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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y 13. 2024

해랑 글쓰기

0701

햇빛 놀이.


창으로 들어오는 빛을 받아 휴대폰으로 천장에 비춘다.


오블롱 모양의 밝은 빛은 그림붓이 되어 움직인다.


손목을 까딱까딱 하니 벽 전체를 빛으로 칠한다.


구석구석 빛이 닿자 벽지 색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나간 자리는 다시 어두워진다.


흔적이 남지 않는, 햇빛으로 색칠하기.


주위를 해치지 않고 존재하는 것이 경이롭다.


자연이 하는 행위는 이토록 무해하다.


햇빛놀이하듯 글을 쓰지만 나의 글에서는 이따금 자외선이 나와 읽는 이의 감성의 피부를 괴롭힌다.



최선이지만 부끄럽고 미안해지는 순간이 있다.


더 돌아보고 분발해야 할 이유를 획득한 것이다.


해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놀이가 얼마나 있을까.

글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놀이는 얼마나 많을까.


해는 쳐다볼수록 눈이 부시는데

글은 쳐다볼수록 눈이 감기는데


글을 쓰다가 막막하면 해를 원망하련다.


글썽글썽


서글퍼 눈물짓는 꼴이 글을 쓰라고 재촉하는 것 같아서 다시 눈물을 훔치고 멈춘 글을 이어 쓴다.


오늘같이 눈부신 날에는 글이 초라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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