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꼬였을까 내가 문제였을까
논문지도를 받으러 들어가는 일이 참 싫었다. 부정적인 감정이 훅 올라오면 '싫다'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논문지도받던 경험, 긍정적일 때는 '흥미진진하다'라고 느낄 때도 있었다. 또 어떤 생각지도 못한 말로 얻어맞게 될지 세상은 각각 다른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하구나 한다. 부정적인 사람은 불편하고 불쌍하고 불통이다.
데이터 자료를 정리한 테이블을 설명하고 통계 자료를 무난히 지도받고 일어나 나오며, '감사합니다'했다. 갑자기 돌아서 나오려는 뒤통수에 대고, '뭐가 그렇게 감사해요?' 한다. 나는 잘못들은 줄 알았다.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저는 제가 지금 여기 있는 것도 감사합니다!' 도발하듯 툭 한번 더 '감사합니다'를 던지고 나왔다. 기분이 똥색이다. 뭐가 문제였을까.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의지하고 애걸하고 살갑게 간곡한 만남이어야 무사히 기분 좋은 시간이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원치 않는 비비적거림은 질색이다. 마음으로든 몸으로든.
그 이후 나는 논문 지도에서나 수업에서나 한 번도 '감사하다'는 말을 입밖에 내지 않았다. 사람을 알고 나니 실제로 감사하고 싶지 않았다. 감사할 일이 없었다. 논문이나 꼼꼼히 봐주시라. 그렇게 멀어져 갔다. 철저한 주종 관계 요구에 감사할 수 없다.
어찌 감사를 비꼬는 사람에게 고개를 숙일 수 있을까.
새벽에 눈 뜨면 새로운 내 눈으로 세상을 맞으며
사랑하는 친구들 가족들 안아주며 '사랑해'라고 말하며
압력 밥솥 뚜껑으로 폭폭 솟는 따뜻한 스팀을 보면서
좋아하는 나무 식탁에 총각김치 한 가지에 뜨끈뜨끈한 흰쌀밥 먹으며
화장실 변기에 빠뜨린 휴대폰 광속으로 건져내 보니 정상 작동할 때
필사 노트 다 써서 사야지 했는데 딱 받게 된 노트 선물에 기뻐하며
'너는 내 도움 없이 혼자 잘해라'는 교수에 '네, 그러겠습니다'했던 용기에
지하철 쩍벌남에 '다리 좀 오므려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용기 내 말하고 무사했을 때
이 모든 순간들에 감사한다.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 감사의 순간들, 앞으로도 그럴 시간들을 사랑할 것이다.
미리 메리크리스마스~♬
사진 - Oberholster Venita_Pixabay
크리스마스 글트리 출처 - 지금 행복해
화요 글감 - #라라크루 #라라라라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