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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Dec 25. 2023

[책] 올리브 나무아래

박노해 사진에세이, 2023 

BENEATH THE OLIVE TREE

Park Nohae Photo Essay 06

안선재(Brother Anthony of Taize) 한영 번역




올리브 색깔의 천 표지가 곱다. 단단하게 싸여진 표지 안에는 온갖 상흔에도 천 년의 세월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올리브나무가 있다. 항상 푸르게 가장 좋은 열매를 세상에 아낌없이 주는 사랑의 나무다.


거친 바위 산에서도 바람이 세찬 언덕에서도 온몸으로 최선을 다해 사는 올리브나무를 하나씩 맞으며 가슴에 손을 올리며 경건해진다. 보아 달라고 서 있지 않으며 열매를 내준다고 뽐내지 않는다. 어떤 고난이 오더라도 푸르게 최선을 다하라 말한다. 


상흔으로 가득차도 항상 초록의 정기를 뿜어내는 올리브나무처럼 눈이 보이지 않아도 심장이 녹아내려도 고뇌하는 뇌세포가 하나씩 죽어가도 지금 현재 그 시간을 오롯이 잘 살아내면 되는 것이다.


돈이 되어야만 손을 움직이고, 받아야만 주고, 자신의 이익 앞에 고개 숙이며, 사람을 수단으로 생각하는 위태로운 시대를 살면서 혼자 빛날 편협함 보다, 서로를 어떻게 빛낼 수 있을지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상처 많은 몸뚱아리로 살아도 소박하고 고운 사람들에게 품을 내주고 세상을 소리 없이 받치는 올리브나무같은 그런 사람이 되기를 꿈꾸리라.





종종 라 카페 갤러리에 간다. 이층으로 올라가 하얀 벽을 따라 전시된 작품들 앞에 이런 저런 생각과 고민으로 서 있곤 한다. 카페에 내려가 올리브 열매가 듬뿍 나오는 샐러드에 에스뿌레쏘 한잔은 나의 천국이다.



대문 표지 사진: 올리브 나무아래 책소개, 알라딘 서점

안선재(Brother Anthony) 수사 인터뷰,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 '번역가에게 하는 엄중한 경고'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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