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이 뿌예지는 감격으로 가깝게 수줍은 듯 내리 깐 그의 눈을 읽는다. 그가 준 시간과 줄 시간이 평생회원의 낙인을 가슴에 새긴다. 아주 세밀하게 촘촘한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커다랗게 펼쳐진 자연 속의 사소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지 흥분한다. 어마한 크기로 그가 왔다, 은밀한 개인주의자. 책과 영화를 쥐다.
나풀나풀 가볍게 즐기기보다 묵직하게 가라앉는 타인의 진한 삶에 애착한다. 고뇌의 표정을 뽑아내어 가슴에 담고 그의 詩를 읽는다. 그의 못을 읽다 빼고 다시 내 가슴에 치면서 꺼억꺼억 한 편씩 읽는다. 폭풍의 바다 같은 그를 베고 눕는다. 고통의 가는 눈물을 타고 그의 詩가 오기를 애타한다. 시와 사람을 잇다.
그녀의 詩가 베개 두께로 멍하다. 다 읽고 툴툴 털 수 있을까. 두 번은 없다는 그녀를 차분히 느끼고 싶다. 그녀가 생각했던 과거는 나의 지금이 되고 그녀가 써 내려갔던 현재가 내 남은 시간을 수놓게 되기를 바란다. 그녀의 순수한 미소가 세상의 주름 안에서 호령하던 시간으로 들어가리라. 끝과 시작을 정하다.
한 줄의 글로 전율하고
한 편의 영화로 주저앉고
한 편의 詩로 눈물을 끓이는
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허락하는
그런 지금을 시작한다.
그런 사람을 시작한다.
내밀한 책의 시작
은밀한 영화
詩와 사람
숨은 그림 찾기 게임
숨은 마음 찾기 놀이
계좌 이체로 얻은 평생 회원권이 목을 조른다. 잠시 떨어져 있고 싶다는 신호에 망설임 없는 메시지가 눈을 찌른다. 연기는 최소 이만큼 해야 해. 평생회원이니까 별 상관은 없어. 그래도 언제 다시 올지 알려줘야 해. 제한은 없지만 최대 합은 이거야. 확인했지? 그럼 버튼을 눌러.
제한은 없다면서!
생각해 본 적 없던 전쟁에 대한 기대, 일단 홀드. 남은 빚을 청산하는 방법을 구하다. War! Wow! 돈으로 살 수 있는 평생 회원권은 너무 쉽다. 시작도 쉽고 탈퇴도 쉽고 폐기도 쉽다. 쉬운 세상, 지워지는 마음.
세상이 닫히는 날이 나의 만료일이다. 지금은 책과 영화와 詩와 사람이다. 결국 사람을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