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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May 21. 2024

리뎀션, 그 탈출

영화, 영어 & 텍스트 중독자

[no 스포일러는 없다]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배우며 토론할 때는 이런 꼭지 하나로도 밤을 새우며 이야기하던 때가 있었다. 그땐 그 시기가 쇼생크인 줄 알았는데 깨닫고 보니 지금 내가 쇼생크에 나를 가두고 있다.


영어를 꼭꼭 씹어 순간을 읽으며 다시 장면들을 끄집어 올려다 마음을 겹치며 쓰는 나만 기쁘고 즐거운 영화 후기다.




Andy to Red: Get busy living, or get busy dying.

살다가 문득 어떤 특별한 시간이 온다. 살고 있구나. 잘 살고 있구나. 아니 잘 정리하고 있구나. '살던가 죽던가'에서 제대로 죽던가로 넘어가려면 자신을 잘 붙들고 살아내야 한다. '제대로'가 글자 그대로의 의미인 busy는 아니라는 거다.


Red to Andy: Hope is a dangerous thing. Hope can drive a man insane.

희망을 놓은 적이 있었던가. 희망에 기댄 적이 있었던가 돌아가 보면 주위를 떠도는 희망에 대한 다양한 색깔 중 내가 잡을 수 있는 것들을 잘 따라왔지만 정작 움켜쥐지는 못했다는 걸 깨닫는다. 빛을 향해 얼굴을 들고 따라가는 그 이어진 여정을 희망이라 불러도 좋으리라. 미래형 절망이나 좌절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희망은 지금이다.


Andy to Red in letter: no good thing ever dies.

그는 희망을 말한다. 나는 꾸역꾸역 새벽 손글씨를 마치고 지금 이렇게 앉아 탱탱탱 타이핑하는 손을 본다. 가슴에 쌓인 텍스트의 무게를 줄이는 이 기꺼운 일을 하고 있다는 그 사실이 좋다. 좋은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Andy to Red in library: I was an honest man, straight as an arrow. I had to come to prison to be a crook.

마음을 절절히 쏟으며 써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써야 할 곳에 허락까지 받아 들어와서는 멈칫거리는 순간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잘 써왔으니 잘하게 될 거라는 막연함이 있었다. 그래 더 잘하고 있어로 가야 하는 교차로에서 길을 잘못 들어선 당황에 무대책으로 그냥 서 있다. 글을 썼던 사람에서 쓰는 척하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렵다.


Red: Geology is the study of pressure and time.

나의 지질학이 있다. 내 시간을 쏟으며 내 생명을 나누며 밀어주려는 의지가 있다. 그렇게, 살아있다는 그 생생한 기꺼움에 멈추어 서 있는 순간이 많아졌다. 그 의지가 나의 희망이고 힘이고 내 시간을 채운다. 그게 바로 좋은 것이다. No good thing ever dies.


Red to 1967 parole hearings man: That kid's long gone, and this old man is all that's left.

후회라는 말을 수많은 다른 좋은 단어들로 바꾸어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돌아서면 새로운데 후회할 시간이나 있었던가. 나니까, 내가 선택했으니까, 계속 내게 다가오는 것들을 맞느라 눈뜨고 있었으니까. 지난 것은 추억이고 보이는 것은 운명이다.


Andy to Red: there are places in this world that aren't made out of stone. That there's something inside... that they can't get to, that they can't touch. That's yours.

가슴 깊은 곳에 들어있는 따뜻함의 실체, 다른 사람들은 닿을 수 없는, 파괴할 수 없는, 그런 어떤 것... 그런 것이 바로 자신이 되는 거다. 고유하고 잔잔하고 특별한 그 무엇은 누구도 방해할 수 없다. 영화와 음악과 미술과 건축과 그리고 나 자신이다.


Andy: One in particular. It's got a long rock wall with a big oak tree at the north end. It's like something out of a Robert Frost poem. It's where I asked my wife to marry me. We went there for a picnic and made love under that oak and I asked and she said yes.

뜨겁고 아름답고 찬란하고 꿈같은 시간으로 삶이 시작되었다가 끝난다. 끝은 직면하는 게 아니라 기꺼이 끌어안는 것이다. 기쁘게 맞아야 하는 것이다.


Red: I hope the Pacific is as blue as it has been in my dreams. I hope.

푸른 태평양의 희망이 이루어지길! 파란색은 독의 색깔이기도 하다. 하지만 독이 주입되는 순간은 다른 차원으로 올라 닿는 새로운 세상을 연결한다. 서서히 퍼지는 통증을 견디게 만드는 게 희망이다.


Andy: How can you be so obtuse?

둔한 사람들은 잔인하다. 둔각은 상처를 가장 크게 낼 수 있다. 힘껏 밀어내면 낼 수록 가슴에 시커먼 구멍을 낸다. 그래도 스스로 들어갔다면 어쩌겠는가. 견딘다.


Brooks in letter: Dear fellas, I can't believe how fast things move on the outside. I saw an automobile once when I was a kid, but now they're everywhere. The world went and got itself in a big damn hurry. The parole board got me into this halfway house called "The Brewer" and a job bagging groceries at the Foodway. It's hard work and I try to keep up, but my hands hurt most of the time. I don't think the store manager likes me very much. Sometimes after work, I go to the park and feed the birds. I keep thinking Jake might just show up and say hello, but he never does. I hope wherever he is, he's doin' okay and makin' new friends. I have trouble sleepin' at night. I have bad dreams like I'm falling. I wake up scared. Sometimes it takes me a while to remember where I am. Maybe I should get me a gun and rob the Foodway so they'd send me home. I could shoot the manager while I was at it, sort of like a bonus. I guess I'm too old for that sort of nonsense any more. I don't like it here. I'm tired of being afraid all the time. I've decided not to stay. I doubt they'll kick up any fuss. Not for an old crook like me. P.S: Tell Heywood I'm sorry I put a knife to his throat. No hard feelings. Brooks.

빠르지 않게, 듬성듬성하게, 다치지 않고, 천천히 그리워하고, 밤에도 잘 자고, 친구도 사귀고, 악몽도 꾸지 않고, 아침에 두려워하지 않고 깨고, 공포를 잘 견디고, 너무 나이 들었는지 생각 따위 안 하면서, 잘 견디며... 그렇게 살아야지 한다. 비슷한 내용의 마지막 편지를 쓸 수도 있을까. 세상은 가차 없다.


Brooks was here. So was Red. And so was... I am here.

나도 있었다. 거기에 그리고 여기에. 지금은 있다. 존재의 비동사다, 동사가 아니라는 비동사의 역설을 가슴에 품고 산다. 동(動, 움직이다)이 아니어도 충분하다. 수(繡, 수놓다)는 존재이고 상태다.



영어 텍스트 자료 출처: Quotes from The Shawshank Redemption,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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