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건 무수한 간격을 조정하는 일
허리를 곧게 펴고 앉는다.
하려던 작정들이 비뚤어지며 산파되는 느낌은 오히려 눈에 보이는 자세에 신경 쓰게 한다. 생각이 나가는 통로를 곧게 바르게 펴면 어지럽던 것들이 정리될 것 같은 안도감 때문이다. 그 또한 실체 없는 불안을 쌓는 일이라는 걸 이내 알아차리며 실망하지만 유지한다. 컴퓨터 스크린에 비친 곧게 편 허리가 민망하다.
남아 있는 욕망을 잰다.
내가 서성이는 거리는 왜 내가 원하는 거리가 아닌가. 서성이는 건 나 자신인데 그 자리가 옳은 자리인지 모르겠다. 때론 튕겨 나가는 거리, 가끔 숨이 느껴지는 뜨거운 거리, 손을 뻗으면 닿는 거리, 아무리 뻗어도 닿지 않는 거리, 수많은 간격 사이에서 이렇게 헤매다 결국은 끝날 것이다. 탄식의 거리다. 사람이 어렵다.
눈을 바라본다.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 어떤 들끓는 욕망에 힘들어하는가. 때로는 스스로도 마주하기 겁나는 자신의 눈빛은 오래 외면하며 살아온 옳음을 재정의하고 환기시킨다. 커다란 도덕이나 윤리가 아니라 내 사람을 마주하며 그 대상에만 고유한 이해와 균형이다. 믿어왔던 균형이 균열이었다는 깨달음은 숨을 멎게 할 만큼 충격이다.
머리를 흔든다.
이성(reason)이 가장 위에서 제대로 살게 할 것 같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왜 마음이 머릿속에 들어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모르고 싶은데 결국 알고 말 일이다. 심장에서 뜨겁게 끓다가 스멀스멀 혈관을 타고 올라와 이성을 깔고 앉아 비웃는 순간들이 마음으로 귀결된다. 그래 마음 가는 대로 가는 거다. 어디로 갈까.
실패하는 오늘을 산다.
접대용 통화를 마치고 올라오는 비릿함은 원치 않는 당황이다. 진한 커피를 마시고 다시 투샷 에스프레소를 들이켜 느끼는 쓰라린 위장의 뒤틀림은 원하지 않던 순간이다. 잡고 싶은 사람에게 잘 가라고 하는 말도, 간절히 읽고 싶은 책을 펴놓고 의미 대신 글자수를 세고 있는 방황도 모두 욕망의 실패다.
그럼에도 간격 조정에 골몰하는 일, 그걸 그냥 인생이라고 부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