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_<구글의 미래>_토마스 슐츠
한줄평
"What makes them be Google"
21세기 가장 혁신적인 기업, 구글에 대한 가장 심층적이고 생생한 탐구
소감
무엇이 현재의 구글을 만들었으며, 앞으로의 구글은 어떨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하게 하는 책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에서부터 현직 구글 팀장 및 사원들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
비단 IT 기업이 아니더라도 구글의 조직문화와 비전, 사업 경로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현직에 적용할 방안을 생각하며 읽으면 많은 Insight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서평
"구글은 디지털 시대에 가장 눈에 띄는 신전이다." 독일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일간지 '푸르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편집장 프랑크 쉬르마허(Frank Schirmacher)는 구글을 '신전'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 전 세계의 모든 정보가 유입되고 새롭게 창발되어 유출되는 구글은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신에 가깝다. 구글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스캣카운터에 따르면 2017년 전세계 검색엔진의 점유율에서 구글은 92%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정보처리가 핵심적인 역량이 되는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에서 사용자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생산하는 일을 구글보다 잘하는 기업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구글의 산업영역을 검색엔진으로만 한정 지으면 이는 빙산의 일각만 보고 그것을 전체라고 착각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구글이 신이라 불릴 수 있는 이유는 검색엔진에 기반하여 그들의 손이 미치는 산업영역이 무서울 정도로 빠르고 넓게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2008년부터 Google I/O라는 개발자 컨퍼런스를 정기적으로 주최한다. 전 세계의 Google, Android 기반 개발자 및 유관자들이 참석하여 Google이 제시하는 새로운 방향성과 New-Tech를 공유한다. 2018년 Google I/O 컨퍼런스에서 구글의 수장 래리 페이지는 "Google의 모든 역량의 중심을 인공지능으로 집중시키겠다."라는 야심 찬 포부를 발표했다.
2016년 인류와 인공지능의 대결을 통해 충격을 안겨줬던 세기의 대결을 기억하는가? 바로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Alphago의 대국이다. 여기서 알파고는 스스로 바둑을 두며 학습하는 인공신경망 체계의 승리를 통해 인류에게 커다란 충격과 두려움 그리고 희망을 동시에 안겨줬다. 바로 이 알파고는 2014년 구글의 모체 알파벳에 인수된 영국의 스타트업 Deep Mind에서 개발된 인공지능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구글X 라는 비밀연구소에서는 황당무계할 정도로 SF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허상에 가까운 기술들을 현실화하는 작업들이 행해지고 있다. 2013년 여름 뉴질랜드 아주르 지역 상공에는 30개의 풍선이 떠오르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바로 구글의 '룬 프로젝트'이다. 긴 신호 사슬로 연결된 풍선들은 성층권까지 떠오르는데 공중 모바일 기지국으로 해발 20킬로 미터 높이에 떠서 땅 위에 위치한 베이스캠프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지구 곳곳에 인터넷을 공급한다. 아직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는 오지의 사람들도 이 기술을 통해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구글은 2014년 스카이박스를 약 5억 달러에 인수하여 나노 인공위성 사업에도 박차를 가했다. 이전에는 NASA에서 행했을 일을 구글이 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 이뿐인가? 구글 캠퍼스 구석의 GWC7라는 건물은 구글의 생명과학 부서가 위치한 곳인데, 이 곳에서는 생명 연장 프로젝트라는 이상한 연구도 진행된다. 생명을 연장시키는 연구라니... 황당하지 않은가? 현재 이 곳에서는 인체로 들어가 질병을 찾아내는 나노분자나 시계처럼 팔목에 둘러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웨어러블 기기, 안액 속의 혈당을 측정하는 콘택트 렌즈를 개발해서 이미 임상실험을 거쳤다. 이 부서의 목표는 영원한 젊음을 찾는 일, 죽음을 획기적으로 늦추는 일에 전념하는 것이다.
구글은 로봇사업에도 적극적이다. 데이터 클라우드를 통해 인터넷과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데이터 연결 방식으로 외부 정보를 획득하고 딥러닝 기술을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면서 다른 로봇들과도 유기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로봇들을 양산하기 위해 구글은 2012년부터 로봇기술과 관련된 다양한 기업들을 대거로 인수해왔다.
또 다른 X 프로젝트인 코드명 '윙'은 드론 배달 시스템이다. 보다 친환경적이고 정교한 드론을 통해 각종 물건들을 공중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세계 각지 구석구석 배송하기 위함이다. 이것이 현실에 상용화되는 순간 유통산업이 어떻게 변모될지 상상이 가는가?
뿐만 아니라 구글에서는 양자컴퓨터 개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전기를 생산하는 풍력터빈도 개발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 Youtube, 번역, 클라우드, 디지털 지도, VR, 각종 홈 IOT, 자율주행 자동차 등 산업군을 넘나들며 상식의 한계를 깨뜨리는 일들을 하고 있다.
대체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게 만드는가? 이 말도 안 되는 혁신의 근원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구글의 미래>의 저자 토마스 슐츠는 독일을 대표하는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실리콘 밸리 지사의 편집장이다. 그는 언론에 꽤나 폐쇄적인 구글의 내부에 독점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던 기자였는데, 오랜 시간의 취재 과정에서 구글의 혁신과 창의성의 근간이 될 수 있는 단서들을 찾았다.
첫째, 10배(10X) 철학이다. 이는 래리 페이지가 항상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만트라로서, '구글이 하는 일은 모두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것보다 10배 더 위대하고 더 나으며 더 빨라야 한다'는 철학이다. 실제 업무 현장에서 벌어지는 의사결정이나 비즈니스의 운영은 단순히 이것이 진부한 수사나 보기 좋게 포장한 그럴싸한 멘트가 아님을 증명한다.
둘째, 위험 감수 원칙과 신속함의 원칙이다. 구글의 사업영역은 직선적이고 선형적인 발전이 일어나는 분야가 아닌 기하급수의 형태를 띠는 곳이다. 따라서 모든 의사결정에는 위험부담이 따르며, 신속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잡아먹히는 곳이 실리콘밸리이다. 구글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오래 토론하는 대신 일단 시도하고 테스트하고 향상시킨다. 그래도 안되면 죄의식 없이 곧바로 포기한다. Prototype을 빠르고 Lean 하게 시도하는 Agile 경영의 표본이 구글이다.
셋째, 문샷 정신이다. 문샷은 구글의 핵심 키워드로 호기로운 비전과 길들여지지 않은 환상 사이에 있는 위대한 도약을 위한 탐색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달을 쏘겠다는 것이다. 급진적인 사고를 체계화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기초가 되는 원리와 기본기에 충실해야만 가능하다. 실제로 구글에서는 '제1 원리'라는 사고 모델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이는 추정에 바탕을 두지 않는 근본적인 것을 말한다. 경험적 자료가 아닌 가장 기본적인 과학 지식에 근거를 둔 정보에 초점을 맞춰야 혁신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통용되는 정신이다. 실제로 구글에서는 당장 사업화하고 응용과학으로 현실화할 수 없는 기초과학 연구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수학자에서 물리학자, 의학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연구진과 교수들을 흡수하고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일단 발명하고 돈은 나중에 벌어들인다는 정신이 문샷 정신인 것이다.
구글의 사업영역을 살펴보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 구글은 더 이상 단순한 검색엔진이 아니다. 이러한 구글의 전략은 가만히 살펴보면 나심 탈레브가 <안티프래질>에서 말하는 '바벨전략'과 굉장히 유사하다. 바벨전략은 극도로 안정적인 분야에 굉장히 큰 투자비중을 유지하면서 극소수의 비중으로 리스키한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병행하는 것을 말한다. 어디서 터질지 모르니 손실을 감당하는 범위 내에서 극단적인 불확실성에 노출되어야 긍정적인 블랙스완이 터진다는 논리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구글의 사업구조는 Cash Cow인 검색엔진을 기반으로 돈을 끌어들이면서 비상식적인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바벨전략인 셈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구글 캠퍼스를 걸으며 느낀 점을 묘사한다.
"구글 캠퍼스를 방문한 사람은 누구나 둘로 나뉜 세상을 걷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한쪽에는 광고판매와 유통을 책임지는 수천 명의 직원과 함께 강력한 검색엔진 사업을 펼치는 현금 기계 구글이 있다. 다른 한편에는 수많은 연구소에서 수천 명의 컴퓨터 공학자, 전기공학자, 기계공학자, 생물학자, 물리학자가 기본 연구에 전념하는 미래 기계 구글이 있다."
바랏 아난트 교수는 그의 저서 <콘텐츠의 미래>에서 콘텐츠 트랩에 빠지지 않고 사업을 지속 영위하려면, 콘텐츠 그 자체가 아닌 각 분할 영역 간의 기능적 연결에 초점을 맞춰야 함을 주장한다. 구글의 전략은 그런 점에서 굉장히 탄탄한 구조이다. 구글의 모든 사업분야의 핵심자원은 바로 '정보'와 '트래픽'이다. 구글의 모든 사업영역들은 상호 간 정보를 주고받고, 이에 그치지 않고 각 분야가 발달할수록 새로운 정보가 창발 되는 구조이다. 바랏 아난트 교수가 말하는 '기능적 연결'인 셈이다.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스는 기업의 커다란 성공이 역설적으로 처참한 실패를 야기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혁신기업의 딜레마'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성공이 장기적으로는 기업을 약화시킨다는 뜻이다.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은 대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을 무시한다. 현재 잘 나가는 제품으로 수익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동안 새로운 사업을 도외시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의 내부 관료조직이 알게 모르게 혁신을 위해 기업의 자원을 사용하는 일에 저항한다. 그러면서 '혁신기업의 딜레마'에 빠지지 않으려면 미래의 트렌드를 내다보고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이를 '파괴적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시각에서 구글은 혁신기업의 딜레마에서 성장을 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제안한 파괴적 기술 개발 접근방식을 정확히 따라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방위적인 사업이 문제없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가히 천문학적인 단위의 자금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구글의 지갑을 두둑이 채워주고, 총을 난사할 수 있도록 총알을 채워주는 탄약고, 다시 말해 구글의 Cash Cow는 무엇일까? 바로 온라인 광고다. 구글이 거둬들이는 수십억의 수입 중 온라인 광고로 버는 비율은 80% 이상이다. 이는 굉장히 큰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다. 온라인 광고에서는 소위 클릭당 지불 비용 (Cost Per Click)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를 기준으로 얼마나 많은 광고주가 광고비를 지불하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몇 년 동안 이 CPC 수치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다시 말해 구글의 Cash Cow가 점점 하락세라는 뜻이다. 구글의 문샷 프로젝트들이 성층권을 돌파하지 못하고 달에 다다르기 전에 공중분해 되어버리지 않으려면, 임계점을 돌파하기 전까지 이를 지탱할 단단한 Cash Cow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어디서 무엇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긍정적 블랙스완을 기다리려면 튼튼하고 안정적인 수익창출 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온라인 광고비용이 이 역할을 언제까지 지속해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CPC 지표가 감소하는 현상을 주의 깊게 살펴 대비해야 함은 확실하다.
물론 구글이 만들어 나가는 미래가 어떠할지, 그리고 과연 구글의 미래는 어떠할지 아무도 모른다. 역사를 돌아보면 시대가 이렇게 발전할지 누가 알았으며, 강대했던 왕조가 무너질지 누가 알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것은 인류의 미래를 예측함에 있어 구글을 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우리가 구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구글은 평범한 기업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런 기업이 될 생각이 없습니다. 구글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독자적인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해왔지요. 우리의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의 삶을 향상시켜줄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우리는 단기적으로 확실한 이윤이 생길지 의심스럽더라도 그것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믿으며 실행할 것입니다. "
-Google 창업주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