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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Feb 16. 2024

낯섦의 대비 /nasəlmædæbi/

0주차1*-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준비와 과정

첫 단추를 끼우기 전에 할 일은 어떤 단추로 시작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있는 단추를 그대로 주워다 쓰기에는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한다. 언어학을 맛보러 가는 길은 단순하지 않아야 한다. 왜냐면 언어라는 것은 평생을 함께 가야 하는 나 자신, 가족, 친구, 동료, 그리고 결국 사람으로 귀결되는 생명력이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 항상 먼저 겉표지의 색깔, 삽화, 제목과 추천글이나 소개글을 꼼꼼하게 읽는다. 거기서 저자의 심리를 들여다보려 애쓰며 이 책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메모를 시작한다.


메모는 수정가능하도록 항상 여백을 남겨둔다. 세상은 변하며 사람도 그에 따라 변하고 그러면 반드시 언어도 변화하기 때문에 최대한 가장 신선한 세상의 언어를 들여다보려면 융통성, 즉 변화가능성이 필수이다.


성우의 언어의 표지는 지금까지 사용하던 교재 및 부교재들과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단색의 보라다. 언어학이라는 딱딱한 이론의 정리 모음집들은 회색이거나 흐린 갈색의 채도가 낮은 엄격함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보라색의 작은 책은 내가 전공하여 많이 가지고 있는 영어 교육 관련 교재들과 색깔을 공유한다. 응용언어학에 속하는 영어교육은 융통성과 창의성, 상상력, 그리고 변화에 대한 적응성을 반드시 가져야 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언어와 관련한 교재의 보라색 표지는 여러 의미를 시사한다. (ActEx**-보라색 탐구)


PossibleQ***: 당신이 생각하는 언어의 색깔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 언어의 색깔은 언어학의 색깔과 다를까. 보통 언어학 개론이나 입문 수업에서 자주 묻는 질문이 '언어란 무엇인가'인데 거기서부터 촘스키나 다른 학자들의 정의를 같이 살펴보면서 딱딱한 언어학이라는 분야에 삽질을 시작한다. 지루한 질문에 변화를 줄 수 있다.


표지나 내부의 삽화는 추상적인 경우 삽화에서 떠오르는 영감이나 텍스트의 핵심을 말로 꺼내어 스스로 분석하는 자료(ActEx) 쓸 수 있다. 세상에 고리를 거는 첫 디딤의 의식처럼 재미있는 소개 놀이(ice-breaking)가 될 수 있다.


표지의 삽화를 보자마자 나는 실제 세상에 접근해 가는 말하는 입 또는 악어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악어는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성질이 있다는데 그 악어조차도 담고 있던 속내를 밖으로 잘 꺼내놓아야 하는 것이 언어라고 말하는 것 같아 혼자서 슬슬 웃으며 표지를 읽었다. 삽화를 그린 일러스트레이터가 대성 통곡할지도 모르겠다.


표지의 추천사와 프롤로그는 이 교재의 전체 비전을 가늠하게 해 준다.


시인 정현종의 추천사 중 내가 중점 할 핵심 단어들은 언어, 근원, 통섭, 융합, 고민이다. 특히 통섭과 융합은 오랫동안 심각하게 고민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언어를 중심으로 나눌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학생들의 현재의 고민들, 미래의 직업과 주체로서의 자신을 제대로 사는 것들에 대해 고찰이 가능하다.


겉핥기식의 논의가 되지 않으려면 혼자 찾아보고 연구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흥미로운 과제가 시작된다는 의미다. (AsM****-통섭, 융합의 의미와 삶의 비전 기획 제시하기: 학생들 스스로 능동적 삶으로 이어갈 수 있는 기말 프로젝트와 연결이 가능하다. 소리의 분석, 브랜딩 및 평가, 언어와 심리 및 두뇌, 소통 등)


저자의 프롤로그에서는 고정된 가치 판단보다 풍부한 가능성과 가치에 대한 '성우'라는 규정에 대한 고찰이 언급되는데 이를 확장가능성의 예술로 본 부분이 새롭고 충격이었다. 경계에서 자유로운 예술가로의 성우라는 정의로부터 그 경계에서의 자유를 어떻게 누릴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당연히 언어라는 큰 소통 도구를 어떻게 쓸 것이냐에 대한 통찰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주제를 깊게 대할 때마다 학생들에게 스스로 할 과제를 주고 싶은 마음이 샘물처럼 솟지만 여러 과제들 중 현재 가장 살아있고 학생들 삶에 연관이 될 것들을 선별해야만 한다. 그런 과정 자체를 즐기며 그 과제를 해낸 후 어떠한 영향이나 통찰을 학생들이 얻을 수 있을지 상상하는 일은 가르치는 사람의 큰 기쁨이다.


다음은 내 수업에 오는 주체, 즉 학생들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다. 그리고 첫 수업의 메시지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상보적 관계에 대한 의미 분석으로 언어의 소리(교재)와 호흡과 상상(부교재)을 같이 연결하여 살아가는 '언어'로서의 개념을 학생들과 나눌 것이다. (ActEx-상보적 관계의 예, 다름, 다양성, 균형, 조화 등)


딱딱한 수업으로서가 아니라 살아 숨 쉬며 힘차게 미래를 상상하며 꿈꾸게 하는 파티 같은 시간을 내 학생들과 같이 한판 즐기고 싶다. 엄숙하고 경건하고 고루한 시스템 눈치도 봐가며 해야 하니 대범한 모험을 할 생각에 아드레날린 뿜뿜이다.



교재 및 참고자료

교재: 언어, 이론과 그 응용 by 김진우 (3판, 2017, 한국문화사)

부교재: 성우의 언어 by 이숲오 (2021, 시간의 물레)

참고자료1: 언어, 풀어 쓴 언어학개론 by 강범모 (4판, 2020, 한국문화사)

참고자료2: 언어학101 by 장영준 (2014, 한국문화사)


*0주차1 - 수업 시작 전 첫 번째 고민 또는 생각들

** ActEx - Activity Example 활동 예제

*** PossibleQ - Possible Question 가능한 질문

**** AsM - Assignment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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