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시 50분 조조 영화를 보고 점심 약속 시간에 맞춰 우주선처럼 거대한 몰 안에서 길을 헤맸다. 사방으로 검게 난 길마다 허탕을 치며 그래도 지금껏 산 인생이 허탕이 아니라는데 위안한다.
돈도 명예도 보물도 비밀의 찌꺼기로 남을 뻔한 기억도 그의 마지막 사람을 찾아 사랑하는 시간에 바친다. 천진한 그와 그녀의 웃음에 안도한다. 흥겹게 몸을 흔들며 한 편의 아름다운 세상을 배웅했다. 영화는 나를 다시 한번 더 사는 판타지다. 길을 헤매며 생각나는 웃음들.
주차장으로 난 영화 속 미로 같은 구석에서 시동을 건다. 높다란 다리에서 허공으로 롤러코스터 마냥 떠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행복한 점심을 위해 텅 빈 위장을 위로하며 달린다. 나의 자동차는 미래를 달린다. 보이지 않는 길로 돌진한다. 그래도 나오는 더 크고 경이로운 길에 대한 믿음으로.
오늘 북토크에서는 무슨 일이 흥미진진하게 일어날건지 머리속이 가득 부푼다. 장소와 시간에 비례해 말소리가 들떠 날아가고 마음이 새로움으로 발기발기 찢기기를 항상 얼마나 갈망하는가. 4인 4색의 작가들은 내 가슴을 천 개의 색깔로 물들이리라. 천 개의 비명으로 새로움을 맞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