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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올리브 나무아래

박노해 사진에세이, 2023

by 희수공원

BENEATH THE OLIVE TREE

Park Nohae Photo Essay 06

안선재(Brother Anthony of Taize) 한영 번역




올리브 색깔의 천 표지가 곱다. 단단하게 싸여진 표지 안에는 온갖 상흔에도 천 년의 세월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올리브나무가 있다. 항상 푸르게 가장 좋은 열매를 세상에 아낌없이 주는 사랑의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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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바위 산에서도 바람이 세찬 언덕에서도 온몸으로 최선을 다해 사는 올리브나무를 하나씩 맞으며 가슴에 손을 올리며 경건해진다. 보아 달라고 서 있지 않으며 열매를 내준다고 뽐내지 않는다. 어떤 고난이 오더라도 푸르게 최선을 다하라 말한다.


상흔으로 가득차도 항상 초록의 정기를 뿜어내는 올리브나무처럼 눈이 보이지 않아도 심장이 녹아내려도 고뇌하는 뇌세포가 하나씩 죽어가도 지금 현재 그 시간을 오롯이 잘 살아내면 되는 것이다.


돈이 되어야만 손을 움직이고, 받아야만 주고, 자신의 이익 앞에 고개 숙이며, 사람을 수단으로 생각하는 위태로운 시대를 살면서 혼자 빛날 편협함 보다, 서로를 어떻게 빛낼 수 있을지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상처 많은 몸뚱아리로 살아도 소박하고 고운 사람들에게 품을 내주고 세상을 소리 없이 받치는 올리브나무같은 그런 사람이 되기를 꿈꾸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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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라 카페 갤러리에 간다. 이층으로 올라가 하얀 벽을 따라 전시된 작품들 앞에 이런 저런 생각과 고민으로 서 있곤 한다. 카페에 내려가 올리브 열매가 듬뿍 나오는 샐러드에 에스뿌레쏘 한잔은 나의 천국이다.



대문 표지 사진: 올리브 나무아래 책소개, 알라딘 서점

안선재(Brother Anthony) 수사 인터뷰,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 '번역가에게 하는 엄중한 경고'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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