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원카페에서는 매니저가 정해둔 이상적인 학생수나 수입이 있었어요. 매니저가 그렇다 글을 올리면 우르르 몰려가, 맞다 그렇다 대단하다 그래야 한다, 뭐 이런 댓글들이 줄줄이 달립니다.
중소 학원 100명, 교습소는 30명은 되어야 한다고 했죠. 자부심 가질만한 수입은 월 1,000만 원이라고 합니다. 저는 제가 오픈한 시간도 적지만, 제가 가르치기에 가장 이상적인 정원이 총 30명이 되지 않기 때문에 카페 기준으로는 바보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카페에서 세미나하는 사람들은 모두 월 1,000만 원 이상의 수입이라고 지인 선생님이 귀띔도 해줍니다.
모임에 나갈 때마다 왜 그거밖에 안 받냐 수업료를 올려라 이구동성이었어요. 교육청 규칙에 맞는 수업료라 하면 누가 그걸 지키며 사냐 자습 시간을 늘려라 했지요. 급기야는 학원이 무슨 알바냐 하는 비아냥도 들려왔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눈 맞추며 1:1로 피드백을 해야 해서 6명이 정원입니다. 보강할 땐 한 반 7명이 최대고요. 교육청에서 승인한 한 반 9명도 강의식으로 가르치지 않는 제게는 불가능한 시스템입니다. 어떤 반은 에너지가 더 필요한 아이가 있어서 5명 정원으로 수업하기도 합니다.
세미나를 다니며, 다른 시스템에 대해 알아가면서 가장 놀랐던 건 책상 배열이었습니다. 독서실 같은 책상이 모두 벽으로 붙어 아이들이 벽을 보고 컴퓨터를 통해 학습을 한다는 거였어요. 학습을 했는지 검사받을 때만 선생님이 앉아 있는 곳에 가서 줄을 서서 받는다고 했을 때 무척 신기했습니다. 그렇게 해도 학습 효과가 있나 보구나 했지요.
제가 가장 노골적으로 놀림을 받은 놀라운 일은 한 세미나에서 일어났습니다. 세미나 주제도 제가 무척 좋아하는 것이었고 강사도 존경한다고 카페에 자주 제가 언급하던 분이었지요.
세미나 중 학원비 이야기가 나왔는데, 제 카페 아이디를 콕 집어 저를 부르더니, 저처럼 교육청에서 정한 교육비로 받지 않고, 지금도 불법인 교육비를 더 올리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곤 신고하지 말라는 말까지. 눈도 의심했고 귀도 의심했습니다. 그리고 슬펐죠. 제가 법을 지키는 게 이렇게 조롱당할 일인가요.
특강 할 때는 월 2,700만 원까지 수입이 있었노라고 자신 만만했어요. 이런 게 가능한 세상이구나. 저는 현기증 나는 쓴웃음으로 그들의 바보 같다는 핀잔 같은 웃음에 답을 했어요. 나한테 왜 이러지?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한 달 동안 2,700만 원이 되는지는 저로서는 계산 불가능이에요.
돈이 권력이었습니다. 그 학원카페에서는. 매니저나 세미나 강사는 권력이었어요.
숫자와 금액을 정한 광고로, 카페에 들어와 세미나를 듣고 아이들 수 늘려라 돈 많이 벌어라가 일종의 캐치프레이즈였습니다.
그런 곳에서 수직 관계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돌을 날리고, 수평적으로 즐겁게 지내자는 저의 말과 글은 매니저에게는 눈엣가시였겠다는 생각을 이제야 합니다.
왜 사교육 철폐니 근절이니 하는 말이 나오는지 슬슬 깨달아가고 있었지요.
너무 돈돈 하니까, 그래도 교육자인데 아이들 교육 얘기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되니까 화가 나기 시작했고, 표절을 일삼는 데다 그 표절 자료를 다른 곳에 수백만 원에 팔면서 프랜차이즈식 사업을 한다는 한 세미나 강사에게 일침을 날리고 싶었습니다.
그 세미나 강사의 세미나 운영과 분위기를 압도하는 기술에, 매니저가 칭찬일색이라는 건 이미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불법을 해도 수입을 크게 안겨주는 세미나 강사와 매니저는 한통속이었죠. 매니저도 그 세미나 강사도 제 글을 읽고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강퇴당했습니다.
강퇴당할 줄 알았더라면 좀 살살할걸 그랬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왜냐면, 영문법 연구 모임도 하고 있었고, 운영과 상담 전략등을 같이 논의하는 정기 스터디 모임도 하고 있었고, 필요한 시스템에 대해 배우고 이야기 나누는 비정기 모임도 가지기 시작하면서 제가 도움이 되고 있구나 하는 기쁨을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산행 모임과 맥도널드 아침 7시 벙개도 정말 즐거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