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랑 5]
봄기운이
채 무르익기도 전에
봄의 가장 첫날을 위해
노랗게 단장한 너는
그보다 더 일찍
12월 한 겨울 그의 정원에
빛의 노랑으로 피어
눈길을 주는구나
나의 빛을 받아주세요
겨울바람꽃의 눈부심에
빛을 따라온 그는
무릎 꿇어 키스하며
외로운 겨울을 뜨겁게
사랑을 이루고
3월의 봄으로 태어나
찬란하게 나를 지나
걸어간다
겨울바람꽃을 시샘하며
이제 무던해져 습관이 된
열 수 없는 내 마음
보이지 않는 바람으로
떠밀어 보낸다
너는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새벽 여명에 조용히 앉아
너를 향해 편지를 쓰던 나는
부치지도 못할 거면서
혼자 마음을 헤아린다
슬픈 행복을 안아준다
따뜻하게 맴돌다
바람으로 휘도는
너의 말 한마디에
수많은 엽서를
가슴속에 쌓는다
애절히 외면하며
슬픔으로 돌아가는
너의 뒷모습에
셀 수 없는 편지를
켜켜이 올려둔다
빛은 거기에서
어서 오라 하지 않아
빛은 묵묵히 머물며
존재를 밝힐 뿐
네가 기억하는 그 자리에서
너를 향한 편지를 쓰며
마냥 그저 기다리는
하루가 저문다
그림 - 얼음을 뚫고 피어나는 '겨울바람꽃' (참고-땅의 예찬, 겨울바람꽃 도판 p.46 by 한병철) by 희수공원 20231021
실험 - Demian 원서 왼손 필사 10분, 표현/문장 선택, 영어 마음, 그리고 한글 마음 (주제 1-외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