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났다. 푹 꺼진 침대를 채우고 있는 저 몸뚱이는 누군가. 벽 타기를 하며 구급함을 찾았다. 활활 타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작은 알약을 입에 넣었다. 열만 나면 오르는 두드러기와 두통, 울렁이는 속은 내가 진저리 치는 가장 치명적인 조합이다. 세포가 부푸는 것 같은 열감에 저녁 9시도 안 되어 누웠다. 아, 머리 저 안쪽이 가렵다.
빈속에 나올 것도 없는데 화장실 변기를 안고 있다가 퀭한 눈으로 천정을 본다. 뼈 마디가 다 분리될 것 같은 이런 부서지는 통증이 얼마만인가. 머리 끄덩이를 있는 힘껏 잡고 흔들어 본다. 두통이 나가려나. 마약 같은 두통약을 먹었던 시간들이 나를 노려본다.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거야. 난 괜찮아. 내가 괜찮을 때 뭐 했더라.
톡 메시지가 와있다. '...' 뭐냐, 쩜쩜쩜... 질문인지 대화인지. '?' 보낸다. 잘했어, 그게 네가 괜찮을 때 하던 거야. 톡에 답하기. 질문 부호가 백만개인 꿈을 꾸었다. 왜 사는 게 명쾌하지 않은가. 왜 항상 풀어야 할 것들이 계속 쌓이는가. 이게 끝나기는 할까. 내가 지금 무얼 해야 하는 걸까. 있는 힘을 다해 달려도 달려도 질문 부호와 같이 가고 있다. 같이 뛰고 있다.
화장실 변기에 아무것도 주지 못했다. 양말 뒤집듯 속을 뒤집었으면 좋겠다. 그럼 한바탕 깨끗이 빨면 되는 거 아닌가. 너무 졸리다. 토할 것 같다. 세상의 토사물이 다 내게 덤벼드는 것 같다. 우웩! 우웩! 아이, 씨...ㅂ
뭔가 이마를 지나간다.
'휴가 낼까?'
'아니 아니, 그냥 가, 그냥 가요.'
아침인가 보다. 목소리가 잘 안 나온다. 손이 부들거리며 떨고 있다. 떨면서 차가운 손, 차고 축축한 이마. 아, 기분 나빠.
아, 그가 간다. 문이 철컥 닫히는 소리. 8시 10분이겠군. 휴... 안도한다. 이 꼬락서니에 그를 옆에 두면 너무 뭔가 하려고 할게 뻔하다. ST의 간병은 받고 싶지 않다. 편하게 널브러지고 싶다. 혼자가 천국이다.
지금 이 상황이 뭔가. 열났고 아팠고 약 먹었고 토할 뻔했고 뜨거웠다. 뭐야, 생각이 다 나잖아. 근데 지금은 일어나야 할 것 같은데 몸이 도토리묵 같다. 흐느적거리며 세워지지가 않는다.
톡을 본다. 이제야 글자가 보인다. '...' 쩜쩜쩜 앞에 글자가 있었구나. 나의 질문 부호에 답이 와있다. 맥락 없는 단어가 질문 부호와 한 시간 차이를 두고 왔어. 그런데 바로 밑 이모티콘은 내가 눌러야 저기 가서 붙는 거 아닌가? 나 어제 뭐 했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열나고 몽롱할 땐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제발!
무거운 이불킥 한번, 그리고 답신한다. 아, 울렁거려. 일어나진 못하겠다. 이 지치고 아픈 널브러짐의 낌새를 보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이다. 아, 힘들어. 옆으로 누워 톡 하는 건 처음이다. 오른손을 들어야 톡이 가능한데 자꾸 처진다. 짧게 짧게 보낸다. 내가 아니다. 아, 자꾸 눈이 감기지만 최선을 다한다.
정오가 거의 다 되어 얕은 두통에 관자놀이를 누르며 일어났다. 습관처럼 쓴 글들을 읽다가 글 올린 날짜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언제 올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슴이 철렁한다.
쓴 에스뿌레쏘가 목구멍으로 넘어가기 전에 다시 솟아올랐다. 톡을 보니 구구절절 많이도 보냈다.
왜 그랬을까.
제정신이 아니라도 뭔가 계속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건가. 아플 때 필름이 끊기는 건 심각한 병일까. 약 때문이었을까. 뭐 이런 거지 같은 경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