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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Jul 16. 2023

언제나 사람이 먼저입니다

보고만 있어도 참을 수 없는 단톡방의 모멸감

카페 매니저에게 선택되어 또는 그를 설득하여 세미나 강사가 되면 그걸 권력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내가 만든 시스템이니 이걸 사용하려면 자기와 자기가 하는 말을 신처럼 받들어야 한다는 식이예요.


가끔 티브이에서 회장이란 사람이 납시면 꽃도 안기고 단체 환영 행사로 노래도 하고 춤도 추는 것을 보며, 사장이라고 직원들에게 폭언이나 심지어 폭행까지 하는 걸 보며, 이런 사람들 상종하지 않아야겠다 마음속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제게 생기지도 않은 일에도 도끼눈을 뜨곤 합니다.  


저처럼 사교육 현장을 잘 모르는 사람은 계속 그 현실을 배우기 위해 사교육 운영이나 학습 시스템 세미나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러다 문법 시스템과 영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플레이어 시스템을 배우며 세미나 주최 측에서 마련한 단톡방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기술적으로 미숙한 것에 대한 안내와 질문들에 대한, 세미나 강사와 스텝들의 대응 방식을 볼 수 있었어요.


처음 배우는 사람은 어른이라 해도 아이들과 다르지 않아요. 생기초 질문부터 반복되는 질문까지 다양하지요. 단톡방은 페이지를 되돌려 읽거나 공지를 쉽게 꼼꼼하게 읽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서 비슷한 질문들이 계속 올라옵니다.


그 어떤 질문도 차분히 안내하고 설명해주면 될 일인데... 공지도 안보냐. 다시 가서 봐라. 심지어 세미나 강사가 톡에 들어와 자기가 들어왔는데 인사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둥, 질문하는 학원 원장들이 미안하다 사과하는 일이 반복하여 생기면서 저는 겁에 질리고 있었어요.


모멸감을 느낀 사람이 화가 나기라도 해서 한 마디라도 던지면 강사나 스텝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스매싱을 날리고, 시스템을 그만 사용하겠다 하면 다시는 절대 재사용 안된다는 식의 협박 같은 대응을 보며 사람을 염두에 두고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차분히 작별 인사하고 단톡방을 나왔습니다.


매니저를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가 있어 이 상황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그 세미나 강사가 불쌍한 사람이랍니다. 이전에 대형 학원 운영에 실패한 후 심리적인 장애를 겪으면서 고생이 많았고 마음이 엄청 약해서 매니저에게 전화하며 울곤 한다는 거였어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거죠? 실패에 뼈저려서 사람들에게 주는 상처 따윈 안중에도 없고 천재적인 머리로 돈 벌어주는 시스템을 개발했으니 감지덕지 사용하며 자신에게 감사하라는 건가요?


매니저가 전하고 싶은 생각이 뭔지 혼란스러웠어요. 매니저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하더군요. 시간이 없을 텐데요.


사람에 등 돌리면 그 후폭풍은 되돌아옵니다. 소문은 스펀지에 물이 스미듯 번지게 되었을 거라 짐작합니다. 그가 하는 세미나의 신청자가 점점 줄게 된 것을 보고 상황을 판단하게 되었죠.


인정합니다. 그 시스템들은 정말 잘 만들어진 것이었어요. 그런데 운영자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마인드는 사람을 보고 있지 않았어요. 아이들에게 더 효율적인 학습 환경을 만들어주려는 순수한 학원 원장들의 마음을 조금 더 헤아려주었다면 좋았을 것을요!


결국, 역시 사람입니다. 큰 교훈도 얻게 되었습니다.



영어학원카페, 2017년 11월 9일 가입 후 2023년 2월 13일 강퇴당한 날까지의 경험, 생각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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