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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Oct 21. 2023

부담스러워

태그도 댓글도 조심하기로 할게요

제 방식의 소통이 여러 곳에서 부담인가 봅니다. 상처였나 봅니다. 가을과 함께 시작되었던 걸까요? 갑작스럽게 제 온몸이 한 덩이 민폐로 느껴지는 통증이 왔습니다. 


어떤 글을 읽다가 아, 감성이 전해올 때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저라는 꼭지를 글로 남길 때가 있어요. 감성도 표절이려나 예민함에 태그를 달아 제가 당신에게서 이런 감성을 조금 덜어와 글을 씁니다 하고 말을 건넵니다. 맞아요, 말을 건네는 거죠. 일종의 제 방식의 소통이었는데 보통은 짧게 답글이 옵니다. 안도합니다.


그런데 무반응이거나 답글의 온도가 서늘할 때가 있습니다. 아, 경솔했구나 느끼며 상대방이 받았을 상처를 가늠해보기도 합니다. 참, 나란 사람 대책 없나 보다. 그때도 그랬습니다. 답글이 뭔가 슬프고 냉소적이어서 저도 그에 온도를 맞추어 가장 건조한 방식으로 댓글을 했습니다. 잘 아물길 바라면서요.


얼마 후 제 글을 살펴보다가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그 작가님은 탈퇴를 하셨더군요. 저도 압니다. 제가 했던 댓글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요. 그런데 제가 건드렸던 그 감성은 어떤 사람에 대한 간절함에 관련된 거라서, 그 감정들의 크기에 따라 삶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는 거라서, 그냥 무심히 두어야 하는 고통을 제가 잔인하게 뜯어다가 전파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탈퇴한 회원'이란 두 단어로 남아있는 슬픈 흔적이네요. 반성합니다.


얼마전 저의 댓글이 '많이 부담'스럽다는 답글이 있었어요. 직접 말씀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댓글 할 때 글을 먼저 꼼꼼히 읽고 어떤 한 부분에 집중해서 공감하는 부분에 대해 쓰는데, 저의 답글이 길어서 적잖이 부담스러우셨던 것 같습니다. 저의 시간에 대한 태도가 그대로 반영되는 답글 방식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이게 마지막일지도 몰라, 항상 시간에 애탑니다.


한 줄을 남겨도 마음을 다해서 요약도 하고 다짐도 하고 같이 소통도 하는 그런 시간이 참 좋습니다. 그런데 저의 댓글로 이어지는 두려운 파장에 맞서려니 얼마간 앞이 막막했습니다. 마음이 정리되지 않으니 요 며칠 댓글들이 불안 불안하지요. 수정하고 길이 줄이고 다시 수정하고... 


저는 제 글에 달린 댓글에 답글을 꼭 남기는 편이라서 방법을 살펴보기로 했어요. 그러다 알아낸 건, 길이를 맞추면 되는구나 정도입니다. 동등 댓글 답글 시스템! 깨달아 놓고는 어쩐지 허전한 디지털의 규칙입니다. Give and Take, 그래요, 맞아요, 서로 편한 게 최선입니다. 저를 싹둑싹둑 절제해야 할 때를 잘 알아야겠어요. 다시 반성합니다.


만나서 하는 대화는 같이 눈도 맞추고 고개도 끄덕이고 그냥 듣고만 있어도 위안이 되지만, 글은 그렇지 않으니 '제가 글을 잘 읽고 잘 듣고 갑니다'라고 남기는 댓글입니다. 거기에도 규칙이 있었던 거였어요. 


제 마음을 떨구고 가는 댓글에도 답글에도 더 신중하기로 합니다. 더 많이 생각하기로 합니다.



사진 - 갈라지는 색깔들, 팝아트 낙엽 20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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