 오래된 것이 앞으로도 오래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꾸준히, 지속적으로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손실은 적되 이득이 크다고 여겨지면 무조건 많이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그럴수록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들이 많아진다. 이론에 집착하기보다는 참고만 하고 행동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더불어 해야 하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행동에 옮기는 것이 복잡계라는 불확실성 속에서 강해지는 유일한 전략이다. 그리고 이를 우리는 안티프래질이라고 말한다.


[비브라늄 수저 물고 요지경같은 세상에서 행복해지기]


  누군가가 나에게 프래질한 흙수저가 되고 싶은지, 강건한 금수저가 되고 싶은지 물어본다면 나는 안티프래질한 비브라늄 수저가 되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불확실성과 충격으로부터 더욱 강력해지는 비브라늄처럼 안티프래질의 사상을 이해하고 현실에서 행동에 옮길 수 있다면 이 복잡한 요지경 같은 세상이 한층 더 재밌고 행복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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