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허둥대다가
깔때기 같은 터널로 들어
똑똑똑 고막을 울리는 거예요
맨발로 뛰어나가 열어주세요
생과사를 맞추는 달팽이관에
누워서 살아온 소리를 느끼죠
가만히 미련 없이 관을 닫아요
바람이 들리면
눈을 뜨세요
뒤통수가 번쩍거리며
유혹하는 움직임에 상이 맺혀요
주홍 노랑 빨강 파랑 초록의 삶이
반 바퀴쯤 돌아서 흔들흔들 보이면
주마등으로 시간을 정리합니다.
귀를 열어도 보이지 않으면
눈을 떠봐도 들리지 않으면
조용하고 불안한 림보란 걸 알아요
살아있어도 진정 살지 못하고
죽었다 해도 갈 곳 없는 영혼들
삶과 죽음, 그 갈림길의 경계는
여전히 살아있는 시간을 흔듭니다
바람이 보이나요
들리진 않고?
바람이 들리나요
보이진 않고?
우리가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