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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Apr 08. 2024

취(醉)와 취(取) 사이

[꿈] 通에서 醉를 지나 取로 가는 길

통(通)했다고 느낄 때 향(香)이 나는지 취(臭)로 구린지 모를 때가 있다. 


혼자만 취(醉)했기 때문인 거지 고개를 떨군다. 얼마나 취(醉)했던 건가, 얼마 만에 취(醉)했던 건가, 욕심내어 취(醉)하고 나면 눈앞이 멀겋다. 눈이 멀고 만다. 분간도 못할 안갯속이라면 아무런 통(通)도 시도하지 않고 그나마 본질의 향(香)이나 품고 있을 것이지.


여전히 향(香)인지 취(臭)인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지만 스멀거리는 직감은 자꾸 통로(通路)를 거스른다. 되돌아 꽂히고 뒤돌아 걷고 싶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 고요히 말 뿐이었는데도 시간은 시뻘겋게 나를 향해 씩씩거렸다. 보이지 않는 선은 구별해주지도 않는데 경계 없는 허공의 부피만큼 마음이 숨차다.


어차피 취(取)함은 불가, 손아귀가 근질거리는 하릴없는 욕망에 꿈속을 비명으로 채우며 자꾸 작아져갔다. 현실의 대범함은 마른 대추처럼 쪼그라지고, 관계의 가식스러움은 찢겨 내려가 볏잎을 똘똘 말아 숨은 혹명나방처럼 이빨을 숨겼다가 잔혹하게 방제된다. 갈가리 갈가리. 


꿈에서 깨기 전에 할 말이 있어. 거기서 무엇이 기다리는지 확실치 않아. 그러니 내 꿈을 취(取)해야겠어. 내 꿈에 너를 가둬 취(取)해야겠어. 


通하니 醉해서 取하고

通해서 醉하고 取하니

通하고 醉하면 取하자


약속해



벼락치기 생존하며 초현실 지난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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