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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fovator Aug 25. 2019

미국의 독서문화는 확실히 달랐다.

독서문화(Feat. 뉴욕에서 본 2가지, SNS 빅데이터, PIAAC)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하는 2가지]


    올해 8월 초에 8박 10일 간 미국 뉴욕과 보스턴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갈 때마다 유심히 지켜보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 해당 나라와 도시에서 가장 큰 서점이나 도서관을 방문한다. 명확한 데이터와 통계자료는 아니지만 단위 거리 당 서점의 수와 규모를 살펴보면 해당 나라의 출판시장 규모를 어림짐작 할 수 있다. 수요와 공급의 이론에 따라 수요가 있는 만큼 공급도 있기 마련이다. 당연히 책을 읽는 사람이 많을수록 인근 상권의 서점은 많을 것이다. 더불어 단위 거리 당 도서관의 수와 규모를 살펴보면 해당 국가에서 독서를 얼마나 장려하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직접 가서 보면 숫자가 담아내지 못하는 문화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들이 어떤 책을 읽는지, 베스트셀러 혹은 스테디셀러 선반에 위치한 책이 무엇인지를 보면 그 사회의 이슈들과 교양 수준을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다.


    둘째,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버스나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몇 명인지 세어본다. 어느 나라든 따로 시간을 내어 책을 읽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하는 자투리 시간에 악착같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추산해보면 독서가 그 사회의 문화에 얼마나 깊게 녹아져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뉴욕에서 관찰한 2가지]


    이번에 뉴욕을 여행하며 위 두 가지 관점으로 관찰을 해보았다. 여행을 하며 미국에서 방문한 서점은 Strand book store, Rizzoli book store, Havard coops book store, Amazon book store이며, 뉴욕의 공립도서관에도 다녀왔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서 개별적으로 다루도록 하겠다. 전반적으로 느꼈던 점을 요약하자면 그들에게 책은 하나의 문화였다. 서점이나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구매하고 대여하는 공간 이상이었다. 서점과 도서관들은 각자의 Branding을 하고 있었다. 책이라는 매개로 본인들의 가치와 역사, 지적 유산을 표출하는 분위기가 절대적이었다.

Rizzoli , Amazon, 뉴욕공립도서관
Strand, Havard Coops


    두 번째로 뉴욕의 복잡한 지하철과 뉴저지와 맨해튼을 왔다 갔다 할 때마다 이용했던 버스에서도 책을 읽는 사람들의 숫자는 한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경험적인 데이터에 불과하지만 8박 10일 동안 내가 탔던 지하철 한 칸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은 평균 8명 이상이었다. (귀국하여 한국에서 지하철을 탔을 때 같은 실험을 해보았지만 애석하게도 많아야 2~3명이었다.)



[문화로서의 독서]


    결국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문화'에 대한 것이다. 문화의 사전적 의미는 한 집단이나 사회에 짙게 배어있는 생활양식과 상징체계를 뜻한다. 조금 더 쉽게 생각해보자. 문화는 특정 행동이나 사고가 해당 특정 집단 내에서 행해질 때 주변 사람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개념에서 미국에서 느꼈던 독서실태는 일종의 문화였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 그들은 독서라는 행위를 대단한 행위이거나, 지적인 취미이거나, 고상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출퇴근을 하며 자연스럽게 책을 가방에서 꺼내 읽는 것, 마트에서 채소를 고르듯 시간을 내어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책을 살펴보는 것. 이러한 행태들은 독서가 문화로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SNS 빅데이터로 살펴본 한국의 독서문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떨까? 내가 책을 읽는 것에 대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정말 대단하다.' 혹은 '나댄다. 애쓴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독서가 일반적인 문화는 아니다.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어서 다양한 SNS 채널에서 수집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키워드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 어떠한지를 분석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독서'와 '책 읽기'를 검색해보았다. 데이터의 수집 범위는 Facebook, Instagram, Blog, Twitter 등이며, 표본의 수집기간은 2019년 7~8월에 해당된다. 다행히 긍정적인 감정 반응 키워드가 많았다. 하지만 부정 혹은 중립 반응의 키워드를 하나 하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충격적이다.


    '힘들다', '싫다', '불편하다'이라는 키워드는 독서라는 행위 자체가 즐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능동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보다 수동적으로 책을 읽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사회에서 독서는 문화가 될 수 없다.


    '신기하다', '다르다', '친구 없다'라는 키워드는 책을 읽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나와는 다르고 그래서 그들이 신기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독서는 '친구가 없는 사람' 즉, 아웃사이더들이 하는 행동이다. 이 또한 독서가 문화가 아님을 반증한다.


    '떠나다'라는 키워드는 독서가 얼마나 비일상적인 행위인지를 알게 해 준다. 그들에게 책은 평소에 일상에서 읽는 것이 아니다. 휴가를 떠나거나 우리의 일상적인 공간을 떠나서 하는 특별한 행위이다. 비일상적인 것이다. 결국 이런 사회에서는 독서를 문화라고 말하기에 어렵다.


[PIAAC로 살펴본 미국 vs 한국 독서문화 비교]


    여전히 위 내용에 대한 신뢰성이 부족하게 느껴진다면 보다 전문적인 기관에서 수행하는 리포트를 살펴보자. OECD에서는 주기적으로 PIAAC(Program for the International Assessment of Adult competencies)라는 보고서를 발표한다. OECD 주요 23개 국가에 소속된 약 16만 명 정도를 표본으로 하여 조사가 진행된다. 이는 각 국 국민들의 읽기와 쓰기, 문제 해결능력 등을 평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인구통계학적 정확성과 조사과정의 엄밀성이 보장된 국제적 조사이다. 이를 위해 조사되는 다양한 항목 중 독서율, 독서 빈도에 대한 데이터는 앞서 내가 이야기한 '문화로서의 독서' 수준을 파악하기에 용이한 자료다. 아래에서 이야기할 내용은 2013년도에 조사된 PIACC 자료를 근거로 하며 통계수치의 출처는 문체부에서 발간한 <2015년도 해외 주요국의 독서실태 및 독서문화진흥정책 사례 연구>를 인용했다.


    우선 독서율이라는 개념을 살펴보자. PIACC의 평가 문항 중 “다음의 활동을 얼마나 자주 합 니까? 나는 책 읽기를~”라는 질문에, 응답자는 “①전혀 하지 않는다. ②몇 달에 한 번 한다. ③한 달에 한두 번 한다 ④일주일에 몇 번 하나 매일은 아 니다 ⑤매일 한다” 중 하나로 답한다. 결국 독서율이라는 개념은 '100%-(전혀 하지 않는다는 응답의 비율)'로 표현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독서율은 평균을 하회하는 74.4% 수준인 반면 미국은 81.1%이다.


    다음으로는 독서 빈도라는 개념을 살펴보자. 마찬가지로 이 수치는 “다음의 활동을 얼마나 자주 합니까? 나는 책 읽기를~”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수집되었다. 응답자는 “① 전혀 하지 않는다. ② 몇 달에 한 번 한다. ③ 한 달에 한두 번 한다 ④ 일주일에 몇 번 하나 매일은 아니다 ⑤ 매일 한다” 중 하나로 답했다. 우리나라는 매일 책을 읽는 사람이 표본의 16.7%였던 반면 미국은 26.9%에 해당된다.


    추가적으로 마케팅 회사인 NOP World에서 2004년 12월~ 2005년 2월까지 30개국의 13세 이상 국민들을 대상으로 여가문화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자료를 살펴보아도 결론은 유사하다. 독서라는 행위에 할애한 시간이 한국인은 일주일 평균 3.1시간으로 조사대상국이었던 30개 국가 중 가장 낮았다.


    위 조사 내용들을 보아도 답은 명확하다. 우리나라에서 독서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행태가 아니다. 문화가 아니라는 뜻이다.


[내가 바라는 사회의 문화]


    내가 바라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독서가 문화로 자리 잡는 것이다. 길거리에 카페만큼 많은 서점과 도서관이 있는 사회가 되기를. 대중교통에서 모두가 책을 한 손에 들고 읽는 사회가 되기를. 그렇게 지식이 연결되고 충돌하고 재결합되면서 창발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기를. 그렇게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기를. 그 안에서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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