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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Dec 13. 2023

길 위의 시간

자유로의 속도

여전히 주섬 주섬 삶이 시간을 챙긴다. 내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 시간들, 공간들이 오늘도 나를 지나 멀어지거나 사라질 것이다.


자유라는 말은 흔하면서도 참 요원다. 그 안에 있으면서도 갈증으로 초조하다.


오늘은 자유를 바람으로 부딪혀보기로 한다. 내가 좋아하는 시간에 좋아하는 공간을 그냥 지나다니며 행복하기로 한다.


어둠을 걸어 나와 내 차 안으로 숨어들었다. 새벽의 고요를 깨지 않으려면 도둑처럼 사뿐 사뿐 딛여야 한다. 시동켜는 소리에 깜짝 놀라며 스르르 움직여 도로에 들어선다. 넓은 도로에 안착하면 꽤 거칠어지는 손의 힘을 조절해야 한다.


30킬로를 엉금엉금 50킬로를 후루룩 60킬로를 쓔우욱 110킬로에서 한껏 밟다가 80킬로로 들어서면 음악을 크게 켜고 20여 킬로를 달린다. 가양대교를 빠져 나가면 이제 화려한 한강은 안녕이다.


휴게소에서 텀블러에 가득 채운 아메리카노 향에 행복해서 펄쩍펄쩍 기쁘다.


자유로의 속도는 좋은 기억들이 머물다 갈 만큼 편안한 속도, 슬픈 일들을 차분히 가라앉힐 만큼 조용한 속도, 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면서 그렁그렁 눈물을 꾹꾹 누를 수 있는 힘찬 속도다.


오늘은 나의 길 위에서 눈을 15도쯤 각도로 올려 나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을 더 많이 더 정확하게 더 큰 사랑으로 맞기 위해 준비하는 날이다.


나는 지금 자유로를 달리고 있다.


시속 90킬로로.



사진 - 자유로의 새벽 한강의 속도 20231213

#라라크루 (화요 미션: 길 위에서 만난 것) #라라라라이팅 자유로의 속도는 시속 90k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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