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수공원 Apr 06. 2024

십사 퍼센트

오늘 알코올 허용치

한 주를 흠뻑 보내고 특별한 토요일을 세운다.


06시 50분 조조 영화를 보고 점심 약속 시간에 맞춰 우주선처럼 거대한 몰 안에서 길을 헤맸다. 사방으로 검게 난 길마다 허탕을 치며 그래도 지금껏 산 인생이 허탕이 아니라는데 위안한다.

 

돈도 명예도 보물도 비밀의 찌꺼기로 남을 뻔한 기억도 그의 마지막 사람을 찾아 사랑하는 시간에 바친다. 천진한 그와 그녀의 웃음에 안도한다. 흥겹게 몸을 흔들며 한 편의 아름다운 세상을 배웅했다. 영화는 나를 다시 한번 더 사는 판타지다. 길을 헤매며 생각나는 웃음.


주차장으로 난 영화 속 미로 같은 구석에서 시동을 건다. 높다란 다리에서 허공으로 롤러코스터 마냥 떠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며 행복한 점심을 위해 텅 빈 위장을 위로하며 달린다. 나의 자동차는 미래를 달린다. 보이지 않는 길로 돌진한다. 그래도 나오는 더 크고 경이로운 길에 대한 믿음으로.


오늘 북토크에서는 무슨 일이 흥미진진하게 일어날건지 리속이 가득 부푼다. 장소와 시간에 비례해 말소리가 들떠 날아가고 마음이 새로움으로 발기발기 찢기기를 항상 얼마나 갈망하는가. 4인 4색의 작가들은 내 가슴을 천 개의 색깔로 물들이리라. 천 개의 비명으로 새로움을 맞으리라.


글쓰기좋아

치유베리굿

교육도듬뿍

마음의허기


오늘도 허기진 글욕망에 괜한 십사 퍼센트 알코올 도수 확인하면서 기름진 찌꺼기를 게워 내리라.


두 손 두 발 모두 뻗어 온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낯선 글을 모아 보리라. 도톰한 익숙함을 벗어버리고 황무지로 성큼성큼 들어가리라. 수세미 엮어 뭉쳐 박박 기꺼이 윤을 내리라.


새벽 영화, 점심 행복, 4인 4색 북토크에 오늘도 이리저리 낯선 내가 되었는지 돌아보는 하루가 다 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해봐서 아는데' 단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