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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Dec 14. 2023

모호한 능력

0550

모든 능력들은 모호하다.


확정보다 지속에 그 방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때 눈부셨던 기억을 고정시키는 것만으로는 다소 미흡하다.


능력은 그야말로 현재진행형일 때 유효하다.


막연한 가능성보다는 준비의 여부에 있다.


그래서 능력은 매 순간 판단 선상에 놓여 있다.


문득 글쓰기를 내 능력의 범주에 편입시킬 수 있느냐를 자문해 본다.


쓰는 동안에만 능력으로 반짝이다가 펜을 놓는 순간 무능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나를 발견한다.


내가 글을 썼던가 내가 글쓰기를 할 줄 아는가 나는 글쓰기 능력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무수한 질문들이 나의 등 뒤에 화살처럼 날아와 박힌다.


꽂힌 화살을 하나씩 뽑으며 중얼거린다.


다음에 글쓰기를 마치고 답을 해줄게 그때까지만 참고 기다려줘


모처럼 가져본 놀이가 무능으로 넘어가지 않게 하려고 매일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글을 쓴다고 유능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무능한 인간으로 존재하지는 않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기대가 없지는 않은 듯하다.


글쓰기는 다른 모든 행위의 리트머스지가 된다.


내 능력들은 하는 동안에만 능력이 된다.


방치하거나 게을리하는 순간 애매해지고 모호해진다.


사랑도

우정도

건강도

글쓰기도


지금 가동하지 않으면 모호한 능력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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