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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y 11. 2024

슬픔의 탄생

0699

그러니까 소월이 아버지의 고향인 평안북도 정주에 있는 오산학교로 진학한 것은 그의 생애 중요한 지점이 된다.


그다음 해 할아버지의 주선으로 할아버지 친구손녀인 홍단실과 백 년 계약을 맺는다.


소월의 나이 불과 열네 살이었다.


게다가 오산학교에서 시의 스승인 김억을 만나고 사상적 스승인 조만식을 만나게 된다.


가장 운명적인 사건은 소월의 시세계를 송두리째 흔드는 소녀를 만난 것인데 그 주인공이 오순이다.


소월은 혼인 상태에서 오순과 교제를 하게 되나 오순이 결혼하자 인연은 끊어진다.


소월은 그로부터 3년 뒤 오순의 죽음을 전해 듣는다.


오순이 의처증이 심한 남편의 학대로 죽음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 무렵 소월은 커다란 그리움과 슬픔을 어찌하지 못해 시로 끊임없이 써내려 간다.


소월의 시 중에서 단연 슬픔의 끝판왕인 <초혼>은 오순의 장례식을 다녀온 직후 쓴 것이다.


잠시 감상해 보자.




초혼


_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슬픔을 극도로 절제하며 낭송해 보았다.




오늘 오후 중구 구민회관에서는 소월시낭송대회가 열린다.


소월이 발명한 슬픔과 그리움을 만나러 가야겠다.


오월은 단연코 소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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