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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fovator Aug 27. 2019

절대 손해보지 않는 가장 완벽한 투자!

안지추의 독서 (feat. 간접경험)

안지추가 말했다. "재물을 많이 쌓아 두는 것이 얕은 재주를 몸에 지니는 것만 못하다. 재주 중에 익히기 쉽고 귀한 것은 독서만 한 것이 없다. 세상 사람들은 어진 이나 어리석은 이나 할 것 없이 모두 많은 사람을 알고 여러 가지 일을 해보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도 책은 읽으려 들지 않는다. 이는 배부르기를 구하면서 먹거리 마련에는 게으르고, 따뜻하려 들면서 옷 해 입는 데는 나태한 것과 같다."

허균 <한정록> 중 '정업'


    어릴 적 할머니가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시간 참 쏜 살 같다. 무섭게도 빨리 가는구나." 그때는 할머니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특히 군 복무를 할 때는 더욱 그랬다. 별의별 짓을 다 해도 당최 시간이 안 갔다. 혹시나 시계가 망가진건 아닌지 건전지를 확인해보기도 했었다. 어느덧 생일 케이크에 작은 초가 아닌 큰 초 3개를 꼽는 나이가 되었고, 지금은 할머니의 말씀에 뼈저리게 공감한다. '좋아요' 버튼이 있었다면 마르고 닳도록 누르고 싶을 정도다.


    '시간이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는 말에 격한 공감을 하게 될 때쯤, 애석하게도 내가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은 전에 비해 한참 쪼그라들어 있었다. 그러자 야속하게도 평소에는 생각도 없었던 하고 싶은 것들, 해야 하는 것들이 우후죽순처럼 많아졌다. '아, 조금만 더 일찍 깨우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졌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의 범위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줄어들었음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단 무엇인가를 배우고 익히기 위해 투입되어야 하는 최소한의 시간과 돈을 계산해보고는 "그래 맞아, 무리수야."라며 이내 포기하기 일쑤였다. 그러자 이 때다 싶었는지 무기력감은 어느새 내 삶을 좀먹기 시작했다. 더욱 열심히 시간을 낭비하며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지금 나는 문득 어쩌면 귀찮은 일을 만들기 싫어서 그럴듯한 변명을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때렸다. 더 이상은 이렇게 바보처럼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처럼 왔다 이슬처럼 가기에는 내 인생이 너무도 아까웠다.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 앉아 하나하나 차분히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Input이 없으면 Output도 없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그렇다면 Input 해야 하는 투입요소는 무엇인지 생각해보니, 넓은 의미에서 단연 '경험'뿐이었다. '경험'이 축적되고 '경험'의 '양'이 임계점을 넘기면 '질'로 전환되면서 '실력'으로 자리 잡는다. 그러면 Output이 성과로서 산출되고 삶은 더욱 풍성해지기 마련이다. 삶에서 무엇을 성취하기를 원하건 이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은 유한하다. 게다가 먹고살기 위해서 노동해야 하는 고정 시간을 빼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Input을 최대한 늘리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경험'은 크게 '직접 경험'과 '간접경험'으로 나뉜다. '직접 경험'을 늘리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이 무엇이 있겠냐만,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하면 '간접경험'을 늘리는 것이 합당하다는 결론이 났다. 가장 합리적인 Input으로서의 '간접경험'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본 글의 도입부에서 밝혔듯 안지추는 '여러 가지 일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독서가 가장 효율적인 방법'임을 역설한다. 그렇다. 독서는 현실적인 측면에서 최고로 효율적인 Input이다. 현실을 고려하지 못하는 몽상은 망상이다. 그리고 망상이 지속되면 무력감만 쌓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독서는 왜 현실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투자인가? 우선 우선 읽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책을 통해 학습할 수 있다. 그리고 밥 한 끼에 커피 한 잔의 돈만 있으면 언제든 책을 살 수 있다. (심지어 꼭 사지 않고 도서관에만 가도 무료로 빌릴 수 있다.) 또한 책에 담겨있는 지식과 지혜의 분야와 양은 너무도 방대해서 평생을 읽어도 다 읽지 못할 정도다.


   저렴한 비용으로 타인의 '직접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합리적이고 매력적인가?! 그래서 독서는 유일하게 합법적인 도둑질이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제대로 된 독서를 시작했다. 그렇게 약 2년의 시간이 지난 후 내 삶은 전에 비해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한 마디로 독서를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독서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게 하는 최고의 자기 투자이다.


    물론 '현실세계에 어떻게 적용해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 것인가'가 핵심이지만, 그것은 추후의 문제이다. 가장 먼저 확립해야 하는 것은 독서가 가장 합리적인 투자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안지추의 말과 같은 맥락이다. 배부르기를 원한다면 먹거리를 마련해야 하고, 따뜻하려면 옷을 해 입어야 한다. Output을 내고 싶다면 Input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할 때 가장 효율적인 Input은 독서다. 


   그러니 무엇을 주저하는가! 지금 당장 시작하자.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쏜살처럼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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