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수공원 May 04. 2024

맞혀 볼 거야

열두 개의 표적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들으면 우주로 솟아오르는 기분을 느낄 때가 있어요. 아이들의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나 봅니다.


제가 한 번도 쓴 적 없는 말이 아이들에게서 나오면 서늘하게 가만히 오래 생각합니다. 저런 말이 어떻게 나오는 걸까. 아이는 저런 말을 어디서 들었을까 어디서 배웠을까. 착잡하기도 하기 신기하기도 하지요.


초등학교 3학년 아이에게 들었던, '돈 좀 쓰셨네.'는 제가 받은 아이들의 말 중 가장 큰 충격이었어요.


두 번째의 한방이 왔습니다. '와, 통이 크시네.' 5학년 아이의 말이었어요. 통이 크다는 게 긍정인지 부정인지 갑자기 헷갈렸지만 아이가 함박웃음과 같이 한 말이니 좋아서 그랬겠구나 추측합니다.


통이 크시네.


통. 통. 통. 계속 생각하니 계속 더 낯설어지고 외계어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럴 땐 사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봅니다.


세. 상. 에. 열일곱 개나 나오는군요. 부사나 접사를 빼면 의존명사를 포함해 열두 개의 '통, ' 어떤 통이 그 '통'일까 궁금합니다. 찬찬히 읽어 봅니다.


답이 뭘까요?



한 번에 찾지 못했어요. 매력적인 오답에 한참 유혹당하다가 찾아냈습니다.



정답 - 4번 '통'의 「3」




이번 연휴에는 '통'에 대해 공부하며 지내야겠어요. 1번 '통'과 8번 '통'이 먼저 궁금합니다.


[1번] 같은 처지의 아동 중에서 힘깨나 쓰고 깡다구가 있는 아이로서 한 통을 통솔하는 책임자였다. ≪황석영, 어둠의 자식들≫

[8번] 순실이는 주름 잡힌 입아귀가 뒤틀리며 발을 통 구르고…. ≪염상섭, 위협≫


신기한 우리말, 제가 참 무식하다는 것을 깨닫고야 맙니다.



참고 - '통'의 의미,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매거진의 이전글 문장의 생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