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새싹이 참 예쁘더라. 하트 모양이어서 더 가슴 뛰었지. 그런 순수함과 풋풋함이 너와 함께 빛나며 꿈틀거리고 있었네.
처음 너를 보면서 이 첫날을 어떻게 맞아야 할지 앞이 깜깜했어. 처음은 누구나 설레는 거잖아. 설렘을 넘어 식은땀이 나는 긴장에 네가 그렇게도 괜찮은 존재인지 한번 더 기어이 너를 바라봐야만 했어. 오, 내 심장.
너를 내게 소개해준 사람은 급하게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면서 천천히 다가가라고 했지. 네가 내게 오는 손짓에 나는 당황해서 하마터면 너를 붙잡지 못할 뻔했어.
그런데 너는, 마음을 다해 잡는 내 손을 피하지 않더라. 아니, 피할 수 없었지. 나의 뜨거운 손은 강하기까지 하니까. 거부하는 너를 내 손에 넣고 입술에 대고는 살아있는 그 느낌에 온몸에 촉각이 곤두섰어. 아, 이런 거구나. 이렇게 다들 처음의 긴장을 희열로 넘기나 보네.
그런 희열은 다시 충격으로 온통 나를 헤집어 놓았어. 때론 어쩔 수 없이 새어 나오는 탄식을 참을 수 없었어. 아, 동그랗게 부드럽고 예민하게 나의 한 부분이 될 줄 알았건만 반항도 심했잖아. 나를 어떻게 그렇게 아프게 할 수가 있니. 모든 게 처음이라 나는 놀라면서 비명 지르며 너를 떼어 내려 안간힘을 썼네.
너의 하얀 목덜미를 받아들이며 온 신경이 곤두섰어. 우리의 신경계는 서로 같이 꿈틀거렸지. 반짝이는 너의 피부, 새싹의 초록이 동행하는 또 다른 너의 매끄러움과 신선함에 나는 매료되었지. 나를 아프게 하는 까칠함도 없고 순순히 내게 와준 너에게 감사했어. 긴장이 풀리면서 너를 마음껏 받아들여도 될 것 같았어. 마음껏!
집에 돌아오면서도 생각했어. 내가 해냈구나. 처음을 여는 거, 용기내면 되는구나.
그래 맞아! 너를 받아들인 그 첫 경험, 절대! 결코! 잊지 못할 거야.
너랑 실체적인 소통을 했던 그 신선하고 놀랐던 시간 때문이 아니라 집에 와서 잠자리에 들려고 침대로 들어가면서부터 겪은 고통 때문이야.
너의 모습을 머릿속에 다시 그리며 잠자리에 들려고 했을 때부터 몸과 마음에 고통이 엄습했어. 가슴이 두근거리며 숨이 가빠졌어. 울렁울렁... 배를 움켜쥐니 뭔가 살아있는 거 같았어. 꿈틀꿈틀, 너 합체 중이니?
어제저녁, 태어나 처음으로 산 낙지를 먹고는 두통과 복통으로 불타는 밤을 보냈다. 부위별로 잘 먹어 온전한 한 마리가 된 산 낙지를 출산해 내야 이 잔 고통들이 끝날런지도 모른다.
우린 만나지 말았어야 했을까.
사진 - Alina Kuptsova_Pixabay
#라라크루 (3-5) #라라라라이팅 처음은 낯설고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