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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Oct 20. 2023

가을 프로필

0495

가을은 낙엽이 떨어지는 빠르기로 온다.

우수수수수수수수수

나무가 내팽개친 잎사귀들이 뒤도 보지 않는다.

절레절레 흔들며 낙하하는 잎들은 가을이 지상에 전하는 엽서이자 한 해의 밀린 고지서들이다.

그래서 가을은 마지막 계절인 셈이다.

요즘 연이어 펼쳐지는 하늘의 청량함은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구슬프다.

강력하게 팽창한 허공 사이로 낙엽들이 눈을 가리고 지나간다.

영원히 스산할 것 같은 것이 마지막이 가지는 표정이다.

무엇이라도 하기에 좋은 넉넉함은 유혹일 뿐 본색은 아니다.

가을은 정면보다 옆모습에서 읽을거리가 넘친다.

너무 수려해 정면을 응시하게 하고는 얼핏 눈짓을 하고 떠나는 무심하고 시크한 가을이여!

가을이 오면 떠나고 싶어지는 것도 찰나의 피날레를 만끽하고픈 탓이다.




바람이 부는 모양으로 가을은 뒤척인다.

수우우우우우우우우


가을의 몸짓을 보려거든 바람이 뒤통수치고 달아나는 동선을 쫓아가면 된다.

가을은 자연을 거울로 삼아 비추기에 우리가 보는 것들은 시뮬라르크들이다.

가을은 내내 시뮬라시옹!

가을에 우수에 차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치도록 물감을 풀어 시를 써도 모자란다.

가을이 찰나인 건 신의 배려.

우리는 가을 앞에서 해야 할 일들을 잊는다.

그러니 가을을 만나면 정면보다는 프로필을 바라보아야 한다.

옆모습은 거짓으로 꾸밀 수 없는 영역이다.

가을색은 갈색

봄색 여름색 겨울색은 없어도ㅡ

계절 중에서 색을 가진 예술적인 계절이 가을 아닌가.

갈색 아닌 색들이 누추한 색을 추켜세우는 계절.

가을을 관통하고 있다.

가을의 흔적만으로도 가슴은 요동치고 있다.


가을中이다.

밥굶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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