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은 만족스러운 관계의 부재에서 온다
애착장애로서의 중독 (Addiction as an attachment disorder) by 필립 플로레스 (2010, NUN)
어린이 치매 환자
요즘 컴퓨터나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있는 아이들 걱정에 이런 저런 연구 자료를 읽고 있다. 최근 들었던 가장 충격적인 뉴스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2015년 이후 5년간 발생한 10대 이하 치매 환자가 944명이라는 것이었다.
2020년 1~6월에 벌써 114명의 어린이 치매 환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유전적 요인도 있겠지만 스트레스와 컴퓨터, 스마트 폰 등의 과도한 사용으로 기억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목: 미성년 치매환자 연 200명 육박…"디지털 기기 과용 탓", 2021년 2월 12일자 연합뉴스)
코로나를 지나며 많은 아이들이 스마트폰 게임 중독으로 집중력과 사고력을 잃어가고 있다. 위 통계가 2020년이니 2023년인 지금은 더 상황이 나빠졌으리라 추측한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이거다. 수년전 사두고 책꽂이만 채우던 책. 참 독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착장애라니... 단어의 의미안에 격정과 폭풍이 위협하듯 지나갔다.
3세까지의 적절한 대인 애착
통계가 아니라 중독된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그런 책이다. 각 이론이나 관심사에 따라 상담과 치료 사례를 넣어, 치료를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심리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구성되 성인 중독 상담 상황에 대한 대리 경험을 하게 되었다. 중독이 만족스러운 관계의 부재에서 온다(p.69)는 부분이 와닿았다.
특히 아이들에게 '공감은 필수,' 생존과 다름 없다는 점을 말해주는 코헛의 자기심리학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어릴 때 발달 과정에서 얻지 못한 진실한 애착의 결핍이, 성인이 되었을 때 중독으로 빠지는 도화선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몇 번을 더 집중해서 읽은 부분은 신경생리학 부분이다. 두뇌가 기대하는 애착의 생물학적인 기제를 이해하고 어떻게 발달해가는지 이해할 수 있다.
아이들의 뇌는 3세까지 매우 중요한 발달 시기를 거친다. 발달 시기에 맞는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운동 발달, 시각, 애착, 정서적 조절, 기억, 어휘에 관한 발달은 생후 1년까지 매우 중요하며 그 이후 2세까지 제2 언어, 수학, 논리, 기억의 기초 신호들에 대한 발달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3세 까지 음악, 개별 활동, 대상이 가려졌을 때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개념, 대상들간의 관계성이 발달하게 된다.
두뇌는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고 상호 작용하는 열린 체계 (p.140)이며 대인관계와 애착은 정상적으로 두뇌가 발달하는데 필수이다.
심리 기저를 들여다보는 책
이 책은 주로 성인의 알콜 또는 성과 관련한 중독 사례를 들고 있다. 성인 시기의 표면적인 치료에 의존하는 것 보다 그러한 중독으로 이르게 된 기저를 들여다 본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내가 마주하여 가르치는 아이들을 조금 더 세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었다. 특히 게임에 많이 빠져 있는 아이들.
미국의 많은 상담, 치료, 연구 사례들을 보여주면서 유아, 아동기의 정상적인 발달을 이루게 하는 언어, 애착 등 다양한 환경은 두뇌 발달에 많은 영항을 미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는 것이 이책의 장점이지만, 때로는 수능 지문 만큼 이해하기 어렵게 쓰여진 부분이 많다는 것이 단점이다.
간략히 요약하자면, 아이 생 후 3년간의 중요 발달 시기에 정서적, 환경적인 결핍은 성인기의 중독이나 반사회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미 성인이 되어서는 그 치료 기간이 너무나도 길고, 자주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인생의 황금 시기를 황폐하게 보내게 되는 것이다.
요즘 방임된 아이들, 학대받는 아이들에 대한 뉴스가 연일 나온다. 그 때 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나쁜 짓을 한 어른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어른들의 마음 속 바닥도 들여다 볼 줄 아는 사회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그들은 언젠가 사회로 나온다.
상처받은 아이들에 대한 치유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정상으로 자랄 수 있는 가정과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진 Alexa_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