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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May 12. 2024

비루한 염치

[영화] 정순, 2023, no 스포일러는 없다!

어설퍼 보여서 내가 도와준 거잖아

그럴 때 슬그머니 미숙한 웃음 주름

그때 내가 진즉에 알아봤어야 했지

얼굴 주름이 마음의 주름이었다는 걸

 마음이 그리도 흔들흔들 해서

 도움이 될 줄 알고 을 내밀어

조금씩 찌꺼기를 벗으며 네게 갔었어

그냥 좋아서 그냥 행복해서 그냥 난

혈색이 화색이 되고 홍조로 깊어져

네가 다칠까 전전긍긍해서 손을 주고

벌리고 벌려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네


우리는 부끄러움이 뭔지 아는 걸까

내가 부끄러워한 것이 네 마음일까

네가 부끄러워한다고 믿은 나일까

나의 혀가 내두른 말들의 잔치가

너의 가난한 입에서 나온 비루가

가슴에 안기고 마음을 할퀴고 눈물

어정쩡 몇 마디 그것도 할 말이었구나

빨갛게 쏟아지는 웃음으로 다시 눈물

히히덕거리는 목덜미 동맥도 불끈

우리가 보내온 시간을 목격한 자는

담배 한 개비, 입던 코트로 가고


네가 들어간 그 자리에 불쏘시개로

활활 다시 지펴보니 그제야 알겠더라

아무런 느낌 없이 표정 없이 염치없이

누가 그러더라 내가 잘한 거야 그렇지

내가 그런 거지 네가 무슨 잘못 그러네

목줄을 끝까지 누를 생각은 없었지만

말 타듯 네게 올라 네 염치를 보고팠지

슬픈 눈인데 눈물은 안 나오는 당황을

너의 염치라고 인정해 줄 순 없을거야

뒷통수 활활 타던 내 불길을 보였으니

덜덜 떨며 깨고 나온 알껍질을 디뎠으니



표지 사진: 정순, 인디그라운드,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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