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일이 생긴 날 슬픈 일도 생긴다. 어떤 것을 먼저 다독일까 하다가 더 기쁘게 지내기로 한다.
띠링! 메시지에 일부러 밝게 웃으며 멋진 식당으로 들어간다. 혼자여도 15도로 고개를 들고 명랑한 쏠톤을 준비하며 메뉴를 고른다.
기쁜 일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 생각난다. 연락을 한다. 만난다고 해도 신경이 쓰인다. 그 사람의 시간을 나누어 달라고 조심스레 말을 건네는 거니까.
만나지 못한다 해도 괜찮다. 나는 멋진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가장 맛난 단호박 수프와 샐러드를 먹을 거니까.
스모그로 돌진해야 하는 드라이빙이 슬프다
무척 원했던 일을 하게 되었다는 연락에 기쁘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흐려지는 눈이 슬프다
생명의 힘을 길어갈 수 있는 시간이 기쁘다
곧 올라갈 산이 갑자기 힘겹게 느껴져 슬프다
그럼에도 분명 정상에 올라 기도할 거라 기쁘다
세상의 길이가 내 마음대로 안될까 봐 두렵다
항상 단호하게 살자면서 마음이 약해져 슬프다
그럼에도 오늘 돌아보니 잘 살아내서 기쁘다
두 세계 사이의 삶은 거짓인가 구원인가 정당한가 이기적인가. 벌컥 닫힌 엔딩. 미래를 클릭한다. 영화는 자동차 시동 같다. 어떤 방향을 향해 달려가게 한다. 그 미래의 끝을 기웃거리게 한다.
나의 미래는 어디까지 닿을 것인가. 매일 받아 마시는 생명수로 근근이 버티며 오늘도 하루를 마감한다.
빛이 새는 듯한 슬픔을 딛고 마음의 기쁨을 한껏 나누고 누릴 수 있어서 행복한 날이다. 오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