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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Jun 14. 2024

출제의 고민 /tʃulʒɛeɡomin/

15주차 - 미래를 위한 언어적 정리

개별 맞춤형이라는 건 어디까지 가능한 걸까. 교에서도 끊임없이 소수정예다 개별 맞춤이다 1:1 방식이다 언어가 넘친다. 말놀이 중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다 다르다 모두 다양하다 너에게 맞춘다 하지만 사실은 가르치는 사람편의주의에 맞추고 셀로판지 같은 투명의 기대에 맞춘다. 시험 점수에 따라 모범생이 된다. 누가 누구의 모범이 되는지 모른다.



부교재의 철학적 가치에 대한 논의로 한 학기를 보낸 학생들은 교재에서 다루는 눈에 보이는 데이터와 각종 이론들은 간단히 설명만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앞으로 살 날들과 엮어 생각하는 응용문제를 출제하겠다는 공지와 함께 학생들의 수군대는 불안을 수시로 마주했다.


내가 했던 강의 PPT를 달라거나 시험 문항을 구체적으로 알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고민도 깊어졌다. 문제의 유형은 이미 알고 있으니 논의 응용 주제를 구체화시키고 배점을 융통성 있게 두어 지금까지 누적 점수가 충분하지 않은 학생들도 동기부여가 되어 생각을 골똘히 하며 기말고사 준비를 하기 바랐다.


사실 OX 문제와 5지 선다형 문제에서 확연하게 변별력을 갖는다. 꽤 오래전 빵점 맞는 외국인 학생들을 방지하고자 고안해 낸 OX와 선다형 문제는 실력의 변별을 가능하게 해주는 마법 같은 출제 방법이다.


물론 라디오의 시청자 퀴즈처럼 출제해서는 곤란하다. 퀴즈! 하면 귀가 쫑긋한 습관으로 귀를 기울였던 며칠 전, 라디오 퀴즈는 매우 특별한 목적이 있다는 걸 알았다. 이런 식이다.


Q: 한글 자모 중 제일 첫 번째 나오는 자음은 무엇인가.

   1. 기적    2. 기록    3. 기역    4. 기와


어이쿠! 이를 어째! 나는 너무 심각하게 문제를 듣고 있던 나머지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를 모르는 사회성 부족의 인간임을 스스로 느끼며 부끄러웠다. 답을 보내라는 샵OOOO에 (4번)이라 보낼까 장난기가 돌았다. 꾹 참았지만 라디오 퀴즈 항목에 세상을 배웠다.


기말고사 논의 문항에 공을 들였다. 개별적으로 전략적인 선택을 하도록 융통성을 두었다.


학생들의 진로와 관련한 브랜드네이밍 분석, 다른 학생들의 발표 자료의 요약과 향후 연구 전망, 상반된 의견을 보이는 뉴스 기사의 사회적 영향 분석, 실제 이번 학기 학생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외국어 학습법의 이론적 적용, 신조어로 보는 언어 심리와 언어의 상대성이론 분석 중 두 개 문항을 선택하여 작성해야 한다.


가장 최고 배점 두 개를 선택하고 이번 학기 모든 평가에서 만점을 받았다면 최종 점수는 109점이 될 것이다. 점수를 깎는 것보다 새로운 시각의 우수한 논의나 보고에 추가점을 주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최종 시험이 끝나도 평가 후 피드백 시간을 추가로 갖는다. 최종 성적 공시 기간이 끝나면 공식적인 학기의 종착점에 서게 된다.


유월 내내 뜨거울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좋은 환경에서 멋진 학생들과 보냈다. 후회 없이. 



▣ 강의 계획 드래프트: 주차-교재-부교재-주제-질문

▣ 16주차 - 기말고사 평가 피드백, 성우의 언어 '읽기와 난독증' 관련 글쓰기로 '성우의 언어' 매거진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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