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May 12. 2024

칠백 번 우회

0700

迂廻 : roundabout
어떤 목적지를 향해 곧바로 가지 아니하고 돌아서 감

매번의 글쓰기는 돌아가기의 연속입니다.

우회하지 않고는 제대로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요령이 없기도 하거니와 항상 처음인 탓입니다.

그 서툰 행위를 어느새 칠백 번이나 했습니다.

재능이 허약해 매일 한 편씩 쓰기도 벅찹니다.

그러나 매일의 기적을 믿으며 걸어온 길입니다.


글을 쓰며 느낍니다.

삶은 지름길이 아닌 우회길의 여정 같습니다.

우리말로 곱게 에움길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돌아서 헤매는 비효율의 경로가 아닙니다.

무수한 문장처럼 한마디로 단정할 수 없는 길을 나다운 발걸음의 리듬으로 걸어가는 것입니다.


앞으로 걸어갈 글의 여정도 이처럼 반복됩니다.

더 잘 쓰려하기보다 더 잘 느껴보려고 합니다.

익숙한 누군가의 멋진 표현을 흉내내기보다 낯설지만 나만의 새로운 글을 지어내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브런치스토리에서 이 무수한 글 잘 쓰는 작가들 사이에서 저는 무용한 까닭입니다.


憂懷 : concern
해결되지 않은 일 때문에 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함

글쓰기는 제게 문제해결보다는 문제제기였습니다.

딱히 아는 것이 빈곤해 늘 궁금한 질문투성입니다.

글을 쓰며 즐거운 근심과 행복한 걱정이었습니다.

세상에도 없는 물음을 갖는 것은 창작의 특권이죠.

칠백 번의 글쓰기는 칠백 번의 호기심 부리깁니다.

여전히 알고 싶은 것이 많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고민도 글로 품고 있으면 상상으로 부화됩니다.

그래서 글쓰기는 아름다운 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세상보다 나를 품고 나를 낳기도 급합니다.

이 점이 앞으로 깨고 싶은 알껍질이기도 합니다.

쓸쓰록 책 쓰기보다 마음 쓰기가 중요해 보입니다.

더 잘 쓰는 작가보다 더 좋은 사람이 돼야 합니다.


브런치표지 쓰기 위해 사진 찍으러 다니고 글쓰면서 어울리는 이미지 찾는 고민또한 즐겁기에

오늘도 하루의 맨 앞에 글쓰기를 놓고 궁리합니다.

그렇기에 언제나 익숙해도 쓸 것이 없고 막막해도 써지는 것이 글쓰기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다가올 칠백 번의 실패를 기분 좋게 기대하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슬픔의 탄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