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_<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_닐 도쉬, 린지 맥그리거
한줄평
성과는 조직문화와 총동기 관리로 결정된다
소감
규모와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기업의 리더, 부서장,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조직원 모두가 읽어야 할 책.
다양한 사회 실험과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탄탄한 구성.
이 책이 진리는 아니다. 맥락과 처한 환경에 따라 달리 적용해야 현장에서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서평
A 씨는 잘 다니던 대기업을 떠나 큰 맘먹고 본인의 회사를 하나 차렸다. 소위 말하는 스타트업의 오너이다. 요즘은 IT 업계가 잘 나간다고 하여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온라인 시장에 유통시키는 자그마한 기업체를 운영하기로 했다. 개발자, 기획자, 영업사원, 법무 관리자 등 10명의 직원도 고용했다. 이제는 더 이상 김 부장 같은 악랄한 상사에게 보고할 필요가 없어졌다.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기 위해 원치 않는 회식에서 술을 마시며 여기저기 비위를 맞출 필요도 없어졌다. "이제 내가 사장이다!" 80년대 개발주의 시대의 썩어빠진 조직문화에 신물이 났다며, 본인이 다니던 회사랑은 완전히 다른 조직문화를 지닌 멋진 스타트업의 CEO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처음엔 다 작게 시작하는 거야." 1분기의 저조한 실적을 보고받은 A 씨는 대범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2분기 매출 목표를 상향했다. 3개월 뒤 더 떨어진 실적을 보고받은 A 씨는 조마조마해지기 시작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래! 다 직원들이 게을러서야!" A 씨는 자율출근제를 폐기했다. 팀들을 해체하고 급하게 다시 개편했다. 각 팀 단위로 다르게 배정되던 업무 과제 중심의 목표들을 매출금액 단위로 바꿔서 개인에게 부여했다. 그리고 앞으로 개인 평가를 반기마다 진행하여 성적이 저조한 직원들은 연봉을 감액하겠다는 계약서를 작성하게끔 했다. 6개월 뒤. 매출은 마이너스를 찍었고 직원들은 모두 떠났다. A 씨는 텅 빈 사무실을 깨끗이 청소 중이다. 급한 마음에 손해를 보며 시장가보다 저가로 내놓기로 한 사무실을 보러 오려는 사람이 있다는 부동산 아주머니의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17년 기업생멸행정통계 자료에 따르면 해당 연도에 시장에서 사라진 소멸 기업체 수는 62만 6천 개에 달한다. 위 사례처럼 회사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이들은 왜 사라졌을까? 어렵게 생각하자면 끝도 없이 어려워지겠지만 쉽게 생각하면 굉장히 단순하다.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과는 대체 무엇인가? 매출? 영업이익?, 그렇다면 성과를 결정짓는 요소는 무엇인가? 직원의 능력? 재무지표? 시장 상황?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의 저자 닐 도쉬와 린지 맥그리거는 각각 와튼스쿨,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 학위를 받고 맥킨지 앤 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그들은 두 사람의 경력을 합쳐 20년 동안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다수의 기업을 분석하고 컨설팅하여 성과를 향상했으며, 현재는 베가 펙터라는 기업체를 공동 창업하여 운영 중이다. 두 저자는 망하는 기업과 흥하는 기업의 이유를 모두 조직문화에서 찾았으며 조직문화와 성과 사이에는 총 동기라는 연결고리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의 저자 닐 도쉬와 린지 맥그리거는 우선 '성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 주위에는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여 그 본질적 의미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성과'라는 단어가 대표적인 것이다. 회사원이라면 매일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듣고 보는 단어 중 하나가 '성과'일 것이다. 상사는 뭔지는 모르지만 일단 성과를 내라고 쪼고, 직원들은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몰라 일단 일하는 척이라도 하려고 아등바등한다. 성과에 대한 구체적 개념이 얼라인먼트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상사 건 직원이건 모두 실질적 문맹인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성과는 무엇인가?
닐 도쉬와 린지 맥그리거는 성과를 '전술적 성과', '적응적 성과'로 크게 2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전술적 성과'라는 개념은 계획을 잘 수행해내는 능력, 전략에서 비롯되는 능력을 의미한다. 매년 초에 우리가 설정하는 실행계획, 수행전략 중 매출 목표, 점유율 목표 등의 계획들 대부분이 이에 해당된다. 굉장히 시스템화 되어있고 프로세스화 되어 있는 지표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전년이랑 크게 다를 게 없는 기업전략을 뜻한다.
'적응적 성과'는 계획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조직문화에서 비롯된다. 적응적 성과는 예측하지 못한 경영환경,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환경, 불확실성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조직의 민첩성에 기반하는 성과를 뜻한다고 보면 된다.
이 책을 잘못 이해하면 '적응적 성과'가 마치 '전술적 성과'보다 더욱 수준 높고 바람직한 성과라는 착각을 하기 쉽다. 대부분의 내용들이 전술적 성과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들은 맥락과 환경에 따라 다르며, 이 두 가지 성과 모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아래와 같이 명백하게 밝힌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저자들의 안목이다. 이러한 균형된 시각 때문에 이 책이 명저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절대 오해하지 말자.
하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문제가 아니다. 둘 다를 가져야 한다. 전략과 조직문화는 서로를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경쟁사를 아침식사 거리로 해치우기 위해서는 두 개념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4장. 성과의 음과 양 p. 95
예를 들면 양산을 해야 하는 제조업 산업에서는 투입과 산출이 선형적이다. 그래서 '전술적 성과'가 더욱 중요하다. 반면 무엇이 터질지 모르는 컨텐츠 산업, IT 업계에서는 투입과 산출이 비선형적이기 때문에 '적응적 성과'가 더욱 중요하다. 생산관리 직무, 영업 직무에서는 '전술적 성과'가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마케터에게는 '적응적 성과'가 더욱 중요하다. (물론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세부 업무로 쪼개어 보거나 시장 상황과 맥락에 따라 반대인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더욱 빠르게 복잡계 영역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복잡계란 이전의 포스팅에서도 자주 다뤘던 개념이다. 결과값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 변수들이 너무도 많고 상호 간 되먹임을 통해 창발 하여 어떤 블랙스완이 터질지 예측이 불가능한 것을 복잡계라고 칭한다. 다소 어려운 개념일 수 있지만 저자들은 복잡계라는 어려운 용어를 군사학에서 쓰이는 VUCA라는 용어로 대체하여 설명한다.
전술적 성과가 계획 수행 능력이라면, 적응적 성과란 계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둘은 서로 상충하는 개념이다. 전술적 성과의 한계와 적응적 성과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군대에서는 'VUCA'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VUCA는 변동성 (Volatility), 불확실성 (Uncertainty), 복잡성 (Complexity), 모호성 (Ambiguity)의 줄임말이다. 전술적 성과로는 VUCA를 수행할 수 없다. 사람과 조직은 적응해야 한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3장. 성과의 실체 p.74
시장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와 잠재 소비자들은 변화하는 트렌드와 기술 속에서 빠르게 적응하고 있으며 늘 새로운 것을 요구한다. 경쟁사들의 의사결정과 정책 추진이 당사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수요가 신생했다가 소멸한다. 글로벌 경제와 내수경제, 정부의 시책에 따라 사업의 방향이 달라지기도 한다.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가? 결국 현대 경영환경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복잡계인 것이다. VUCA는 이런 의미이다.
그러므로 큰 틀에서 '전술적 성과', '적응적 성과' 모두 중요하지만 중요성의 비중이 '적응적 성과' 쪽으로 기울고 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적응하지 못하면 최악의 시나리오로서 시장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기업들을 수없이 많이 보고 있다. 변화의 정도가 굉장히 빠르고 그 폭이 커서 체감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두 저자는 적응적 성과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요소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조직문화'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매 순간 빠르게 변하는 혼란스럽고 예측이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내는 조직을 구축하고 싶다면 기업 내 임원부터 프런트 라인까지 모든 부서의 적응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조직문화가 필요한 이유다. 기업과 직원들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모형이 있다. 그릇에 얼음을 가득 채우면 얼음은 주변 환경에 녹아들지 않고 그대로 얼어붙어 있다. 이는 경직된 조직을 의미한다. 이번엔 그릇에 수증기를 채워보자. 눈 깜짝할 사이에 수증기는 그릇 밖으로 사라진다. 혼란에 빠진 조직의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그릇에 물을 담아보자. 구석구석 틈을 메우며 물이 그릇을 채운다. 이는 적응적 조직이다. 얼음도 증기도 이난 물이 정답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빙하기를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6장. 경직된 조직, 유연한 조직 p135
[조직문화-총동기-성과]
이처럼 성과는 크게 두 가지 개념으로 나뉘며, 맥락에 따라 중요도가 다르지만 점점 세상은 '적응적 성과'의 중요성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유연한 조직문화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유연한 조직문화는 적응성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다 구체적으로 조직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구축되어야 성과로 순탄하게 이어지는 탄탄대로를 만들 수 있을까?
두 저자는 '총동기 이론'을 통해 이를 설명한다. '총동기 이론'은 수행공학, 조직심리학 등의 분야에서 입증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동기이며 조직문화가 바람직한 동기요소들을 극대화시키고 바람직하지 못한 동기요소들을 최소화시켜야 적응성이 높아지게 되어 있다는 논리구조이다. 총동기 이론은 동기요인들을 성과를 높여주는 직접동기와 성과를 저하하는 간접동기로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직접동기
(1) 일의 즐거움: 내적 동기로서 단지 어떤 일을 좋아해서 그 일을 할 때 생긴다. 호기심과 실험정신이 즐거움의 요인인데 결국 업무에서 자율성을 가지고 이를 충족시킬 때 즐거움 동기가 성과로 직결된다.
(2) 일의 의미: 의미동기는 일을 함으로써 나온 결과를 가치있게 여기기 때문에 그 일을 할 때 증폭된다. 그 일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부차적인 영향력이 동기가 되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가치와 신념이 업무의 결과와 연계될 때 성과로 직결된다.
(3) 일의 성장: 성장동기는 업무에서 오는 2차적 결과가 자신을 성장시키기 때문에 오는 것을 의미한다. 학습을 통한 성장을 인식하고 그 결과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때 성과로 이어진다.
간접동기
(1) 정서적 압박감: 정서적 압박감은 실망, 죄의식, 수치심 등의 감정으로 어떤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때 나타난다. 타인의 시선이나 압박이 어쩔 수 없이 일을 하게끔 만드는 동력으로 작용할 때 성과는 낮아진다.
(2) 경제적 압박감: 단지 보상을 받을 목적 혹은 처벌을 면피하기 위한 행동을 할 떄 발생한다. 단순히 재정적 압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비재무적 이익과 손실을 계산하여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을 하는 동기가 될 때 성과는 낮아진다.
(3) 타성: 그냥 어제도 이 일을 했으니 오늘도 이 일을 할 뿐이라면 그것은 타성이다. 사실 동기라고 할 수도 없다. 업무 자체와 아무런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성과는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결국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아래 도표로 정리할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다. 아무리 좋은 책이어도 활용해서 현실을 바꾸지 못하면 종잇조가리이고, 책을 읽는 행위는 그냥 지적 자위행위이다. 결국 이 책의 핵심을 적용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해야 할 일을 아래와 같은 단계로 정리해보았다.
1단계. 내가 속한 산업, 부문의 현재 복잡계적 요소(VUCA)가 강한가? 그렇지 않은가?
2단계. 내가 속한 산업, 부문의 향후 복잡계적 요소(VUCA)가 강해질까? 그것이 사업 지속성에 큰 영향을 미칠까?
3단계. 그렇다면 나의 회사, 부문에게 상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전술적 성과'인가? '적응적 성과'인가?
4단계. 나의 회사, 부문의 총동기 지수는 어떠한가? 3단계에서 확인된 성과와 일관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가? (총동기 지수 계산하기: www.primedtoperform.com)
5단계. 3단계에서 규정한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총동기 요인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를 위해 조직문화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6단계. 단기-중기-장기의 측면에서 세부적인 Action을 뽑아내고 실행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